선농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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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년 넘게 잘 견디는 언니, 고마워요 * 25회 심상덕

 

 

거의 2 년 만에 결혼식 축하객으로 등장하기 위해 한강시민공원 주차장에 차를 대고 식장으로 향하려니 앞에서 언니가 사위 차에서 내리고 있다. 덜덜 떠는 손으로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다리로 쩔쩔 매며 내리는 모습을 보니 반가움 보다 걱정이 앞선다. 다행히 마침 식장까지 태워주는 양쪽 트인 미니기차 같은 것이 있어서 같이 간 딸내미와 셋이 식장에 편히 들어갔고 펼쳐진 멋있는 조카 결혼식 장면에 가끔 차오르는 벅찬 눈물도 닦아가며 거기서는 그렇게 주어진 시간을 다 채우고 밀려오는 공원의 인파가 두려워 면역력이 약한 언니를 역삼동 집까지 태워주기 위해 반짝이는 한강물의 가을도 느낄 새 없이 차를 탔다.

몇 분이나 되었을까, “ 나 오늘 너희랑 저녁 먹고 집에 늦게 들어 갈 거야” 하고는 작은 소리로 “긴 병에 효자 없어. 휴일인데 애들끼리 좋은 시간 가질 것 같으니까” 그러는 사이 언니가 사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도달했고 집에 잠깐 올라갔다 오겠다던 언니가 내려왔다. “애들 집에 있어? 근처 미장원에 갔다가 다시 데리러 올 테니 올라가 있어”라고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언니는 싫다며 자동차 뒷문을 열고 무딘 동작으로 차에 오른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우리는 근처에서 잠깐 일을 본 후 코로나로부터 그래도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우리만의 룸이 있고 양이 적으면서 예쁘고 맛있는 음식을 대접할 수 있는 이태원 한 호텔의 음식점에 저녁 예약을 하고 양재 시민의 숲 공원에 갔다. 꽃을 만나니 예전에 꽃그림 그리던 생각만 하고 떨리는 손은 잠시 잊은 채 “나 이 꽃들 그리게 코스모스 표정 골고루 찍어서 보내줘. 어머~ 이 꽃 옆모습도 참 예쁘다”하는 언니와 사진도 찍고 산책을 마치며 이태원으로 가는 내내 ‘이제는 몇 년이나 이런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으로 말문이 막혔다.

오늘, 오랜만에 언니를 만나고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온 지 3일이 되어 언니가 17 년 전 간이식 받고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을 되돌아보았다. 마침 동창회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야 하겠기에 어딘가에 공유하며 슬픔도 나누고 응원을 받았던 그 무렵의 글을 꺼내본다.

 

<둘이 벚꽃 핀 윤중로를> (2004년 4월 4일)

 

금요일 아침, 그래도 비는 멈추었지.

 

전날 맘껏 내리던 봄비...빗길 아스팔트 위 전조등 빛, 차창을 타고내리는 빗물, 호수 위 연무를 가르는 음악과 커피 향 등등을 찾으며 몇 줄 글로 맘을 옮길 수 있던 때가 언제였나 싶게 그 봄비 바라보기조차 두려워 커튼을 열지도 못하고 그저 재재거리며 우산 들고 비 냄새 흠뻑 옷깃에 담아오는 아이들을 보고서야 ‘그래,.비가 오고 있었지..’한마디 건넸는데.

 

오늘 아침 집에 있으려다 그래도 내 맘을 오랜동안 달래주고 있는 화구들이기에 챙겨들고 서울로 가고 있었다.

   " 언니...나 오늘 그림 그리러 가는 날이라 서초동에 가고 있어. 기분은 어때? "

   " 응...좋아. 너 여기 올래? 우리 아파트 아래 벚꽃이 활짝 피었는데 이 나무가 이쯤 피면 윤중로에는 봉오리들이 잔뜩 팽팽해져 있고 더러는 피어있을꺼야. 와서 그릴래? "

 

그제 다녀왔는데. 내 친구를 데려갔더니 환자도 아닌 양 옛날이야기 더듬으며 그리도 좋아하더니만. 다음날 전화해서 친구가 사온 수박 먹으니 속이 좋다며 너도 돈 아끼지 말고 수박 많이 사먹으라고 하더니 또 오라고 한다.

 

어떻게 할까...모든 일정 접고 그림 수업만 마치고 여의도로 가려고 반포 대교 옆으로 어찌어찌 빠져 올림픽 대로를 찾는데 반대쪽인 것 같아 다시 나오니 이상하게 길이 요즘 내 마음 만큼이나 엉켜 있어 영 찾기가 힘들었다. 몇 번 잘못 들어선 차선을 바꾸다 뒤에서 빵빵 대고 위험한 순간을 겪고 겨우 찾아 들어 조금 가니 63 빌딩이 보이고 벚꽃 구경들 가는지 잠시 길이 막히고 암튼 가까운 거린데 한 시간 더 걸려서야 도착했다.

 

언니한테는 걱정되는 이야기는 하지 않아야지 했으면서도 활짝 웃는 언니 얼굴을 보는 순간 난 역시 예전처럼 말하고말았다.

   " 언니...아구...너무 배가 고파서 눈이 나온다. 나 아침도 안먹었거든. 세 시네. 여기오는데 한시간이 더 걸렸네. 형부...길을 몰라서요 헤매다 왔어요."

 

저만치서 7 년 전 중풍으로 쓰러졌다가 일어나  천천히 불편한 걸음을 옮기는 형부...천사같이 웃으며

  "아구...애기. 아직 길도 잃어버려? 밥 있을꺼야 얼른 먹어" 하신다.

 

일 도와주는 이가 챙겨준 점심 맛있게 먹고 나서

  " 아까는 배고파 죽겠더니 지금은 배 불러 죽겠네" 하다가 내 말에 놀라고 말았다.

 

그래...죽음...어쩜 언니에게 언제 올지 모르는 죽음...이 단어를 언니는 얼마나

많이 되짚어 보고 있을까.

 

세 자매 중 막내인 동생의 검사...혈액검사 등등에서 다 좋다하더니만 마지막 MRI 검사에서 간에있는 혈관이 너무 복잡하다고 부적격으로 통보를 받고는 나한테는 태연한척 하더니동생에게는 " 이 대로 죽어가는 거구나 " 고 말했다던데.

 

군대에 가 있는 동생의 아들이 이모를 위해 간을 내어 준다고 하여 다시 검사결과를 기다리는 언니의 마음은 오죽 하랴만 절대 내 앞에선 웃음을 잃지

않는다. 그러나 봄비 내리는 목요일 저녁에 걸려온 동생의 전화로 얼마나 언니가 힘들어 하는지 알고 있건만...

 

  " 작은 언니...큰 언니가 전화해서 동현이껀 절대 받지 않는다고 하네. 나도 다른 병원에서 알아볼 필요 없다고 하면서 여러 사람 힘들게 하지 말고 하라는 대로 하는 게 좋다고 했고, 동현 아빠가 조카가 그런 마음먹게 된 것도 다 하느님 뜻이니 검사 결과가 잘 나오면 기쁘게 받으시라고 하면서 억지로 설득했어."

 

그래. 우리가 무얼 하겠나. 하느님 뜻에 맡기기로 해야지. 동생도 아직은 어려 보이는 아들이 큰 수술하게 되면 그 마음은 오죽할까?

 

이런 생각하며 잠시 창밖의 언니가 말하던 벚나무에 눈을 막 두는데 언니가 살며시 옆에 와 웃으며 내 손을 잡는다.

  " 윤중로에 벚꽃 보러 갈래? 늦어서 그림은 못 그리겠구 그냥 보고 오자."

 

사실 난 보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지만 언니는 속으로는 많이 가고 싶은 눈치였다. 그러고 보니 걷기도 힘들 것이고 형부는 운전도 할 수 없는 몸이고 여의도에 살면서 방송에 나오는 윤중로 벚꽃 소식을 듣기만 해야 하니 얼마나 그리웠을까 싶어서

 

" 그래...언니 보러 가자. 언니는 여기에 사니 전에 많이 보았겠지만 난 아직 못 봐서 보고 싶다."

 

너무나 좋아하는 언니를 태우고 국회의사당 뒤로 가니 다섯 시가 넘어서인지 붐비지 않았다. 원래 감수성이 풍부한 언니...그러나 그런 마음을 맘껏 내어 놓지도 못하고 우리들을 위해 어린 시절을 보내던 언니...

" 상덕아...저 나무 가지의 선들 잘 봐봐. 다른 데 것 하고는 좀 다르지? 참 멋있지?

그리구 난 활짝 핀 것도 좋지만 저렇게 봉오리로 진한 색일 때가 더 좋더라.

너는? "

 

난...속으로 대답한다.

  "그럼...활짝 핀 꽃은 곧 떨어져 바닥에서 밟히고 말껄...조금이라도 오래 보면 좋지. 보내는 건 싫거든....."

 

언니는 무척 행복해 보였다.

 

" 저 밑에 노란 개나리들과 잘 어울린다. 그치? 강해도 자연색이라 좋아. 너 또 와서 두 가지 색에다 저 멀리 아파트와 강물 흐리게 배경으로 넣어 한 번 그려볼래? "

 

" 응......."

 

언니는 마냥 행복하게 웃으며...

"..근데...너 왜 요즘 자주 와서 나한테 잘해주니? ㅎㅎ 내가 죽기 전에 잘하느라 그러지?......"

 

속으로 난 울고 또 울었다.

 

그래...그동안 난 언니를 지척에 두고도 자주 만나질 못했다. 명절이나 무슨 일 있을 때나 잠깐 만나고...얼마나 내 삶이 중요하다고...무엇에 빠져 날 끔찍이 위하는 언니를 자주 보지도 못했던가...어쩜 얼마 남지 못한 언니의 삶...이제와 매일 본들...안타까워한들 ...좀 전에 언니가 잠깐 스치던 말...

" 너 이제 자주 오면 안되겠다. 옛날처럼 다시 정들면 어떻게 하니?ㅎㅎ "

했듯이 만일 잘되지 않으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이렇게 둘이 한 윤중로의 벚꽃 빛 행복을 해마다 어디서 찾는단 말인가...?

 

젖은 핑크빛 데이트를 마치고 들어와 잠시 둘이 누웠다. 이렇게 누워보는게 얼마만인가...

 

" 상덕아...잠깐 잘래? 이리와...이리. 자장 자장...ㅎㅎㅎ 야...너 그전 보다 좋은데...쿠션이 생겨서 좋아. 그러니까...잘 먹어. 억지로 살 뺄라 하지 마.ㅎㅎ

너 오늘 일찍 가야하니? 저녁 먹고 가." "응...언니."

 

우리가 이렇게 있는 동안 형부는 매일 더듬더듬 30 분 넘게 걸어가시는 여의도 성당에 십자가의 길 돌며 하는 기도드리러 다녀 오셨다.

 

나도 속으로 몇 번이고 외친다.

 

" 하느님...언니 다시 건강해지도록...이 따스한 숨소리 거두지 않도록... 우리 세 자매 그리고 모두 두 손 모아 기도 드리오니 길을 열어주소서. 아멘. "

 

 

 

<간이식 수술> (2004. 5. 17)

 

 

그래도 시간이 흘러 새벽이군요.

요 몇일은 두배가 되어도 모자랄 시간, 그러나 몇 시간 전부터는..어떻게 이 시간을 보내야 하나 모르겠습니다. 마무리 해야 할 그림 다 하지 못한 채 이렇게 성가도 불러보며 또 주기도문도 외어보며 그냥 옛날이 떠오를수록 불안하여 어쩔 줄 모르겠으니 이럴 때 밤은 더욱 야속합니다.

 

내일, 아니 오늘 아침부터 언니가 수술을 받는다고 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내 동생의 아들이 큰 이모 살린다고 군대에서 어렵게 나와 병실에서 아침을 가까이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아플까...어린 것이....

 

요즘은 간이식수술 잘 한다고 하지만...그래서 요 며칠 매일 매일 언니한테 다녀 올 때만 해도 언니와 동생과 나 셋이서 옛날이야기 하며 우리 어릴 때처럼 웃어가며 이야기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랬는데...

 

지난 점심때부터 언니가 금식해야 한다니 정말 수술 하는구나 생각이들고 그래서 누웠다 앉았다 어찌해야할 바를 모르겠다.

 

서너 시가 지나 딸을 데리고 백화점에 갔다. 내일모레 나의 첫 개인전시회 때 필요한 것 살 것도 많건만 눈에 들어오지 않고, 언니와 조카 옷을 제일로 사고 싶지만 당분간은 환자복 말고는 필요없겠고...

내일 아침 의사 선생님을 만날 사람들 내동생 옷과 장한 기증자의 여동생인 조카의 원피스, 그리고 아침 일찍 담당 선생님들께 다시한번 인사드리겠다는 내 아들의 셔츠와 고운 색 타이를 샀다. 깨끗하게 옷 입은 식구들을 보는 의사 선생님들의 기분이 더욱 산뜻하실 것 같아서...우리 언니 수술에 한 점이라도 더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여기 들어와 몇 자 적으니 좀 낫다. 잠을 자야 되는 것인지...

 

세 시간 후에 조카에게 전화해주어야지.

그리고 언니에게 전화해주어야지

많은 분들의 기도가 있으니 잘 될꺼라고...

 

 

  이렇게 17년 전 언니는 많은 사람들의 기도와 응원으로, 훌륭한 외과 의사선생님으로부터 간이식이라는 큰 수술을 잘 받았다.

 

 지금까지도  면역억제제를 먹어야 하는 언니는 수술 후 대대적으로 온 집안을 소독하고 한동안은 과일도 전자레인지에 돌린 후 먹었다.  그렇게 만사 조심을 하였는데도 사이사이 큰 페렴 등으로 고비를 넘기고 남편의 심장이 갑자기 멎어 하늘나라로 보내는 큰 어려움을 견디며 버텨왔지만, 몇년 전부터는 파킨슨 증세가 시작되더니 점점 심해지는 것 같다. 이제는 약을 먹고도 손이 심하게 흔들고 머리도 움직인다. 손도 손이지만 같이 사는 언니의 막내딸 내외, 그리고 초등학교 고학년인 손녀의 눈치 아닌 눈치를 보는 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지는데, 그래도 17년 넘게 잘 관리하여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게 버텨주는 언니가 한없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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