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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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3)잊지 못할 따뜻한 '이웃사촌'                                   청초 이용분 (7회)

 

 가을이라 찬바람이 으스스 옷깃을 스치니 공연히 이제는 멀어져 간 이웃 친구 생각이 절로 난다.

옛말에 몸이 멀면 마음도 멀어진다 하였던가... 그녀와 나는 동갑인데다 약 십삼 년간 앞집과 뒷집에 붙어산 인연으로 아주 친밀했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그녀는 남의 아이들 가르치려다 자신의 아이들의 교육을 그르치겠다면서 과감히 사표를 내어던지고 집에서 아이를 키우고 살림을 택한 친구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다음 밥 수저만 놓고 나면 서로의 집 앞 넓은 정원의 잔디 속에 난 풀을 함께 뽑기도 하고, 매일 머리를 맞대고 앉아서 주로 아이들 이야기, 결혼 선배인 나의 육아 이야기. 그 당시 젊은 시절이었지만 지난날 자신의 늦 결혼 이야기, 형제자매가 많았던 그녀는 자기가 크던 시절의 부모 형제들 이야기, 그리고 형제들의 근황, 커가는 아이들의 첫사랑편지 이야기 등 끝이 없는 화제들로 우리는 심심할 겨를이 없었다. 덕분에 그의 시댁에서는 물론 친정 쪽 집안에서도 내가 마치 형제인 양 안부를 묻고 관심을 갖는 사이가 되었다.

 

 삼사십 대 한창 좋은 시절을 매일 이렇게 정담을 나누면서 보냈다. 엄동설한 추운 겨울날이면 연탄을 때어 따끈한 아랫목 이불 속에 발을 넣고 마주 앉아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토마스 하디의 '테스'는 읽었는데 '트르그네프의 첫사랑' 을 읽었느냐... 동네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일상적인 이야기 아닌 지금까지 읽은 여러 장르의 문학 이야기를 하며 서로의 느낌을 나누면서 낭만을 공감했었다. 서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문학적 소양이 풍부하여 작가가 될 사람이 아무래도 상대 쪽이라며 서로를 보고 글 좀 써 보기를 권하였는데 어쩌다 보니 내가 글을 쓰게 되었다.

 

 저녁나절 시장도 매일 함께 보러 가며 그냥 실없이 웃기는 이야기를 서로 주고받으며 장보기도 즐겁게 그렇게 한 시절을 보냈다. 늦게 결혼을 하여 나이가 어린 두 딸을 키우던 그 친구는 한참 커가는 세 아이를 키우느라 상대적으로 많이 산 김치 거리 등이 무거운 나의 짐을 항상 들어다 주곤 하였다.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서도 자기가 살아온 평생 동안 나와 이웃해서 살면서 스스럼없이 마음속 이야기를 모두 터놓고 나누던 그 시절이 자기의 일생 중에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노라고 말을 한다. 그 집에 일을 하러 온 사람들도 나를 알고 전화를 걸 때면

"00어머니세요?' 하고 아는 척을 한다.가족 이외의 누구엔가 깊은 신뢰를 받고 신뢰를 할 사람이 있다는 게 너무나 소중한 행복이다.

 

   먼 사촌 보다 가까운 이웃이 났다는 말이 꼭 맞는 것 같았다. 자기가 아는 한 주변의 어느 누구보다 내가 아이들을 제일 잘 키우는 것 같다면서 과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단독주택이라 부득이 집을 비우고 외출을 하게 되면 뒷담 넘어 우리 집을 넘겨다 보아주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와 대문이 잠겨서 못 들어가면 추운 겨울 날 우리 아이들을 자기 집에 들여앉혀 놓고 내가 올 때가지 맛있는 간식을 주며 보살펴 주던 고맙고 마음씨가 더 없이 따뜻했던 친구...

 

 너나 없이 곤궁했던 시절 점심나절 따끈한 애호박전을 지져서 담 넘어 나를 불러서 제일 먼저 전해 주던 다정한 친구...

자기 집 앞 마당을 정원석으로 예쁘게 꾸밀 때 그 당시 귀했던 하얀 영산홍꽃 모종을 나누어 주던 세심한 친구...

그 옛 시절 연탄불이 꺼지면 스스럼 없이 항상 빨갛게 불이 붙은 연탄을 건네주던 착한 친구...

아이들이 초등학교 시절 보리혼식을 권장 할때 망서림 없이 이른 아침 보리밥을 퍼서 도시락에 가득 채워 주던 넉넉한 친구...

젊은 시절 한때 그 친구가 자궁외 임신을 하여 하혈을 하며 정말 위급할 때 누구 보다 나를 먼저 불러 의논을 하고 여읜 손을 내 밀었던 친구...

 

 몇년전 내가 '한국문인협회'에 정식문인으로 등단을 했을 때에도 그 친구는 제일 먼저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좋은 글을 많이 쓰라면서 거듭 격려를 하였다. 이제 하루하루 더 나이가 들어가니 삼십여 년 전에 나누었던 그 많던 정다운 이야기도 모두 추억 속에 만 남아 잊혀져 간다.

 

 더구나 그 이후 그 친구는 고치기 힘든 난치성 호흡기병에 걸려 그만 세상과 문을 닫고 두문불출을 하며 오직 병 고치기에만 전념하는 듯 전화 소식조차 듣기 힘든 정황이 되었다. 요즘처럼 코로나19의 만연으로 위험 천만의 시절...

이제는 멀리서 서로의 안위만이 염려된다. 날이 궂은 날이나 이런 쓸쓸한 가을날이면 지난날 이웃의 다정했던 그 옛 친구가 더욱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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