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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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30 18:19

바람눈 / 이장복(2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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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바람눈

 

 

‘북서울꿈숲’의 벤치에 앉아 있는 나의 얼굴에 동무인양 따사한 햇살을 얹진 바람이 부드럽게 내려앉고 있다. 겹겹의 구름을 뚫고 江山을 건너고 넘어 숲 사이로 햇살을 타고 오는 바람소리에 행여 실려 오는 님의 마음인가 하여 나의 머리와 가슴을 살짝 어루만져 본다. 4월의 부드러운 바람이 실어온 무엇인가를 갖고 내 앞에 슬그머니 나타난 듯하여 기대감을 더해 준다. 아마도 300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애틋한 사연을 바람 등에 태워 보낸 것이었을까 그 먼 곳으로부터 그녀의 마음이 전해지는 듯하다.

 

오다가 산비탈에 미끄러지거나 나뭇가지에 걸려 상처 나는 일이 있더라도, 힘들고 지쳐서 강이나 바다에 빠지는 일이 있더라도, 그것을 괘념하지 않고 오르지 만나서 옛이야기를 하며 내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할 일념으로 고난을 헤치고 내게 왔을 것이다. 이것저것 네 마음에 업고 들고 오면서도 무겁다는 불평조차 사랑으로 녹이며 가벼운 마음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잰걸음으로 조용히 찾아왔을 것이다.

 

나는 네가 갖고 온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며 영사기를 돌려본다. 필름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그것을 보면서 그녀는 “나에게 그동안 기쁘고 좋았던 일과 슬프고 어려웠던 일들을 긴 이야기로 펼쳐놓고‚ 그때를 회상하며 만감이 교차하는 듯 하늘을 스쳐다보기도 하고 나를 어루만지기도 한다. 그러면서 나의 등을 두드리며 적절한 휴식을 취하고‚ 운동하면서 책과 글을 가까이 하며‚ 정신적•육체적인 건강을 유지하라는 고언과 나이에 맞는 희망의 에너지를 사용하라는 말과 함께 사랑한다”는 말도 잊지 않고 이어 갔다.

 

기억과 상상의 영상을 갖다 준 바람이 좋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좋은 소식’이든 ‘나쁜 소식’이든‚ ‘좋고 나쁜 추억’이든 상관없이 바람이 기다려진다. 반면에 ‘나쁜 일’이든 ‘나쁜 추억’이든 번민과 괴로움을 모두 바람에 날려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한편 마음과 몸이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너와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 지는 지금이 그렇다. 너는 단순한 친구가 아니다. 외로운 나에게 믿음과 사랑을 주며 삶의 희망이 되는 친구이다. 햇살과 숲과 푸르고 둥근 하늘과 함께 있는 나에게 추억을 실고 오는, 아니 소망을 실고 오는, 게다가 새로운 정신으로 무장할 수 있는 생각과 감정을 실고 오며, 꿈을 주는 네가 있어 더욱 지금이 좋다. 오늘 이런 자연과 함께 벤치에 앉아 있다는 것이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하다

 

4월 바람은 대부분 귀찮게도‚ 화나게도‚ 기분 나쁘게도 하지 않으면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인정이 있고, 따뜻함이 있고, 붙임성이 있다. 그래서 일부러 바람을 만나려 경계 없는 자유공간에 나와 있다. 오늘 같은 바람은 끊어짐이 없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나의 감각을 매만지며 말을 건다. 내가 그 말에 대꾸하며 하루 종일 얘기해도 모자랄 것 같은데 나는 묵언으로 대답한다.

이심전심으로 바람과 나는 소통하며 너의 마음이 어떤지 이해하려고 한다. 시끄럽지 않아서 좋다. 유난스럽지 않아서 좋다. 추억과 생각을 갖다 주니 좋다. 화려하지 않고 수수해서 좋다. 부드럽고 친근하게 말해 주어서 좋다. 다정하나 생색내지 않고 순수해서 좋다. 이것이 너를 사랑하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바람은 이런 나의 마음을 미리 알고 있는 듯 나를 계속 쳐다보고 볼을 만지며 미소 짓는다.

 

“그렇게 생각해 주어서 고맙다는 뜻으로 나에게 더욱 밀착한다. 더 할 얘기가 있으면 해보라는 것 같다. 너는 무엇이든 다 받아준다는 뜻으로 아니 무엇인가 더 기대하는 듯 얼굴과 목을 부드럽게 곡선을 만들며 몸을 차근차근 내밀면서 내게 아주 다정하고 고분고분하게 다가온다.”

“너의 사랑의 향기가 내 마음 속까지 스며들어 유연해진 나에게 숨김없이 다 고백하라고 유혹하는 것 같았다. 너는 무슨 얘기든 아무 상관하지 않고 받아드리려 한다는 것을 내게 알려주는 듯 했다.” 문제는 ‘나’다. 말의 대가를 지불하지도 않고 아무 생각 없이 이것저것 다 말 할 수 있는 나에 대한 두려움이다.

 

즉 절제하지 않고 염치없게 노력함이 없이 마구 말하는 마음인 것이다 그러면 너는 나를 바보로 바라보지 않을까 아니면 칠푼이로 생각하지 않을까 자연과 인간 간에도 기다림이 있고 예의가 있다는데 말이지. 싫어도 싫다고 못하고, 좋아도 좋다고 못하는 반면에 나빠도 나쁘다고 못하고, 손해 봐도 손해 봤다고 못하는 내성적이면서도 속이 넓고 너그러운 너다

그런 성품인데 내가 그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아예 무시하고 그런 성격에 맞게 언행을 하려고 시간을 들이지도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말만 쉽게 말한다면 “나는 나로서 너를 만날 자격이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지, 또한 오늘처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부드럽고 상냥한 애인 같은 너와 함께 앉아 있을 수 없는 일이지.” “바람아! 너를 통하여 마음의 평안을 찾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너와 함께 사는 사회도 안정되고 즐거워지지 않겠니.”

 

나도 생각을 자제하고 말을 절제하여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다짐하는 것은 “바람아! 너는 나와 함께 어울린 삶의 모퉁이에서 숲에 기대어 소리 없이 울고, 때로는 너의 과격하고 직설적인 울부짖음의 보이지 않는 너의 강력한 힘이 나의 마음을 자극하여 내가 가야할 길을 선택하도록 영향을 주고 있어서 그러잖니.”

그 길로 가는 길은 “나 자신이 내속에 쌓여있는 마음을 다 끌어내어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것은 감히 함부로 무슨 말이든 고민의 노력을 하지 않고서는 쉽게 말할 수 없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너의 순수한 마음 때문이다. 받아들인 것을 감추는 법이 없고 모두 공개해 버리는 솔직한 성품을 갖고 있어서다. 마치 “앵무새처럼 남의 말을 그대로 옮기고 퍼뜨리잖니” 아니 조심성 많은 너를 앵무새에 빗댄 표현이 잘못 되었나, 다시 말하면 “이 사람에게도 저 사람에게도 똑같이 찾아가 그 전에 있었던 대로 부드럽게 얼굴을 맞대고 이런 저런 대화로 마사지를 하잖니” 그래서 한편 말하는 것이 조심스럽다. 그렇다고 네가 공감해주고, 배려해주는 마음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너는 인정도 있고, 이해심도 있고, 감사하는 마음도 갖고 있다.

 

그것이 비난하는 말이건, 자기만을 위하는 말이건, 때로는 빈번한 좋은 말에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최소한 말하지 않으면 답답해서 참을 수 없어 내뱉는 일도 있다. 내 나름 그것을 표현해도 괜찮다고 생각되는 꼭 해야 할 말을 했더라도 내심 자책감이 조금이라도 든다면 내 양심상 그것은 철이 없는 짓이다. 철없이 구는 것 같아 부끄러운 일이다. “바람아! 너는 솔직하고 대담하잖니, 그래서 곧이곧대로 받다드려 그대로 그것을 모두에게 부드러운 가슴을 열어놓잖니, ‘나는 때로는 그것이 나의 자유를 제한하여 마음을 옥죄기도 하지만 이것이 나를 성찰하게 하고 부끄러움을 알도록 단련시키려 하는 너의 마음을 읽고는 고맙다’는 생각이 들면서 생각이 깊어진다.”

 

“바람아! 너는 유연하게 내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가며 내가 깊게 생각하고 넓게 볼 수 있게 지혜를 갖고 세상을 살아가라고, 또 때와 경우에 따라서 슬기롭게 처신 하도록 앞을 인도해 주는 예감적인 눈을 가지고 있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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