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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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자연과 휴식

 

 

오늘 날씨는 ‘호랑이 장가가는 날’처럼 비가 오다 말다하고, 바람도 강렬한 음악처럼 매섭게 불었다가 멈췄다가 불고, 구름도 벗겨졌다 꼈다 하는 날이다.

나는 해발 2~3백 미터 쯤 되는 산과 언덕의 숲이 바람에 의해서 흔들이는 모습이 마치 숲속의 나무가 춤을 추는 것 같이 느꼈다. 푸른 나뭇가지가 바람이 불어가는 방향으로 나무의 머리와 몸통부분의 상반신이 부르르 떨면서 굽히고 앞으로 움직이며 나가는 듯이 보이고, 약하게 불면 푸른 나뭇가지의 굽힌 머리를 조금 펴면서 푸른 나뭇잎이 약하게 부르르 떨고 있다. 바람이 강하게 불다가 갑자기 멈추면 푸른 나뭇가지가 바람이 불어가는 반대방향으로 뒤로 젖히는 듯하며 원래 상태로 되돌아와 바르게 가만히 서 있다. 이처럼 바람의 지휘에 따라 나뭇가지는 반복해서 춤을 추고 있는 것 같았다.

 

길게 누운 능선과 그 아래 서 있는 큰 나무들 옆으로 잎과 나뭇가지가 많이 달린 작은 나무는 마치 푸른 날개 같았고, 그것은 또한 팔을 내려놓은 것 같았다. 능선의 길이가 3~4백 미터 되는 언저리에 길게 누워있는 지형은 거의 일직선에 가깝고 능선과 그 능선아래에 푸른 나무들이 늘어서 있는데, 능선의 양쪽 끝부분에는 무성한 나무들이 빽빽하게 서 있고 능선 가운데는 나무와 나무들이 성기게 서 있어서 멀리서 보면 그 무성함과 성김이 나타내는 어둠과 밝음으로 마치 반 타원형으로 보인다. 이를 배경으로 나무들은 춤을 추고 있는 것 같았다.

 

다시 말하면, 나는 북숲(북서울꿈의숲) 카페3단 마루 의자에 앉아서 회색 막을 친 대형 하늘을 배경으로 강렬한 음악이 흐르기 시작하며 空中무대에 활엽수로 촘촘하게 들어서서 ‘녹색조로 출연한 주연배우’들을 보게 된다. “이들은 들숨을 깊게 마시며 제자리에 까치발로 서서 몸짓을 하며 일직선에 가까운 군무 대열을 만들면서, 이내 어깨는 움칫움칫하고 몸 아래로 푸른 날개를 반쯤 펼쳐 손동작을 자유롭게 한다. 그리고 큰 반 타원형 대열로 만들면서 몸은 앞으로 기울이고 머리를 숙여 춤동작을 취하되, 크고 작은 보폭으로 유연하게 스텝을 밟고, 멈추는 듯하며 때로는 빠르게 앞으로 나가다가, 굽힌 몸을 다시 뒤로 펴면서 숙인 머리를 뒤로 젖혀 똑같은 보폭으로 뒤로 스텝을 밟으며 탄력성을 찾은 듯 무대에서 똑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나는 이렇게 회천강灰天江에서 온 몸으로 육중하고 입체적이면서도 소박하게 추는 숲의 춤사위 풍경을 보게 된다.

 

이어 하늘이 맑아지면서 회색 막을 걷어내고 푸른 막을 친 대형 하늘배경과 공중무대인 靑天江에서 똑같은 동작으로 群舞를 하며 관객의 시선을 한곳으로 모은다.

 

안무 지휘자인 “바람 북소리에 맞춰 초록 모자를 쓴 소리꾼들이 푸른 옷을 입고 서로 똑같이 춤추며 내는 푸른 물결 소리는 일치된 소리요, 서로 어우러진 화음이요, 시각적 소리로 흥미로운 파문이 내 마음에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이와 동시에 공중무대 아래 햇볕에 빛나는 月影池는 여러 개의 분수에서 물기둥을 품어 올린다. 물기둥에서 사방으로 흩어지는 물방울은 빛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아치형 무지개로 수를 놓으며 푸른 하늘에 색색으로 산화되며 오르는 장면은 장관을 이룬다.

반면에 연못 속에 한가롭게 노니는 잉어와 그 가족은 조용한 사색의 시간을 방해받았는지 분수대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 즉 활동범위가 좁혀진 생활공간에서 불평 한 마디 없이 생각에 잠겨있는 듯 조심스럽게 천천히 유영하고 있다. 더구나 어디선가 날아오는 오리와 그 가족들 그리고 뚜벅뚜벅 물속을 걸어 다니거나 연못의 어느 돌 위에 서서 길게 내민 입과 긴 목을 치켜들고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고 있는 왜가리(백로)는 연못의 물총전투에 참전하지 않고 있다. 기계문명의 발달은 인간과 다른 생명들에게 상반된 자유와 평화를 주고 있어 좀 씁쓸한 생각이 든다.

 

회색 막을 치면 무용수가 즉흥적으로 신나게 춤을 추고, 다시 회색 막을 거두면 춤을 멈추다가도, 배우의 심사에 따라서 어느 시간은 맑게 갠 날도 녹색조가 빛나는 군무를 한다. 이는 바람 음악에 맞춰 지휘자와 단원이 연인인양 서로 끌어안고 입 맞추며 한 몸 되어 추는 정열적인 장면의 연출이다.

관객인 “나는 푸른 산 멀리 하늘을 바라보며 건장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몸짓으로 열연하는 배우들을 만나 감상의 시간 속으로 빠져 들어가게 된다.” 배우의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전부 보기위해 상당히 떨어진 의자에 앉아 여유와 낭만을 느끼며 자연과 하나가 되는 시간이다.

 

風雨의 동행이 끝나자 “배우들은 부동자세로 서서 고개를 들고 팔을 몸에 붙이고 관객을 향하여 푸른 미소로 끝인사를 대신한다.”

그 틈에 조연으로 출현한 “참새들이 후루룩 날아와 무대에 앉아 노래 부르다가 눈을 관객과 마주하며 유치한 동작으로 오뚝오뚝 재미와 긴장을 신명나게 선사하고, 관객 쪽으로 더 가까이 다가와 관객의 기쁜 마음을 슬쩍슬쩍 훔쳐보더니, 저도 한껏 흥이 돋았는지 고개를 이리 저리 저으며 가벼운 춤동작으로 피날레와 여운을 남기며 푸른 나뭇가지 사이로 하나 둘 퇴장한다.”

 

좀 쌀쌀한 낮에 저쪽에서 따끈한 커피 사든 열혈 관객들의 얘기 소리가 들린다. 감상발표 시간인 것 같다. 세속의 번뇌에서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마음이 편안하고 차분해지며, 지휘자에 저항하는 숲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고 오히려 숲의 순응하는 삶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것은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을 파악하고 대응하는 숲의 삶의 자세이기도 하다. 숲이 살아가는 방법에 나의 마음은 어디론가 끌려간다. “그곳은 낮은 곳, 내가 가야하는 곳이다.” 그러니 인간의 마음속에 번지는 감동이 이런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하늘의 마음은 구름 장막을 치는 날은 편치 않다. 좀처럼 편안한 마음을 보이지 않는다. 무대 활동이 끝나도 밝은 마음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잠시 후 회색막이 걷히며 하늘마음이 밝아지는 듯하다, 다시 회색 막을 치고 지휘자와 이별한 하늘마음은 어두워지고 섭섭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도 숲속의 또 다른 음악회가 열리는 듯 각종 새들의 노래가 귀를 쫑긋 세우게 하고 있다. 잠시 후 푸른 나뭇가지 사이로 다시 “지휘자가 나타나 부드러운 지휘에 따라 부드럽고 낮은 소리로 노래하는 직박구리와 휘파람새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뻐국새 와 좀 거친 듯 높은 소리로 노래하는 까치 등의 목소리도 들린다.” 그래도 하늘마음은 맑은 기분으로 돌아올 줄을 모른다. 서로 소통이 안 되는지 각자 자기 맘대로 행동한다. 그들만이 아는 하늘의 낌새를 보고 알아차리는지 알 수는 없다. “하늘과 지휘자와 주연과 조연배우 들이 각자의 자기 영역에서 독자적으로 연출한다.”

 

그들은 독립적인 개체로 활동하면서 남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자기 역할 이외에 남의 영역에 관여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때가 되면 물러날 줄 도 안다. 그래도 관객은 하나로 맥락이 연결되는 장면을 관람한다. 자연은 그런 것 같다. 의식적으로 서로 소통하는 장면을 볼 수가 없다. 소통이 없어도 각자의 행위는 하나로 보인다. 마치 그들이 마음을 맞춰서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게 “인간과 다른 자연의 이심전심의 마음이요 자유로운 조화이다.”

 

자연의 조화는 의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미 계획 없이 창조되고 예정되어 있는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관객 앞에 나타난다. “주연배우는 모진 비바람의 시련에 좌절하지 않고 고통을 부드럽게 춤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그래서 관객은 호기심으로 감상하게 되고 자기 나름의 생각을 다양하게 키워가게 된다. 숲속 의자에 앉아서 볼만한 자연의 무료영화 한 편을 보는 것이다. 부담 없이 진지한 마음으로 관람하고 때로는 스펙터클한 광경도 체험한다.

 

이제 “내 마음은 춤추는 푸른 나무의 무대이고,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 둥실둥실 떠가는 공중이고, 부드러운 바람이 휘감아 도는 밭이고, 새들의 노래 소리가 울리고 있는 콘서트홀이니” 이만한 휴식을 어디서 만끽하랴. 지금은 관객들은 모두 떠나고 숲과 하늘도 휴식에 들어가는 시간이다. 다른 생명들과의 삶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 그들은 그들의 건강하고 소박한 삶을 미리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 속 ‘징검다리 같은 휴식‘을 통하여 지금 마음이 편안하니 다음 건너고 넘어가는 길에 힘이 되리라. 이게 “너와 내가 함께 살아가는 일련의 삶의 조화이고 평화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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