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심우心雨
맘을 적신다.
테이블과 의자를 괜히 축축하게 해놓는다.
잔비 소리
왠지 가슴 아픈 소리
맘이 가라 안는 소리 외엔 아무 소리도 없다.
제 딴엔 봄을 재촉하는 소리
하늘과 땅만 그 마음
누군가의 심난하고 서글픈 맘
땅에 기어 다니는 드문 고양이도 없고
우산 쓴 사람만
그것도 가끔씩
무질서한 이슬비 공간뿐
온통 빗줄기
온통 검은 하늘
마룻바닥에도 콘크리트 바닥에도
얄궂은 빗방울은 빗물만 때리고
얇게 고인 맑은 빗물엔
파문이 인다.
겹겹의 수많은 물결 일렁임 대신
폭이 성긴 찹찹한 동심원 퍼지고
집안을 서성거리는 묵언에
천장에 매달린 전등불
진한 허상 유난히 밝다.
펜을 쥔 생각하는
외롭게 고개 숙인 실상 앞에
무슨 생각 무슨 표현
속 비에 젖는다.
조금 꺼낸 사나운 심사
빈 테이블에 가진 생각이 차려진다.
맛없는 생각도
맛없는 입맛도
이 생각반찬
저 생각 국
쓸쓸한 차림
생각과 생각의 비빔밥이 되어간다.
이 밥 저 밥
다 치우는 웅성웅성한 빈 소리
상상이 생각을 먹는
씁쓸한 생각
한 곳에 응시한 눈
테이블을 별빛 내듯 때리는 빗방울
뺨에 흘러내리는 슬픈 눈물인 양
속 비는 흑흑 울고 있다.
속 비 맞으며 서있는 저기 호박넝쿨
어둠에 구멍이 숭숭 뚫린 철망 붙잡고
떨어지지 않으려 애쓰는데
황금으로 빛나는 호박꽃
검은 구름에 가려
달맞이 못하고
안타깝게 서성이고 있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바람소리에
놀란 구름 저만치 비껴가고
태양 맞이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