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칼립투스* 나무로부터 온 편지
신현숙
당신의 어깨를 걸치고 몇 십 년 함께 살고 있지요
잔설 앉은 귀밑머리 쓸어 올리면
민들레 뿌리로 몸살을 앓고 있는 마당이 보여요
초저녁 집으로 들어 온 노을을 안고
당신이 문득 내게로 시선을 던지면,
알고 있나요
나의 손이 파르르 떨고 있는 것을
들리지 않는 질문을 당신에게 던져 놓고
불 켜진 저녁을 봅니다
어릴 적 딸의 비누방울 물놀이와
당신의 발이 늙어 가는 모습 사이로
밤하늘의 별들이 사라지고,
시간이 익어가는 바람이
먼저 풀꽃을 뉘이면
늙은 여자의 손 같은 잎들이 마당 가득합니다
어제는 마당에서 비질하는 당신을 보았지요
나의 그늘로 당신이 살아 내듯
당신의 비질로 나 역시 한 계절을 살아냅니다
관절이 힘을 잃어 당신은 나의 마당에 누웠지요
나는 그저 당신의 울타리이지만
어느 날
내가 만든 풍경이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유칼립투스 ; 호주에서 가장 널리 재배되는 나무로 코알라의 먹이로 잠이 들게 하는 성분이 있다.
이 나무 아래에서 키스하며 고백하면 사랑이 이루어 지고 그 사랑이 오래 간다는 전설이 있다
여기 시드니는 록 다운이 거의 두 달이 되어 힘듭니다
한국에 계신 동문님들도 힘드시죠 제가 보낸 한편의 시 편지가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