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문학상

선농문학상

2021.08.13 14:43

우리집 고양이들

조회 수 6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아침 6시 45분, Alarm이 운다.

Summer time 해제로 전 같으면 새벽 4-5시 쯤 되어보이는 어스름한 새벽이다.

부엌에 나와 밖을 내다보면 벌써 빚쟁이처럼 와서 웅크리고 앉아 기다리는 검은 고양이 두마리.

날씨가 써늘해지니 그 모습도 무척 쓸쓸하다.

 

옛날에는 아침에 검은 고양이 보면 재수없다고 길을 돌아가던 남편이였다.

그런데 지금은 아침 저녁, 어느때는 낮에 새참까지 고양이 밥 주는것이 낙이 되어버렸다.

남편은 "이~이~ 익~ " 하고 이상괴상한 소리로 고양이를 불러대며 고봉으로 밥을 담아 준다.

"나비야~" 하는것도 아니고...

 

남편이 즐기는 일이라 내가 먼저 일어나도 나는 밥을 주지 않는다.

고양이는 컴컴한 어둠속에 궁상맞게 쭈그리고 앉아 바깥 주인이 어서 일어나기만 기다린다.

 

커피는 내가 만들면 맛이 없다.

내가 잠을 잘 못자는 편이라 커피는 물론, 몸에 좋을것 없다는 설탕도, Creamer도 인색하게 넣으니 맛이 좋을리가 없다.

 

한창 젊은 나이라 입맛이 좋은 큰 아이 앤디가 무엇이던 펑펑 넣어 커피를 제일 맛있게 만든다.

그 다음엔 남편이라 그 커피를 얻어먹으려고 나는 매일 기다린다.

아침이면 남편은 항상 내 커피를 먼저 만들어야할지 고양이 밥을 먼저 주어야할지 망서린다.

 

나는 가끔 고등어 대가리, 치즈, 빵 쪼각을 고양이에게 주어보는데 그들은 이런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도둑 고양이인 주제에 떨떠름한 눈치로 여기저기 냄새만 맡고 그대로 놓아 두어서 결국은 다 쓰레기 통에 집어 넣고 만다.

 

이들은 꼭 Cereal 같이 생겼고, 생선 냄새도 좀 나는 가게에서 파는 고양이 밥만 좋아한다.

이러다간 남편의 알량한 年金이 고양이 밥 사는데 다 들어가겠다는 생각도 드는데 이러고 사는지도 벌써 일년이 되어 간다.

 

이 고양이들 두마리가 나는 항상 엄마와 아들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데 남편은 아들과 아버지일지도 모른다고 우긴다.

 

나는 원래 고양이가 무섭고 싫어서 가까이 하지 않는다.

그런데 작년 어느 가을날, 검은 고양이 새끼 한마리가 텅빈 마당에 혼자 돌아다니는것을 보니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 가서 매일을 간당간당 사는 작은 녀석 다니엘이 생각나서 고양이 밥을 사오기 시작했다.

 

이 작은 고양이는 밥을 그릇에 담아 주면 다른 큰 고양이가 나타날때까지 먹지 않았다.

이들은 또 한마리가 먹을때는 다른 고양이가 기다려 준다.

둘이 머리를 맞대고 같이 먹으라고 남편은 더 큰, 둥그런 그릇에 밥을 반반씩 갈라 놓기도 하지만 하는짓은 여전하다.

母子나 父子 간이 아니면 그럴수가 없다는것이 남편의 지론이다.

 

그런데 어쩌다 희고 노란색의 예쁜 고양이가 나타나 밥그릇을 차지하려고 들면 두마리는 얼른 바보처럼 도망가서 숨어버린다.

남편은 같이 나눌줄 모르는 못된 놈이라고 노란 고양이를 쫒아 버린다.

그 미모에 그 성깔이면 어디가서도 굶지 않겠다고 쫒아버린다.

그러고나면 주춤주춤 검은 고양이 두마리가 다시 나타난다.

 

언젠가 한번은 Patio Screen 에 뚫린 구멍으로 작은 검은 고양이가 Patio 안으로 들어왔다.

내가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지르니 고양이는 기겁을 해서 나가버렸다.

 

그런데 그때 그 고양이는 얼굴을 못들고, 아주 無顔하고, 미안스런 기색이였다.

고양이가 말을 못하건만 나는 자꾸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 다음 부터는 물론 구멍도 대강 막았지만 다시는 Patio 안으로 들어 오지 않았다.

 

우리집에 가끔 들르는 또 다른 검은 고양이는 자그맣고, 네 발은 새하얗고 예쁜데 이 두마리는 온몸이 그냥 시꺼멓고, 사실 하나도 예쁘지 않다.

두눈만 의외로 에메랄드빛 녹색으로 황홀해서 나는 조금 놀랐다.

 

우리 아이들은 그냥 멋없이 시꺼멓기만 한 이 고양이들이 너무 예쁘단다.

지금은 크고 살이 쪄서 징그럽게도 보이는 고양이들인데도 "So cute." 란다.

 

밥을 주기 시작한것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11/2010)

 

 

 

 

 

 

 

 

 


  1. 뒹구는 호박

    Date2021.09.13 By신비 Views59
    Read More
  2. 심장 질환 예방으로 건강하게 오래 사는 방법은...

    Date2021.09.12 By이신옥 Views138
    Read More
  3. 이것 저것 옛 이야기, 그리고 뒤늦은 은퇴 이야기

    Date2021.09.08 By이신옥 Views119
    Read More
  4. 울타리 선교회 나주옥 목사(17회) - 2021 염치없는 기다림

    Date2021.09.07 By사무처 Views347
    Read More
  5. 고무줄 놀이 *동시

    Date2021.09.07 By신비 Views81
    Read More
  6. 그리운 수필교실(18회 조동란)

    Date2021.09.03 By조동란 Views132
    Read More
  7. 상사화 (18회 조동란)

    Date2021.09.03 By조동란 Views82
    Read More
  8. 진화하는 Covid -19 / 신현숙

    Date2021.09.02 By신비 Views66
    Read More
  9. 눈 깜짝할 새 / 신현숙

    Date2021.08.30 By신비 Views67
    Read More
  10. 51년 전 제자들에게 (18회 용선식)

    Date2021.08.27 By맑은바람 Views144
    Read More
  11. 나의 선생님 강진경(20회)

    Date2021.08.27 By강진경 Views133
    Read More
  12. 밍크 이불에 얽힌 사연 / 신현숙

    Date2021.08.23 By신비 Views135
    Read More
  13. 시네마클럽 100회 기념일(18회 용선식)

    Date2021.08.23 By맑은바람 Views176
    Read More
  14. 바늘과 실의 인연 / 신현숙

    Date2021.08.21 By신비 Views76
    Read More
  15. 빈집 / 신현숙

    Date2021.08.18 By신비 Views66
    Read More
  16. 겨울을 넘는다 / 신현숙 (26회)

    Date2021.08.15 By신비 Views70
    Read More
  17. 우리집 고양이들

    Date2021.08.13 By이신옥 Views61
    Read More
  18. 손톱에 박힌 가시꽃 / 신현숙( 26회)

    Date2021.08.13 By신비 Views96
    Read More
  19. 약(藥)을 선물한다는 것

    Date2021.08.13 By이신옥 Views85
    Read More
  20. 유칼립투스* 나무로부터 온 편지 / 신현숙 (26회)

    Date2021.08.11 By신비 Views10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