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넘는다
신현숙
유리창 가득 반짝이는 성에꽃
흔들리는 꽃무늬
손가락으로 만지면
따뜻해지는 이른 아침
겨울을 넘는다
꽁꽁 언 손으로 물 한 사발 들이키면
텅 빈 위장 춤추며
겨울을 넘는다
양지 끝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강아지
엷은 햇살 등가죽
꼬리로 간지럼 태우면
저절로 공손하게 굽어지는 추위
겨울을 넘는다
눈꽃 먹고 자라는 고드름
밥처럼 생각하며
처마 끝에 앉아 졸고 있어도
따뜻해지는 추위
겨울을 넘는다
유리창 가득 뿌연 자욱
부르튼 손등으로 보듬으면
성에꽃 만발
세월을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