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에 박힌 가시꽃
신현숙
통째로 우는 가시꽃
바다건너 북쪽으로 달린다
숭숭 뚫린 빗줄기, 해진 솜이불 비집고 나왔던 날
루핑 지붕은 펄럭대며 몸서리 쳤고
아버지의 등, 지붕 위에 묶였지
오라버니의 국방색 잠바는
울부짖는 벽이 걸었고
동생들과 나는
엄마 치마 속에 숨어 칙칙한 땀으로 견뎠다
엇박자로 세차게 때리는 모다깃비는
십오 촉 희미한 알전구 아래
밤새 떨고 있는 양동이를 좁은 방에 가뒀고
국어 산수 공책까지 진흙 골목길로 몰아냈다
영미 다리 밑, 황학동 741 번지에 살던
솥단지 밥그릇 양푼 검정 고무신
바람막이로 창문에 매달린 런닝구까지
흙탕물은 닥치는 대로 먹어 치웠다
며칠 후, 미안한 마음 때문일까,
*개부심은 무거워진 진흙을 먹고 사라졌다
몇 십 년 지난 오늘에도
세계 곳곳에서 겪는 홍수 소식으로
손톱에 박힌 유년의 가시
뽑기도 전에 힘없이 부서진다
*개부심 ; 장마로 홍수가 난 후에 한동안 멎었다가 다시 내려, 진흙을 씻어 내는 비
우리 모두 기후 변화의 심각성과 환경을 지키기 위한 자각을 ...
장마와 홍수를 겪었던 어릴적 기억을 떠올리며 시 한편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