뒹구는 호박
신현숙
열기가 찐득거렸던 텃밭 시절
날아 오르는 꿈을 많이 꾼다는 그녀
줄기차게 달렸던 입술
길바닥에 구르는 사랑아
앞마당 가득
노란 꽃술에 취했던 벌들
그녀의 불룩해진 배와 당당해진 주름 힐끗 보다가
허기진 노을 너머로 날아가네
냉랭한 바람 몰고 온 가을에게
야물어져가는 속살 보이는
늦은 저녁밥에 딱딱한 겉 짓눌려도
누렇게 빛나는 시절을 노래하며
검은 솥 안에서 푹 익어가네
달디 단 죽 한 그릇으로
나, 오랜만에 따뜻하게 잠이 들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