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노라마
사는 것이 연극같다는 소리 많이 들어보셨지요? 연극의 3요소는 배우, 희곡, 관객이라고 합니다. 때로는 무대를 합하여 연극의 4요소를 꼽기도 합니다.
18세기 경에 연극 무대를 실감나게 꾸미기 위하여 파노라마 기법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반원형의 무대에 만곡된 배경 그림을 그리고 조명에 의해 입체감을 나타내어 실감나는 무대를 꾸미는 것이지요. 요즘은 연극 무대에서 보다는 사진술에서 파노라마 기법이 많이 응용되고 있습니다. 시원하고 넓게 펼쳐진 파노라마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실제 경치를 대하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킵니다. 그래서 그냥 파노라마라고 하지 않고 파노라마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이라고 합니다. 파노라마 사진은 어안 렌즈를 써서 앞 뒤로 두 세 장을 찍어서 합성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많은 사진을 찍은 다음 전문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하나 하나 스티치(stitch) 작업을 하여 이어붙여 만듭니다. 제가 처음 파노라마 사진을 찍기 위하여 종묘에 갔을 때였습니다. 영녕전 한가운데 삼각대를 설치하고 카메라를 올려 놓은 후 이리 저리 연구하면서 360도 카메라를 돌려 가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해가 있을 때는 역광이 되는 방향으로는 햇빛에 반사되어 사진이 제대로 찍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해가 구름 속으로 숨을 때를 기다려야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관광객들이 지나 다닐 때도 피하여야 하다보니 사진 몇 장 찍은데 자그마치 2시간이나 걸렸습니다.
사무실로 돌아와 스티치 작업을 해보니 사진이 왜곡되어 엉망진창이 되었습니다. 제가 프로그램을 잘 쓸 줄 몰라서 파노라마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줄 알고 하루 종일 스티치 작업을 해보았으나 도저히 파노라마 사진이라고 내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한 장 한 장 사진을 보면 잘 찍었는데 이상하게도 붙여 놓으면 비뚤빼뚤한 사진이 되어 버렸습니다. 다시 연구를 시작하다보니 파노라마 사진은 겹치는 부분이 많을수록 자연스러워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찍은 사진은 양쪽 끝 부분만 겹치게 촬영을 하였거든요. 최소한도 30% 정도 겹쳐야 하고 약 50% 정도 겹치면 훨씬 자연스러운 파노라마 사진이 나온다고 했습니다.
어렸을 적에 어항의 물을 한꺼번에 갈아주어서 한꺼번에 금붕어를 다 죽여 버렸던 기억이 났습니다. 어항의 물은 절반은 남기고 절반만 갈아 주어야 금붕어가 새물에 적응을 할 수 있거든요. 영녕전의 파노라마 사진을 다 망치고 나서 생각했습니다. 인생을 멋진 파노라마로 만들고 싶으면 급하게 서둘면 안되겠구나. 대한민국을 급하게 바꾸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사봉이 망쳐 버린 파노라마 사진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멋진 인생의 파노라마를 만드시려면 조금씩 천천히 이루어 가시기 바랍니다.
왜곡이 심하게 나타난 종묘 영녕전의 파노라마(그림을 클릭하시면 더 큰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검단산의 아침, 다시 한 번 보세요.(그림을 클릭하시면 더 큰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사봉의 아침편지 신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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