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고조 8촌(同高祖 八寸)
추석 명절 즐겁게 잘 보내셨어요? 저는 사흘 내내 바쁘면서도 즐거운 추석이었습니다. 어제 아침 돈암동에서 마을 버스를 탔는데 늘 복작거리던 용문고등학교 학생들이 하나도 안보이더라구요. 가정학습일이었나 본데 운전사 아저씨가 서운한 모양이었습니다. 저는 내일까지 끝내야 하는 중요한 일이 있어서 어제는 `아침편지`도 못 썼습니다. 제가 하는 일 중에 요즘 가장 힘든 것이 XML tagging에 관한 것인데 혹시 주위에 XML 전문가가 있으면 좀 알려주세요. 제가 잘 모르는 것을 하려니 하는 일이 꼭 죽 떠먹은 자리처럼 표시가 안 나네요.
명절에 친척들을 만날 때마다 하는 생각인데 친척들 가운데도 가깝게 느껴지는 사람이 있고, 멀게 느껴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가깝고 먼 정도가 대체로 촌수와 무관하지 않더군요. 부모와 자식이 1촌이니 제일 가깝고, 형제가 2촌이니 그 다음이고, 그 다음은 3촌, 그 다음은 4촌...
촌수 세는 법을 잘 아세요? 보통은 8촌이면 꽤 멀다고 느끼는데 고향에 가 보면 별로 멀지 않은 친척이 8촌이더라구요. 우선 촌수를 세려면 그 사람의 직계 할아버지와 나의 직계 할아버지가 어디서 같은 할아버지가 되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나부터 그 할아버지까지 1대에 1촌씩 더하면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 오면서 1촌씩 더하면 됩니다. 아주 간단한 덧셈 산수인데도 자꾸 헷갈립니다. 그러니까 8촌이라면 위로 4대 할아버지까지만 올라가면 되겠지요. 아버지가 1촌이고, 할아버지가 2촌, 증조할아버지가 3촌, 고조할아버지까지 4촌입니다. 다시 거꾸로 내려 오면서 4촌을 더하면 되니까 형제 향렬에 있는 사람이고 고조할아버지가 같으면 8촌이 됩니다. 고조할아버지 산소를 함께 돌보는 사이라고 생각하면 8촌을 먼 친척이라고 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동고조(同高祖) 8촌이라고 하는 말이 있잖아요. 아들이던 딸이던 하나씩 낳고 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머지않아 사촌 구경하기도 힘든 세상이 되려나 봅니다. 한 두 세대 지나면 명절 대 이동의 풍습도 많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가을비 내리는 상쾌한 아침, 오늘도 한가위처럼 모자람 없는 행복한 하루를 설계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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