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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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영원한 벗 근식이!"

 

1950년대 후반 고등학생 시절 여름 방학에 무전여행을 유행처럼 혼자 많이들 떠났다.

나의 경우 혼자서 떠나기에 두렵기도 했지만, 부모님의 허락을 받을지도 문제 였기에 

친한 친구 4명이 함께 제일 저렴한 완행열차로 고2 때 1959년 8월 초순에 떠났다.

 

사대부고 친구들..jpg

 

아래 왠쪽부터 : *진신일, *이웅진, 나길웅,            1960년 4월 고3

 뒷줄                 *홍경삼, *홍근식, 최영준.  *표 해운대 간 친구.

 

 

종점 부산역에 도착하니 저녁 7시 반 경이다.

이제부턴 해운대 살았다는 진신일 명령에 따라야 한다. 일단 해운대행 버스를 탓다.

"야, 내려" 모두 따라 내리고 신일이 뒤만 쫓아간다.

어느 판잣집 앞에서 누굴 부른다.

"어~~ 신일이 아니냐?" 우리 또래 남자가 반긴다.

신일이 하고 해운대 초등학교, 부산사대부중 동기생이다.

신일이가 이 친구에게 무어라 말을 하니

"잠시 기다려" 하곤 들어갔다 몇 분 후 나오더니

"이리로 들어들 오이라." 하며 방을 가르치면서 들어가라고 한다.

그 집은 방이 두 개이고 가운데 부엌이 있었다.

집주인이신 부부도 방에서 부억으로 나오시며 걱정 말고 푹 쉬라고 하시면서 부인의 손길이 바삐 움직이고

잠시 후 따뜻한 밥에 반찬은 김치와 생선조림, 시장끼도 있었겠지만, 어찌나 맛이 있던지!!!

그리고 아직도 잊히지 않는 눈동자 4개가 있었으니 초등학교 2, 4학년 되었을까한 두 여동생의 눈빛이다.

"서울서 우리 오빠 친구들이 왔다!!!"

오빠가 자랑스럽고 그런 오빠의 친구들이 서울서 왔으니 호기심이 잔뜩 찬 그 아름답고 순진한 눈빛.

중학교인 남동생은 거리를 두고 있다. 신일이 친구는 이름은 생각이 안 나지만 부산고 야구선수였다.

 

친구가 동생과 쓰던 방을 우리에게 내어 주고 온 식구가 안방에서 모두 잤다.

다음 날 우린 냇가 옆에 있는 집의 방을 하나 빌려서 10일간 지냈는데 싼 대신 조건이 있었다.

토, 일요일 12시부터 7시 사이에는 집에서 나가 있어야 했다. 우리야 여름이라 해변에서 지내기에

별문제가 없었는데 그 이유를 첫날 알았다.

우리 옆방에 양공주 두 명이 세를 살았는데 주말에는 미군인들이 찾아온다.

한 번도 우린 미군 온 것을 못 보았지만, 평상시 이 두 양공주가 어떤 때는 영어로 말들을 한다.

아마 우리가 들으면 안 될 말인 모양인데 학교에서 영어를 그래도 5년을 배웠는데 못 알아듣다니!

비롯 정식영어가 아니고 막 배운 양공주 영어일지라도 미군이 알아 듣는 영어 아닌가?

그럼 진짜 영어 아닌가? 난 한 번도 미국사람과 영어로 말해 본적이 없다. 내가 초라해짐을 느꼈다.

 

보름달인가? 밖은 밝고 시원하다.

철길 옆 바닷가 넓은 바위에 앉아 밀려 오는 파도를 보니 윤슬(물비늘)이 반짝인다.

서울에서 못 보던 아름다운 풍경이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얼마 전에 최동희 음악 선생님한데 배운 "은파"를 자연스럽게 합창을 했다.

"잔잔한 바다 위에 바람일고... 사랑하는 친구여 은파 넘어서 오세요~~~"

지금 가사는 생각이 다 안 나지만 멜로디는 머리 속에서 감돌고 있고 60여 년 전 그 속으로 나를 이끈다.

 

다음 날 새벽 밖에서 호루라기 소리, 뛰는 발소리 무슨 일이 났는지 잠시 소란스럽더니 조용하다.

이미 잠이 깬 상태이지만 밖은 아직도 칠흑 같다. 짐작에 5시경쯤 될상싶다.

자는 친구들을 깨우고 동해안에 떠오르는 해를 보려 가자니 모두 흔쾌히 수락하고 주섬주섬 옷을 입고

나오니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날은 조금 밝아지고 있었다.

 

철길을 따라 북서쪽 산모퉁이로 뛰어가기 시작을 했다.

아침의 신선한 해안의 공기를 마시며 뛰는데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뛰면서 힘들지도 않고 젊음을 만끽하고 있다.

 

15분 정도 뛰여 이제 몇십 미터만 가면 앞이 딱 뜨이고 웅장하게 떠 오르는 동해의 해를 볼 수 있는 곳인데

뒤에서 "거기 서!!!"하는 낯선 목소리가 들린다.

 

돌아보니 건장한 남자 두 명이 권총을 들고 살기가 찬 눈으로 노려보고 있다.

말로만 듣던 강도들이구나. 그것도 권총 강도.

 

겁을 잔뜩 겁먹고 서 있는데 한 명이 권총을 들이대면서 " 우린 해운대 경찰이다. 손들고 따라들 와!"

경찰이 학생들 한데 권총을 들이대고 협박이라니? 의구심이 든다.

내가 나섰다. "아저씨가 경찰인지 우리가 어떻게 알아요?"

"이 새끼 이리 와!" 명령이다. 권총 든 사람이라 어찌할 것인가? 가까이 갔다.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펼쳐서 내 눈앞에 갔다 댄다.

무슨 경찰이란 증명서 같다. 경찰 휘장이 인쇄되고 이름이 柳 아무개. 성씨만 지금도 생각난다.

"알았습니다." 대답하고 돌아서는 순간 눈앞에 별들이 무수히 반짝인다.

 

그리고 잠시 후? 모기 소릿 처럼 가냘프게 멀리서 들리는 소리 "왜 때려! 왜 때리냐구? 우리가 뭘 잘못했어!!!?"

근식 목소리다.

진정한 친구는 위기상황에 나타난다고 했던가?

 

혼절 상태에서 들은 너의 목소리는 가냘프게 들렸지만 나의 가슴을 천둥 치듯 울렸고

 "넌 나의 영원한 벗이다.!" 마음에 각인된다.

 

두 손을 벌리고 쓸어저 있던 내가 간신히 일어 났을 때에는 가냘픈 근식이 두 손은 수갑에 채워져 있고

두 눈에선 화가 치솟았기에 눈물이 흐르지만, 수갑 찬 손으로 닦을 수가 없기에 그냥 런닝 사스를 적신다.

 

다른 두 친구는 겁도 먹었지만 이런 상황을 어찌 대처해야 할지 모르고 그저 멍하니 서있기만 했다.

근식이와 내가 맨 앞에 서서 걷고 그 뒤로 권총 든 유 형사 두 친구 맨뒤에 다른 형사가 뒤따른다.

 

10여 분 아무 말 없이 걷으니 동네 입구에 이른다.

아침 출근하는 사람, 가개 문들이 열리고 하루가 시작된다.

맨 뒤에 있던 형사가 수갑찬 근식이 손에 손수건으로 수갑을 가려준다.

그동안 그들도 생각을 많이 한 모양이다.

잡은 사람을 보아하니 학생들 같다. 아침에 놓친 도둑놈은 않인 것같다.

 

파출소로 들어가니 작은 방으로 인도된다.

사방 벽에는 핏자국이 많다. 취조하면서 맞은 사람들의 피일 것이다.

나에게 백지 종이를 주면서 구석에 놓인 작은 책상에서 시말서를 쓰라고 한다.

시말서가 무엇이지? 어떻게 쓰지? 알 길이 없다. 망설이니 오늘 있던 일을 자백하란다.

이렇게 시작을 했다. "일출을 보기 위해서 친구들가 뛰어 갔는데 두 형사가 쫒아 왔다.

신상 확인을 한 순간 얻어맞았다." 이를 본 유 가가 놈이 소리를 친다.

 

다른 두 명의 친구 중 누구한데 들었는지 "서울에 사는 고등학생 녀석이 시말서도 쓸지 몰라!"

"써 봤어야 알지요.  있었던 일을 자백하라면서요?"

 

다른 종이를 4명 모두에게 주면서 주소, 부모 이름, 다닌 학교를 적으란다.

누가 오는지 모두 조사실에서 나간다.

잠시 후 누가 어떤 녀석을 잡아끌고 들어온다.

우릴 그 방에서 나오게 하고 그 녀석이 대신 들어 간다.

 

얻어 떠지는 소리가 들리고 우린 서장실로 안내되어 서장 책상 앞에 4명이 앉았다.

점잖게 생기신 40대 후반의 서장님은 조금 전 작성한 종이를 한장씩 흟어 보시더니

"그래 재밌게들 방학을 보내고 있는가?"

속으로 재밌었는데 오늘 이게 뭐야, 죄도 없이 얻어맞고 난생 처음  파출소 끌려 온 신세인데,

"오비이락이라고 아는가? 자네가 말해보게." 왜 하필이면 나야??? 이러다 또 나만 맞는거 아냐?

오비이락이라 순간적으로 "五悲二樂" 마음대로 한자를 갔다 사자성어를 만들어

"네, 다섯가지 슬픔은 두가지의 기쁨으로 변할 수가 있습니다."

"야~ 이 학생 보라. 꾀가 보통이 아니구나, "하시며 너털 웃음을 웃는다.
"그게 아니고 까마귀 날자 배 덜어진다는 烏飛梨落이다."

 

우리가 아까 끌려 온 도둑놈으로 잘못 알고 잡힌것에 빗대서 하신 말씀이다.

경찰 일을 하다 보면 실수도 있고 터문 없이 당하는 선량한 사람도 있으니 너그러이 이해하란다.

이해하라니 일출도 못 보고 얻어 터지고 눈에 피멍을 하고 며칠을 다녀야 하는데 이해하라고.

 

이웅진에게 묻는다. 

"아무개 선생을 아는가?" "네, 저의 전농국민학교 교장 선생님이십니다, 훌륭하신 분이지요."

"그래 훌륭하신 분이지. 또 진신일은  여기 해운대 국민학교를 나왔으니 여길 잘 알겠구만."

사람이 서로 가까워 질 수 있는 요소를 말씀하며 우리의 마음을 가라않게 해주신다. 

 

우리가 잡힌 지점이 밀수꾼이들 많아 그들의 노린 강도가 자주 출현하는 곳이란다.

그렇다, 하더라도 권총든 형사에게 당신 형사 맞아? 하며  신분증 보자는 강도가 있는가?

 

파출소를 나와 하숙집으로 가는 도중에 이웅진이 

"가만 가만 있자. 교장 선생님하고 서장이 닮았어!~ 형제인가 보다.!"

 

해운대를 떠나는 날 우리 4명은 자랑스러운 사대부고 교복을 입고 서장을 찾아갔다.

서장은 출타 중이시고 柳家녀석은 있는데 등을 돌리고 외면을 한다. 

미안한 모양이다. 그래 너 실수한거야~ 우리도 못 본 척하고 나왔다.

 

9월 개학하고 국어 시간인데 烏飛梨落이란 사자성어 뜻을 아는 학생 손 들란다.

같은 반 멀리 떨어저 앉은 근식이와 서로 쳐다보며 둘다 손을 들며 웃었다.

 

3년이 흐른 초여름 어느 날 대학교정 나무 밑에서 조간신문을 읽다가 깜짝 놀란 기사 한 토막.

"해운대 柳 아무개 형사 민간인을 밀수꾼으로 오인 사살하다."

내 어찌 그놈의 이름을 잊겠는가?

신문을 들고 연세대로 달려가 근식에게 보여주면서 몇 년 묵은 체증이 떨어저 나간듯 서로 좋아들 했다.

"내 그럴 줄 알았지! 너도 그랬지? 그놈의 자식 어린 우릴 강도 아니면 밀수꾼으로 몰더니!"

"야~ 그때 너, 총 맞지 않고 산것이 다행 아냐?" 

 "그런가? 총 대신 주먹 맞은 것이 다행 이라고!!! 감사해야 하나?" 

 

우리의 우정은 더 깊어만 갔다.

장기, 바둑을 두면서 다른 친구와는 다르게 근식은 아무리 실착을 했어도 한 수 무르자는 소릴 한 적이 없다.

자기 대접은 자기가 한  행동에 따라서 받는다고 항상 주장을 하였기에 자기 실수는 자기 몫으로 받아들였다.

 

말년을 화천에서 외롭게 혼자 살면서 화천 도서관의 책을 모두 읽고 싶다며 책을 벗 삼아 지내던 근식을

고국을 찾을 때마다 최영준이 운전하여 날 데리고 갔다.

문밖에서 "근식아!" 하고 부르면 내 목소리 알아듣곤 "어~ 병길이 왔구나" 하며 반기던 근식이.

나와의 만남은 곧 자기를 행복하게 만든 순간이였다며 늦게 배운 컴퓨터로 이메일을 보내 왔다.

 

몇년이 지냈나, 이곳 13회 친구들과 우리집에서 즐거운 모임을 하고 있을 때 서울 이강섭의 전하는

비보 " 말하기 싫은데 그래도 너는 알아겠기에 전화를 했다. 근식가 죽었다." 

다리에 힘이 빠저 그대로 주저 앉았다.

그 옛날 형사한데 얻어 맞을 때 처럼 정신이 혼미한데 누가 말하는 모깃 소리 "누가 죽은 모양이지~~~"

누가 날 안아준다. 

집사람이다. 

"근식이가~~~" 더 힘있게 안아 준다.

 

서울 갈 때마다 찾았던 근식이가 없어 귀국길엔 무엇이 빠진 기분으로 돌아 온다.

언젠가 자기가 죽으면 좋아하는꽃 그라지오라스를 가지고 찾아 오라고 했는데

어디에 잠들어 있는지 아는 친구가 아무도 없어 찾아 갈 수도 없구나.

 

얻어 맞고 떨어진 나의 모습을 보고 자기도 맞을 각오를 하고 대들던 나의 진정한 벗 근식이.

너의 웃는 그 다정한 얼굴은 찾아 갈 수 없는 땅속이 아니라 항상 내 마음 속에 자리 잡고 있다.

홍근식.jpg

 

 왠쪽부터  :  홍근식, 홍경삼, 최영준, 이강섭.   2005년 초가을. 화천에서.

 

 * 삼가 이 글을 우리 곁을 떠난 故 홍근식, 故 진신일에게 받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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