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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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의 글은 13회 동기 이건효(여)에게 직접 들은 생일 이야기를 

그녀의 부음을 받은 다음 날 13회 동창사이트에 올렸던 글입니다.

 

 

감명 깊은 건효의 생일.

나의 경우 아니 모든 사람은 자기 생일을 친한 사람, 가족들과 보낸다.

건효는 내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생일을 보낸 것이다.

출가한 자식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여자 혼자 힘으로

보험설계사 일하며 단칸 전세방에서 생활하던 그녀가

지날 때마다 목격한 신체장애 어린이들과 생일을 보내기로 했다.

 

보육원 원장을 만나 양해를 구하고 걷기조차 힘든 아이들

7명을 데리고 근처 식당으로 향하니

아이들은 소풍 가는 기분으로 마음들이 한껏 들떠 있다.

 

식당 구석에 자리를 잡고 너무 소란 피지 말라 주의를 주며

아이들을 앉힌다. 하지만 아이들은 식당에 들어 온 자체만으로도

흥분된 상태라 식당 안이 시끄럽다.

 

“자~ 오늘 우리 맛있는 것 먹어요, 무엇 먹을까요?

비빔밥, 곰탕, 갈비탕, 잡채밥, 냉면? 어느 것?”

아이들은 무엇이 뭔지 잘 모르기에 서로 얼굴만 쳐다본다.

 

이때 제일 큰 녀석이 메뉴판을 가르치면서

“한정식요. 한 번도 못 먹어 봤어요.” 하니

“저~ 도요, 저도요…” 모두가 한정식을 먹겠단다.

제일 큰 녀석이 원하니 맛 있겠다 싶어서 모두 따라서 원했다.

 

건효는 한 사람당 6천 원 짜리 음식을 염두에 두고 돈을 준비했는데

제일 비싼 2만 원짜리라 비상금까지 털어도 1/3 정도 될까 말까 한 상태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면 카드를 사용하면 되겠지만

카드도 못 쓰는 상황.

그렇다고 난생처음 먹어 보겠다는 어린 아이들의 소원을

꺾을 수도 없어 주인장을 찾으니 마침 주방장이 주인이였다.

건효의 사정을 들으며 어린아이들을 쳐다보던 주인장은

"걱정 마세요. 가지신 돈 만큼 한정식을 만들어 드리지요" 하며 안심 시켜준다.

 

얼마 후 차려진 한정식 식탁은 초 특제 한정식인지라

처음 보는 음식을 대하며 아이들은

"이게 뭐지? 무엇부터 먹을까? 어떻게 먹는 거지?" 어쩔줄 몰라한다.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그 순간 눈물 나도록 행복했다던 건효.

흐르는 눈물을 닦을 사이도 없이, 손이 휘어져 숟가락도 제대로 잡지 못하는 아이,

입이 비틀어져 음식을 흘리는 아이의 시중을 들면서 받은 생일 밥상이

육십 평생 제일 멋지고 보람된 생일이었단다.

가진 돈을 계산대에 다 내 놓으니 주인장은 오히려 돈이 남는다며

얼마를 되돌려 주더란다.

아름다운 마음씨들은 서로 통하는 법인가 보다.

이 세상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다.

베풂이다.

마음속에서 진심으로 우러나는 베풂.

 

식당 주인 역시 가장 따뜻한 마음으로 손님 대접을 했으리라 생각된다.

보통 신체 장애인이 식당에 들어가면 돈 주고 사 먹는데도

어떤 식당은 싫은 눈치를 주는 경우가 있을 것 같다.

 

건효가 보낸 뜻있는 생일은 나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이런 착한 건효가 어제(12월 2일) 혈액암으로 우리 곁을 떠났다.

허나 그녀가 남기고 간 아름다운 마음씨는 영원히 내 가슴 속에 남을 것이다.

건효야~ 평안히 쉬어라!

2011년 12월 3일.

이건효.jpg

홍근식.jpg

이강섭, 최영준, 홍경삼, 홍근식.

홍근식. 이건효.jpg

 

 

 

2004년 11월.

 

13회 동기. 오른쪽부터 최영준, 홍근식, 이건효, 홍경삼. 화천에서 외롭게 살던 근식군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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