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1
신현숙
겨울이 오고 있어
발 밑을 구르던 행성이
제자리로 돌아와 며칠 울고
빗물 젖은 저녁마다 새들도 울었지
창문마다 바람의 간격을 두어
그리운 것들을 부르기엔 호흡이 너무 짧아
잡초를 뽑는 일이 더 수월할 텐데
슬픔의 크기만큼 뿌리를 따라
엄마 손이 자꾸 올라와
상추 물든 손으로 아들에게 밥상을 내주고
땅바닥에 풀썩 주저앉아 하늘을 올려다 보는 엄마
밥 때 놓치지 말아
사람 없는 골목은 바람보다 더 빠르게 저물지
별의 그림자마저 갉아 먹는 숨소리
폐선을 안고 귀환하는 밤
엄마의 등이 땅속으로 꺼지고 있어
지구보다 무거운 숟가락을 들어서라도
아직 남은 모호한 삶을 먹어야 해
내일 맞이하는 별, 푸른 빛이 아닐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