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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은의 의학이야기] 먼지에서 시작한 인간의 여정, 기적(奇跡)이었다.


 
김해은 한사랑의원 원장 (도봉구의사회 부회장)
김해은 한사랑의원 원장 (도봉구의사회 부회장)

어두운 밤하늘을 밝히는 셀 수 없는 별들이 영롱하게 빛나며 수많은 전설을 말해주듯이 다정다감하게 다가온다. 위대한 영웅의 이야기와 신화로 가득한 우주는 살아 움직이며 우리의 앞길을 예시하는 숭고함 그 자체였다. 천체 망원경의 발달은 생명으로 넘칠 것 같은 우주의 실체가 차가운 어두움이 대부분이고 영롱하게 빛났던 별들은 생명이 살 수 없는 불덩어리였음을 밝혔다.

 

바라만 보아도 경외심이 일어나던 우주의 실체는 생명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죽은 세상이었다. 무한한 우주를 생성하는 원리는 빅뱅으로 원래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다. 고로 우주의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는 사건의 지평선 너머 생명이 없는 죽음의 세계다.

생명력으로 넘치는 지구도 처음에는 우주의 먼지에 불과했다. 어떻게 해서 지구상에 그 많은 양의 물이 넘쳐났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힐 수 없지만 태양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한 지구는 태양의 뜨거운 열기에도 물이 증발하지 않아 생명이 태동할 수 있는 배양기가 되었다.

우주에 생명이 태동하기 전에는 시간이란 차원은 의미가 없었다. 빅뱅 이후 우주는 계속 팽창하고 수많은 은하단이 생성되고 소멸되었지만 시간을 느끼는 존재가 없었으므로 끝없는 공간과 운동이 있을 뿐이었다.

 

시간의 개념이 없다면 우주의 역사는 수백억년 전이나, 어제나 흘러간 과거는 단지 순간일 뿐이다. 우주의 먼지가 살아있는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 먼지로 지냈던 과거와 다시 사후에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 원래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생명활동이 시작되고 하나의 세포에서 수많은 생물로 진화하는 과정에 식물과 동물의 종류는 폭발적으로 다양화 됐지만 탄소동화작용과 대사과정의 원리는 변함이 없다. 생물에 생명력을 주는 것은 식물의 잎에 있는 엽록소와 동물의 세포에 있는 미토콘드리아이다. 엽록소는 햇빛으로 물과 이산화탄소를 산소와 탄수화물로 바꾼다. 동물은 미토콘드리아에서 식물이 제공한 탄수화물과 산소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된다. 식물은 동물에게 에너지를 제공하고 동물은 식물에게 탄수화물의 원료 이산화탄소를 제공하면서 탄소는 끝없이 순환한다.

 

지금 나의 일부는 어느 식물의 탄소와 어느 동물의 유기물에서 왔다가 나를 이루고 다시 분해되어 탄소를 자연에 반납하고 물과 무기질만 남는 먼지로 다시 돌아갈 것이다. 엽록소와 미토콘드리아는 지구를 생명력으로 넘치게 한 각각의 Power House이다. 식물과 동물의 세포 각각에 이 장치를 설비하고 있는 것은 모든 생물이 단세포동물에서 시작됐다는 증거이다. 난자와 정자가 만나 한 개의 수정 세포가 되고 세포분열이 시작된다. 단세포 동물은 분열되면 떨어져나가 바로 성체가 되어 다른 개체를 만들어내지만 다세포동물은 세포의 특성에 따라 분화가 시작된다. 배아의 초기 단계에는 어류, 양서류, 파충류, 포유류의 구분이 어렵다. 어쩌면 사람 같은 다세포 고등동물도 단세포동물의 연합체이며 이들이 각각의 기능을 분담하여 정밀한 장기를 만들어 분업하기로 담합했는지 모를 일이다.

 

세포 하나에서 약 300조개의 세포 연합체로 분할하고 분화하는 과정에서 한 치의 오류 없이 복제의 과정을 수행한 초정밀 설비를 장착하게 된 비밀을 우리는 아직 모두 알 수 없다. 어쩌면 그 비밀을 파악하기도 전에 우리는 다시 우주의 먼지로 돌아가 버릴 확률이 더 크다. 그러나 우리가 비록 우주의 먼지로 돌아가 버릴지라도 그동안 우리의 여정은 얼마나 위대하고 명확했는가!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먼지마저 사라져버릴지라도 우리의 여정은 기적이었다.

신은 진흙을 창조했습니다.
그러나 외로웠습니다.
그래서 신은 진흙 덩어리에게 말했습니다. “일어나라.”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언덕과 바다와 하늘과 별, 내가 빚은 모든 것을 보라.”
한때 진흙이었던 나는 이제 일어나 주위를 둘러봅니다.
운 좋은 나 그리고 운 좋은 진흙.
진흙인 나는 일어서서 신이 만든 멋진 풍경을 바라봅니다.
위대한 신이여!
오직 당신이기에 가능한 일. 결코 나는 할 수 없는 일.
당신 앞에서는 나는 그저 초라한 존재일 뿐입니다.
그나마 내가 조금이라도 소중한 존재라고 느껴지는 유일한 순간은.
아직 일어나 주변을 둘러볼 기회를 갖지 못한 다른 모든 진흙을 떠올릴 때.
나는 너무나 많은 것을 얻었지만, 진흙들 대부분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이 영광에 감사드릴 뿐.
진흙은 이제 다시 누워 잠을 청합니다.
진흙에게 어떤 기억이 있을까요.
내가 만나 봤던, 일어서 돌아다니던 다양한 진흙들은 얼마나 놀라운지.
나는 내가 만났던 그 모든 진흙들을 사랑합니다.

“고양이 요람 (Cat's cradle) 커트 보네거트(Kurt Vonneg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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