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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나절 철도여행과 서울풍경

 

                                                                                                                                  구 자 문

꽤 오랜만에 KTX에 몸을 실었다. 아직 코로나바이러스 전염이 지속되고있어서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거리를 유지하고, 사람 많이 모이는 장소를 피하는 등의 상황이라서 다른 때와는 달리 지난 1년여 국외여행은 물론이고 국내여행도 자제하고 있었던 탓이다. 아직 좀 쌀쌀하지만 봄기운 도는 산야와 주변 마을들을 바라보며 2시간 30분 가까운 시간을 보냈다. 지난 10~20년만을 생각한다 하더라도 한국의 도시와 마을들은 크게 변모되고 있다. 아주 근사한 고층아파트와 중층의 상가건물들이 있는가 하면, 서양식의 멋진 1~2층짜리 단독주택들이 있는가 하면, 철골구조에 샌드위치패널의 공장들도 있다. 과거에 보이던 초가지붕, 함석지붕, 모래기와지붕 등을 지닌 허술한 동네의 모습들은 사라지고 근대화된, 아름다운 모습들만 보여지는 것 같다.

 

지금 코로나바이러스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꾸준히 성장해가고 건물들도 근대화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다만 아쉬운 것은 KTX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만이 아니라 실제 도시와 농촌에 가도 오래된 건물들, 역사를 간직한 건물들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멋지고 깔끔하게 보여지고 있지만, 여기가 영국이나 일본의 어느 도시인지, 아니면 한국의 어느 도시인지 구분이 안감을 말하는 것이다. 차차 도시와 지역이 발전해가고 여유가 생기면서 우리의 전통적인 모습도 차차 가미 될 것이라고 보지만 지금은 어설픈 근대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예전 프랑스의 한 작은 마을을 방문했을 때 마을 중앙에 돌로 지어진 500년된 커다란 성당이 있었다. 마을 사람들과 이야기 할 때 그 성당의 문화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언급했더니, 그와 같은 건물은 프랑스 전역에 수백개는 될것이라서 차별화가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부러웠다. 우리는 그런 것 하나 제대로 없는데... 한동안 네팔의 수도인 카트만두를 자주 방문했는데, 그곳은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특이하면서도 아름다운 고대도시의 모습을 한 거리가 많았다. 물론 가까이 가면 많은 가난한 이들의 삶을 목격할 수 있고 냄새나는 상하수도 제대로 없는 거리를 겪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역사 및 전통보전에 관한 의지는 대단한 것 같았다. 한 세미나에서 필자가 가난한 이들을 위한 철골 및 샌드위치패널 주거를 제안했더니 다짜고짜로 나오는 질문이 그렇게 하면 어떻게 전통건축양식을 살릴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보전할 곳은 잘 보전하고 허물 곳은 허물어서 도시인프라를 향상시켜야 할 것이 아니냐? 인구는 몰려드는데 주택을 튼튼하고 저렴하게 지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 등이 필자의 주장이었지만, 이들이 한편으로는 부러운 점도 없지 않았다. 우리의 도시들에는 30~40년 된 건물도 별로 없을 만큼 옛것들은 다 헐려져 버렸다. 우리나라의 전통을 보여줄 만한 간물들은 옛고궁이나 사찰밖에 별로 없는 것이다.

 

서울역에서 잠시 식사를 하고 택시를 타고 서대문 쪽으로 가는데, 도로 겹치는 곳에 자그만 하게 독립문이 보인다. 반세기도 전 중학교 1학년때 전차를 타고 이곳을 방문했을 때 크고 늠름해 보이던 독립문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 후 고가도로 때문에 자리를 70m나 옮기기도 하면서 고가도로와 높은 건물들에 둘러싸여 초라한 독립문이 된 것 같다. 세종로를 지날 때는 광화문의 거대한 모습이 넓은 가로 광장과 함께 국가의 위엄을 보는 듯하다. 서울시청은 일제때 지어진 근대건물이지만 역사성을 지닌 곳인데, 뒤편으로 큰 파도 형태의 건물이 큰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숭례문이다.

 

숭례문은 우리나라의 국보1호인데, 2008년에 누군가의 사소한 화풀이 대상으로 불타버려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했었다. 그후 복구가 이루어져서 옛모습을 찾았다고는 하나, 오래된 자재들이 거의 타버리고 모두 새로 건축해야 했으니 안타까움이 클 수밖에 없다. 필자의 대학생때만 해도 친구들중 술에 취해 통행금지를 피해 숭례문과 흥인지문에서 잠을 청하던 부류들도 있었는데, 그곳에는 항상 잠을 청하는 일부 낭인그룹들이 있어 거기서 소주를 들고 했다니, 우리의 문화재 관리상태를 알 수 있겠다.

 

몇 시간만에 다시 돌아온 서울역은 새로 지어진 깨끗하고 멋진 광대한 KTX역사이다. 1, 2, 3, 4층으로 구성되어 갖가지 휴식공간 및 상점들이 들어서 있고, 투명유리의 돔 지붕을 지니고 있어서 내부가 밝은데, 돔 아래 긴 벽면에 각 나라 주요 역들의 건물 모습이 상징적인 형태로 그려져 걸려있다. 우리 서울역은 어떤 모습을 그려야 할 것인가. 이 KTX역사? 구역사? 아니면 모두 다? 필자만 해도 구역사의 모습을 잘 기억하는 세대라서, 그 앞을 지날때면 그곳을 배경으로 벌어지던 일들, 갓 상경해서 어리둥절 빠져나오던 개찰구, 귀성때 수없이 몰려드는 승객들을 줄세우고자 긴 장대를 이리 저리 쳐대면서 가끔 누군가 대상없이 해대던 위협섞인 욕들... 이제는 반세기 지난 옛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이러한 가운데 포항열차 출발시간이 되어 지정된 레인에 정차된 기차에 오르니 스르르 출발을 한다. 서울역, 용산역, 영등포역, 역사를 지닌 정거장들을 마구 지나며 주변의 모습들을 바라보고 있다. 과거의 지저분하다던 정거장 주변은 아주 말끔히 정리되어 있다. 근원경의 도시의 모습은 갖가지 높고 낮은 건물들로 장식되고 있다. 가장 압권은 역시 한강을 건널 때이다. 바다 같이 넓은 강을 가로지르며 창밖으로 보이는 건물군들은 과거 뉴욕 맨하탄에서 또는 홍콩만에서 부럽게 바라보던 그러한 아름다운 전경들을 보여주고 있다.

 

2021년 3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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