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기 싫어서



↑ 세월 -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덕유산 주목 위에 세월이 내려 앉았다.

서울에는 어제 눈이 아주 많이 내렸습니다.
눈 내리는 미끄러운 길, 어른들은 우산을 쓴 채 조심조심 다닙니다.
눈이 다져진 미끄러운 길, 아이들은 배를 깔고 엎어져 미끄럼을 탑니다.
어른들은 창밖에 내리는 눈을 보며 출근 길을 걱정합니다.
철딱서니 없는 젊은이들은 눈을 밟으러 산으로 들로 나갑니다.
늙는다는 것은 눈을 맞기 싫어한다는 말과 같은 말인 모양입니다.

늙었단 말 듣기 싫어 구천동, 덕유산에 눈 밟으러 다녀왔습니다.
향적봉(1614m)엔 살아서 천년, 죽어서도 천년을 산다는 주목들이
하얀 눈을 맞고 서서 겨우 환갑을 넘긴 우리들을 몹시 부러워했습니다.
등 뒤에서 두런거리는 주목들의 얘기가 들려왔습니다.
한창 때군... 젊음은 좋은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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