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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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 斷想 *

 

 

우리가 폭우에 시달리며 우울하던 시간 동안

여름은 대합실에서 완행을 기다렸던가보다.

드디어 7월의 선로를 타고 들이닥친 여름은

한꺼번에 열기찬 화물을 부리고있다.

 

쇠처럼 달구어진 태양을, 짙어가는 풀잎 내음을, 

살찐 과일의 싱그러움을...

 

아! 내 가슴에도 푸른 파도가 밀려들 듯하고,

 

그 포말은 나른한 의식을 간지러 깨울 듯도하다. 

 

아니, 그 의식이란 벌써 전에 돌팔매 당했던거다.

 

"As of today, I have lived 1/6 of my life!”

오늘로서 나는 내 생의 육분의 일을 살았다.

이것은 얼마 전, 열번째 생일을 맞으며 딸 아이가

자못 감격에 차서 한 말이다.

그리고는 엄마는 벌써 반도 더 살았다며 안스러이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두어 해 전 어느 바람 차던 길가에서도

이 아이는 나를 무색하게 했었지. 

쉐타를 벗어서 걸쳐 주었더니 자기는 살 날이 앞으로 

많이 남았다며 덜 남은 엄마가 입으라고. 

그 때도 나는 아무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애매한 방향 감각으로 그러나 계속

허우적 거리기만하면,  

'어딘가 뭍에 닿겠지' 하는 안이한 방심과

불투명한 확신으로  엄벙 덤벙하고있지 않았던가!

 

나는 새삼 나이를 의식해 보았다. 

따가운 햇살 속에서도 낙엽이 지고, 

눈도 없이 싼타클로스가 오는 常夏의 도시에선 

간혹 세월이 머무는듯한 착각이 들기도한다.

 

그래서인지 나이란 굳이 서류 용지에서나  

쑥스럽게 만나게 되는가보다.  

수표를 지불하고 난 후에야  

부족한 잔고를 확인했을 때처럼 당황하면서, 

그만큼 영글지 못한 자신에 대해 負債感을 느끼면서…

  

어느덧 한 해의 반을 넘어선 7월 처럼 

내 인생도 여름 쯤에 와 있나보다.  

그런데 이렇게 남 다 되는 아내와 어머니가 되어가지고,  

애들을 야단치고 남편을 긁으면서

무더위 처럼 열기 등등하여 

직권(?)을 남용하고있는 나는 대체 무엇인가!

 

 

理想으로 삼던 여인상을 놓고 시작한 뎃상은

목탄이 반 넘어 닳도록 윤곽조차 닮게 떠 내지 못했고,

그 음영이 드리운 분위기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겉으로는 부모란 권위를 빌어 아이를 나무라고,

바가지로서 아내의 관록을 실력껒 행사해 보지만,

정작 내 자신에게로 돌아와서

해 놓은 일, 할 수 있는 일이란

너무도 미미한데에 자못 씁쓸한 회한마져드는 것이다.

 

몽울진 꽃들이 저마다 뉘에게도 비길 수 없는

화려한 滿開의 꿈을 감싸안 듯,

내게도 그 젊은이 특유의 오만한 소원을

황홀히 간직했던 지난 날이 있다.

 

때로는 그 사닥다리를 향해 자신을 몰아 세우며, 

또는 자만에 부채질하며, 또 조바심 치면서…

그러나 이제 고작 남다른 인물은 커녕,

남들과 같은 사람 노릇도 쉽지않다는 것을

알게되었을 뿐이다.

 

묵은 해를 보내면서 가책을 못 가졌 듯,

새해를 맞으면서도 이렇다할 계획도 없이 시작한 한 해가

벌써 반 넘어 지났다니... 이제 곧 내 生의 7월도

열기를 식혀가며 가을로 접어들 것이다.

 

이 찬란한 계절의 축제가 끝나기 전, 

不惑을 맞을 옷 준비를 서둘러야겠다.  

겸손과 성실의 빛깔로 수수한 의상을...

 

/ 김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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