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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4 17:22

접씨 꽃 필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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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접시 꽃)                     
                        

      접시 꽃 필 무렵...                           청초     이용분 (7회)

      동녘이 밝으려면은 아직 멀었는데 벌써 창 밖의 참새들은 지지배배 짹 짹 짹.
      다정하게 새벽 정담을 나누는가 보다. 이른 봄에 한차례 새끼 참새를 치더니
      두 번째 새끼를 또 낳아 놓은 모양이다. 번식력이 아주 좋은게 참새인 것 같다.
      정원에 나무가 많으니 이곳 집은 유난히 모기가 많다.
      그래서 새 들도 많이 모여 사는 게 아닐까 ...

      항상 스프레이 살충제를 사다가 하다 못해 식탁 위에까지 항상 준비해 놓고 살았다.
      그런데 지난 번 수리 때 방충망을 새롭게 알미늄망으로 바꾼 이후로는 모기와의
      전쟁은 끝이 났다.

      오래 전 집수리를 한후 십여년 지나니 방충망이 낡아서 이곳 저곳이 헤어졌다.
      일꾼 만나는 일이 너무나 번거러워 여름 한철에만 필요하니까 하고 대강 막고
      참고 지났더니 생 고생을 하며 지난 셈이 되었다.

      요사히는 접시꽃들이 막 피기 시작하는 절기인 것 같다.
      아주 빨간 것, 연분홍, 진분홍, 그리고 하얀색의 접씨 꽃들이 있다.
      흰 꽃은 사람에게 어딘가 약이 된다고 한다.

      나름대로 살다 보니 지혜가 생긴게 있다.
      접씨 꽃 필 무렵이 마늘을 사기에 적기인 것 같다.

      작년에 좀 늦장을 부리다가 마늘 사는 시기를 놓쳐서 올 해에는 적기에 살려고
      마음을 먹고 어제 동네 재래시장엘 나갔다.
      늦게 사면 방부제를 잔뜩 뿌린 중국산을 사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그런데 지난 주 까지만 해도 한창 지천으로 쌓여서 "마늘 사시오. 마늘 사시오"
      외치더니만 시장에 물건이 시원찮다.
      가격도 작년에 비해서 접당 이삼천원쯤 비싸고 마음에 드는 물건이 보이질 않는다.
      육쪽 마늘은 아직 안 나왔다고 하나 그 마늘은 이름만큼 또 얼마나 비쌀런지...

      그냥 통이 큰 마늘은 껍질을 벗겨보면 그 속 안에 작은 마늘 쪽이 열두쪽이다.
      그런건 껍질 까기가 아주 골머리스럽다.
      그래서 최근에는 벌 마늘이라고 여섯 일곱쪽이 사방으로 쫙 벌어진  외래종 마늘을
      사곤 한다. 이 종류는 육질이 좀 단단해서 보관용으로 두어도 덜 썩는다.

      시장엘 들어 가면서 보니 추럭으로 마늘을 잔뜩 싣고 와서 파는 마늘 장사가 있다.
      그냥 보기에 그저 그래 보여서 시장을 한바퀴 돌아 본 후 사리라 마음을 먹고
      다녀 보았다. 어떤 곳은 마늘은 수북하게 쌓였는데 가격이 터무니 없이 비싸고...

      어떤 노인 부부가 파는 곳엘 보니 잘 말랐고 가격도 왠만하고 노인이라 팔아 주고도
      싶다. 별것도 없으니 사지 않으면 그냥 돌아가게 생겨 조금 사고보니 크기가 좀 잘다.

      그래서 아까 갔던 그 트럭 장사한테 다시 가보니 시장의 형편을 안 후라 그 중에
      제일 좋은 것으로 골라 사기로 정했다. 좀 양이 많으니 숫자를 헤아릴수가 없어
      그냥 마늘 머리를 따서 큰 비닐봉지에 넣어 주는 대로 손을 놓은 채 보고 있으면서
      "덤도 몇개 더 주셔야 집에 가서 세어 봐서 모자라도 상쇄가 되지 않겠어요? ^^ "
      했다.

      미남형인데 조금 말라서 신경질형으로 생긴 마늘 주인이 자기는 절대 모자라게 주지는
      않는다며 장담을 한다. 그 마늘 농사를 자기가 직접 지어서 가져 왔다고 한다.
      정직하게 보이기는 하나 농사짓는 사람처럼 순후하게 보이지 않고 좀 날카롭다.
      오히려 그 부인은 조금 퉁퉁하니 무던해 보여서 부인 덕에 장사가 되는 듯 싶다.

      요사히 젊은 주부들은 까기가 귀찮은 탓인지 안깐 통짜 마늘은 사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젊은이가 나돌아 다니면 새우젖 배에서 붙들어 가듯이, 나이 든 아주머니들이
      밤 길에 나 돌아 다니면 마늘 까는데에서 붙들어 간다는 우수게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나도 처음 결혼을 했을 때에는 마늘 냄새가 싫어서 콩나물국에도 마늘을 전혀 넣지
      않았으니 지금 생각하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온다. 요즈음은 마늘의 약효가
      증명되고 건강에도 좋다니 신경을 써서 된장국에도 넣어 먹게 됐다.

      도대체 제대로 받어 오기나 했나 하고 집에 와서 세어보니 정말로 숫자가 딱 들어
      맞는다. 기분이 너무나 좋다. 이렇게 정직한 사람들이 많다는건 참 좋은 일이다.

      덤으로 받은 좀 작은 마늘 두어개가 마음에 걸린다. 그냥 그 사람 말을 믿을 걸
      그랬다. 그래도 자기가 농사를 직접 지었다니 밑질 일은 없겠지 하고 생각이 든다.
      우연히 가격이 똑 같아서 따로 망에 넣어 있기에 보니 아까 노인에게서 샀던
      좀 작은 마늘의 값과 좀 비싸게 산 큰 마늘의 가격 비율이 엇비슷하다.

      물건 살줄 모르거든 비싼 것을 사라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너무나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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