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문화

1970.01.01 09:33

개를 무서워하는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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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무서워 하는 개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무엇일까요?
어렸을 적에 어른들끼리 하는 말을 듣고 있노라면 이해하지 못할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산 속에서 사람을 만나는 게 제일 무섭다는 말이었습니다. 어린 마음에 호랑이나 곰을 만나면 무서울 것이고 사람을 만나면 반가울텐데 어찌 사람을 만나는 것이 제일 무섭다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요즘은 아파트에서 애완견을 키우는 집이 많습니다. 대개의 애완견은 한 식구처럼 대접을 받습니다. 아파트에 살던 애완견이 어느날 주인과 함께 동네 공원에 산책을 나갔습니다. 거기서 이곳 저곳 쓰레기통을 뒤지는 개들을 만나서 혼비백산했습니다. 어쩌면 저 놈들은 저리도 더럽게 살고 있는 것일까? 떼를 지어 다니는 개들이 심통맞아 보이기도 하였고, 무섭게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애완견은 무섭고 더러운 개들를 피하면서 주인의 다리 밑으로 요리 조리 숨어 다녔습니다. 애완견은 자신이 그들과 같은 족속이 아니라 사람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나요.

요새 세상은 호랑이가 살았던 높고 험한 산보다 더 험한 세상으로 변했습니다. 그 옛날 어른들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던 아이도 세상에서 사람을 제일 무서워하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애완견이 스스로 사람인 줄 착각했다고 비웃는 나는 혹시 내가 천사라도 된 줄로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요? 세상이 험하다는 핑게로 예수님 다리 밑으로 요리 조리 숨어다니며 사는 것은 아닐까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머리를 흔들고 정신을 차려봅니다.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 

사봉의 아침편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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