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똑똑해지려면 사람들이 모이면 더 똑똑해질까요? 아니면 더 어리석어질까요?
바둑에서 다면기라는 것이 있습니다. 프로기사 한 사람이 열사람 혹은 스무사람의 아마추어 바둑애호가와 한 자리에서 바둑을 두는 것입니다. 아마추어의 숫자가 아무리 많아도 프로기사 한 사람의 실력을 넘어 설 수 없다는 것에 동의 하시죠? 역시 사람이 많이 모인다고 없는 지혜가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은 약 3조개의 세포를 가지고 태어나서 어른이 되면 약 60조개의 세포를 가지게 된다고 합니다. 한 개 한 개의 세포능력은 보잘 것 없습니다. 그렇지만 인체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세포라도 한 개 한 개 많이 모이니까 만물의 영장이 되었습니다. 인체가 그 세포들 중에 가장 똑똑한 세포만큼만 발달되었다면 하등동물 중에서도 하등동물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양이 질을 변화시키는 경우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오늘 아침, 세포의 네트워크 메커니즘에서 지혜를 하나 배워봅니다. 보잘 것 없는 세포를 가지고 훌륭한 인체를 만들어 내는 메커니즘은 신의 영역이니까 그걸 배워서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메커니즘에 써 먹으면 틀림 없을 듯합니다.
우리 몸의 세포가 다양한 덕분에 수많은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사회를 이루는 인간도 다양하게 구성되도록 해야할 것입니다. 눈을 이루고 있는 세포와 코를 이루고 있는 세포를 바꾸어 놓을 수 없는 것처럼 인간의 능력도 각각 독립적인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겠지요. 똑똑한 세포 하나가 있어 혹은 똑똑한 세포 몇이 뭉쳐서 인체의 모든 일을 도맡아서 하겠다고 나선다면 그건 바로 죽음이지요. 인간 사회에서도 적지 않게 그런 일이 일어났던 역사의 기록을 수 없이 볼 수 있습니다.
나라의 경제가 자꾸만 어려워지는 것은 이마에 붙어 있는 세포들이 뇌의 역할도 할 수 있고, 손과 발의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바득바득 우기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장황하게 사설을 떨어 보았습니다.
사봉의 아침편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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