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에서 가을을 느끼려면 시에라 산맥으로 가야한다. 집에서 4 시간 운전 거리이다.
매년 가을이면 시에라 산맥에서 단풍이 유명한 곳을 찾아 길을 떠나곤 했는 데, 올 해는 1 박 2 일의
일정을 잡고 Bishop Creek 으로 향했다.
Bishop Creek 은 시에라 산맥의 동쪽 기슭에 위치하고 있는 작은 타운으로 이곳에 가려면 약간은
험난한 시에라 산맥을 넘어야 한다. 시에라 산맥을 넘는 자동차 길 중 가장 높은 곳인 Tioga Pass 는
해발 고도가 3031m 이며, 이 길은 10 월 말 쯤 눈이 내리면 폐쇄가 된다.
요세미티가 목적지는 아니지만 가는 길에 요세미티 주변을 구경하기 위해 Tioga Pass 를 통과하는
120 번 도로를 선택했다.
지난 여름에 요세미티 가까운 산에 대형 산불이 났다는 소식이 있었는 데, 요세미티 진입로까지
산불의 흔적이 보이고 주변의 산들은 불에 탄 나무들이 앙상하게 서 있었다.
다행히 요세미티 공원 안은 산불의 피해가 없어 언제나와 같이 쾌적한 드라이브를 가능하게 하였다.
화강암 바위 산과 숲, 평원, 호수들을 지나 Tioga Pass 를 통과한 후에는 계속해서 내리막 길이다.
주변의 4000 미터 이상 높이를 가진 산들의 정상에는 하얀 눈이 남아 있고, 눈이 녹아 만들어 진
호수들은 투명하게 파란 색을 보여 준다.
시에라 산맥은 주로 침엽수들이 자라고 있어 화려한 단풍을 보기는 쉽지 않다.
그나마 단풍으로 유명한 June Lake 와 Mammoth Lake 들을 돌아 보았지만 만족스러운 수준의
단풍은 구경할 수 없었다. 푸른 침엽수 사이에 조금씩 노란색의 단풍이 반가울 뿐이었다.
Mono Lake 에서 아름다운 석양 사진을 기대했지만 산맥의 깨끗한 공기는 석양의 아름다운 색을
만들어 주지 않고 일찍 해가 산을 넘어 갔다. Bishop 의 작은 모텔에 차를 세웠다.
다음날, 어둠이 채 걷히지 않는 새벽에 Bishop Creek 을 찾아 길을 나섰다.
산 정상을 향한 오르막길을 계속 달려 해가 뜨기 전에 아름다운 단풍으로 유명한 North Lake 에
도착하니 주차장은 이미 자동차들이 가득 했다.
호숫가 주변에는 삼각대에 카메라를 장착하고 해 뜨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해발 고도가 3000m 가까운 호숫가는 새벽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 있어 두터운 점퍼를 입은 사람들도
'춥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산 정상이 붉게 물들며 해가 뜨기 시작했다. 주변의 카메라들이 계속해서 셔터 소리를 냈다.
웅장한 바위산과 산 모습이 반사되는 호수, 호숫가 주변의 노랗고 붉은 단풍 !
날이 밝아지면서 아스펜 나무들의 노란 단풍이 화려하게 빛났다. 계곡을 따라 펼쳐지는 노란 단풍의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으며 시간의 아쉬움이 밀려 왔다. 하루가 아니라 몇 일을 머물며, 햇살에 따라
시시각각 바뀌는 단풍의 모습을 보고 또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 다음에는 좀 더 많은 시간을 갖고
다시 오리라 다짐하며 차창 밖으로 보이는 가을 풍경을 계속해서 돌아 보았다.
(//blog.naver.com/ny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