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구조물의 의미
구 자 문
초대형 구조물 하면 우리는 흔히 이집트의 피라밋이나 뉴욕 맨하탄의 지상 102층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물론 현대 과학문명 하에서 더 높고 더욱 거대한 구조물이 존재하지만, 그 당시 세계에서는 엄청난 구조물들로서 이를 어떻게 건설했을까 하는 의구심 내지 경이로움이 없을 수 없다. 피라밋은 4~5천년 전에 조성된 것으로서 기계가 아닌 인간의 힘으로 어찌 그 큰 바위들을 다듬고 옮겼을까 하는 놀라움이 커서 외계인 혹은 거인족의 존재를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는 것이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102층에 이르는 건물을 그것도 거의 100년 전에 세운 것이니 현세를 살아가는 우리들로서는 경탄을 금할 수 없는 것이다.
고대국가에서 피라밋을 왜 세웠을까? 그 당시는 지금과 같은 기계문명이 발달되지 않아 모든 것을 인간의 노동력으로 감당해야 했을 터인데, 그 거대한 작업들을 왜 진행했을까? 이를 건설하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노예로 동원되었고 수 십년에 걸친 공사에 많은 이들이 죽어 갔을 것이다. 이는 그 당시의 적지 않은 인구와 왕권의 강력함을 나타내는 것이 분명하지만, 죽더라도 또 다른 생을 기대하던 ‘파라오’의 욕심이 그러함을 낳았을 것이다. 4~5천 년 지난 지금도 그 자취들이 이집트에도 남아있고,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중국 북부에도 더 오래된 것들이 존재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는 지어질 이유가 없는 크기며 형태의 건축구조물들이 그 오래전에 세워진 것이다.
맨하탄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왜 세워졌을까? 그 당시 건설기술이 발달되어 그 정도의 건물들을 지을 수 있다 하더라도, 토지 가격이 비싸고 뉴욕에 몰려드는 인구와 각종 경제사회 요구가 컸다 하더라도 그럴 이유까지는 없었다고 본다. 근래 서울 잠실에 지상 123층의 롯데월드타워를 짓게 된 것도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라고 하지만 정말 그럴 필요까지 있었는지 모르겠다. 지가가 비싸기도 하고, 대단한 전망을 지닌 고층 호텔이나 회의실에서 하루 묵거나 회의 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기도 하고, 정부도 지역의 상징물로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허가 했을 것이고 시민들도 동의 했을 것이다. 좀 더 심각하게는 석유부국인 아랍에미레트에 828m 높이의 브르즈 할리파가 있다. 이는 연면적 50만㎡로 코엑스몰의 4배, 잠실운동장의 56배이며 초속 55m 바람과 규모 7의 지진을 견딜 수 있게 설계되었다. 대단한 성과이기도 하지만 지나친 욕심이기도 하다.
좀 더 파격적인 것은 사우디아라비아 북서부 사막 한복판에 계획 중인 직선도시 ‘네옴’이다. 이는 길이 120㎞, 최대 높이 488m의 구조물 ‘미러 라인’을 포함하는 도시이다. 이 신도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고 있는데 홍해 북서부 인근 2만 6,500㎢ 부지에 들어선다. 직선 도시 ‘더 라인’, 첨단 단지 ‘옥사곤’, 친환경 관광단지 ‘트로제나’ 등으로 구성되는데, 더 라인의 핵심이 ‘미러 라인’이다. 왜 이러한 거대한 직선 도시를 만드는 것일까? 그 도시의 크기와 형태, 건설비용과 유지비용, 환경영향 등에 대해서 전문가들의 비평이 없을 수 없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재정 능력상 실천 가능한지도 의심이 들지만, 자기 돈으로 자기네 건물이며 도시를 만드는데, 무어라 할 필요가 없는 것인가?
이들도 분명 또 다른 피라밋들을 세우고 있는 것 같다. 더욱 큰 규모로 말이다. 이를 통해 그 나라가 세계의 큰 관심을 끌게 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믿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건설과정에서 다양한 문제에 부딪혀 돈벌이를 꿈꾸던 외국회사들이 수없이 파산할 수도 있고, 건설되더라도 그 지역은 물론이고 주변 더욱 넓은 지역들이 기후변화 및 생활 여건 변화로 큰 고통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운영비 부담에 치여서, 석유자원 고갈 내지 가격폭락, 혹은 이 도시를 움직이는 기계화자동화의 근원이 될 전력이며 수자원의 부족으로 폐허로 남게 될지 누가 아는가?
중국의 샨사댐도 그 목적은 하류 홍수방지와 전력생산을 위해 건설되었다고 하지만, 너무 거대하여 지구 자전축 및 자전 속도에 영향을 미칠 정도라고 한다. 물론 수많은 역사유적들이 물에 잠기게 되고, 많은 이들이 고향을 떠나야 했다. 그리고 하류에서는 많은 도시들이 댐 붕괴를 걱정하게 되었다. 이 같은 대형 댐의 건설로 인해 물줄기가 말라 고통을 겪게 된 하류지역 나라들도 있다. 과거 소련이 강물 줄기 방향을 변화시킴으로 자기들은 큰 혜택을 보았지만 주변 국가의 우랄해가 메마르고 많은 지역이 사막으로 변해 버렸다. 중국의 상류 물줄기 차단으로 동남아시아의 젖줄인 메콩강이 수량부족으로 큰 고통을 겪는다는 소식도 들었다. 이렇게 한 지역의 이익이 다른 지역에 큰 해가 되기도 하고 지구 전체의 재앙이 되기도 하는 것이 문제이다.
기술적으로도 가능하고, 그 지역 사람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는 등 그 당시 옳다고 생각되는 프로젝트라 하더라도, 좀 더 신중해야 할 것이 초대형 건물이며 구조물 건설이라고 생각된다. 과학기술을 바탕으로한 인류문명이 크게 발달해있고 앞으로 더욱 발달해 나간다 하더라도, 이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 내지 맹신은 현세대만이 아니라 미래 후손들에게도 그리고 생태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가 지속가능한 개발을 논하고 있지만, 이를 각 요소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고 어떻게 사회적인 합의를 이루어가야 할지 잘 알지 못하니 문제인 것이다. 과거와 같은 비참한 노예계층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지만, 분명 고통을 더 받는 계층이 존재하고 잘못하면 지구온난화, 환경오염, 생태계 파괴, 도시 황폐화, 핵확산 등으로 인류문명 자체가 파괴될 수도 있는 것이니까.
2024년 4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