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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2 10:24

계절이 주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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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주는 의미

 

구 자 문

봄이 엊그제인데 초여름에 접어들었다. 한여름은 아니지만 여름인 것은 분명하고 인근의 산야가 진초록으로 변해가고 있다. 인구50만의 도시에 면적은 서울의 1.8배에 이르는 지역에 살고 있으니 교외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도심지역이라 할지라도 토지이용에 여유가 있고 주변에 푸르른 구릉과 산들이 존재하니 살만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직장은 그리 멀지 않은 교외지역에 위치한 20만평 이상의 캠퍼스라서 교내외 푸른 큰키 솔밭과 다양한 활엽수들이 장관을 이룬다. 거처도 이곳에서 멀지 않은 신도시 고층아파트지역으로서 단지들이 아름다운 나무와 꽃들로 꾸며져 있다.

 

출근하여 차를 그늘에 세우고 좀 걷자면 주변은 푸르름이 짙어진 벚나무, 느티나무, 미니 사과나무, 모과나무, 빨갛거나 하얀 꽃을 피우는 영산홍 등이 늘어서 있다. 언덕배기로는 큰금계국이 무더기로 노란 꽃들을 피워내고 있다. 몇 마리 새들도 울어대고, 가끔은 고라니가 캠퍼스 가장자리를 뛰어 지나가기도 한다. 퇴근을 하면 해가 지기를 기다려 아파트 주변을 걷는데, 바닥은 벽돌이며 페이브먼트이지만 담주변에 걸쳐 자라는 넝쿨장미가 수 많은 짙붉은 꽃들을 피워내고 있다. 아파트 안쪽에는 건물 사이사이 그리고 가장자리에 수 많은 큰키나무들과 작은 꽃나무들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 삶에 있어서 이러한 푸른 나무와 붉고 흰 꽃들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우선 이들은 우리에게 산소를 제공하고, 삭막한 도시에 아름다움과 여유를 주는 것이다. 혼잡한 도심보다 약간 교외에 위치한 신도시 스타일의 아파트 단지를 선호하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이유가, ‘계획된 스퍼블락개발형식인 지구단위계획으로 조성된 주거지가 밀도는 높아도 대지는 여유를 가지고 갖가지 조경시설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으로 말한다면 담장 있고 정문에 안전요원이 배치된 게이티드 커뮤니티(Gated Community)’인 셈인데, 사회적으로는 잘사는 사람들만의 마을이라는 구설수가 있기도 하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범죄가 높지 않은 안전한 사회이기 때문에 그러한 정도의 엄격함을 지니고 있지도 않지만, 사회적인 구설수도 적은 편이다.

 

수십년전만 해도 우리 한국땅은 헐벗음 일색이었다. 주변 산야들은 땔감용으로 나무든 일년생 초목이든 모두 베어가고 여름에 비가 오면 토사가 마을로 덥치는 곳이 많았다. 비행기를 타고 가다 아래를 보면 붉은 황토색이 많았는데, 일본 상공을 지나거나 착륙하게 되면 거리가 그리고 교외지역이 푸르름 일색이라 부러웠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이러한 경험이 1950~60년대도 아닌 1980년대 초반부터 후반에 이르는 필자의 직접경험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발전하고 도심공원은 물론이고 교외의 산야들도 나무가 자라나고 푸르른 수림대를 형성하고 있다.

 

4계절이 뚜렷한 한국에 사니 철마다 다른 풍경을 감상할 수 있고, 열대지방에 비해 한여름 빼고는 기온이 낮아 무더위에 시달리지 않으며, 한대지방에 비해 한겨울을 빼고는 기온이 높아 추위에 시달리지 않고 살수있다. 한여름이 열대지방만큼 더웁고 한겨울이 한대지방 만큼 춥다고 할지라도 곧 봄이 오고 곧 가을이 옴을 알고 있으니 참고 견디기가 수월한 것이다. 만일 내가 시인이거나 소설가, 혹은 미술가였다면 온난한 캘리포니아에서 보다 4계절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좀 더 다양한 풍경과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글에 그리고 화폭에 담을 수 있었을 것이다.

 

100년 전만해도 이땅에 산업화가 이루어지지도 않았고, 나라도 귀족들만을 위한 왕정이었고, 수없는 왜란, 호란 등 외세의 침입으로 국민의 삶이 매우 궁핍했었다. 일부 양반가들을 제외하고 일반 시민들의 주거지는 매우 열악했으며, 수도인 서울에서도 화장실이며 하수도 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온 도시가 역겨운 냄새가 진동했다고 한다. 새로운 근대문화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외세에 치여서 나라를 빼앗길 정도로 우리 정부는 무기력했었다. 그 추운 겨울을 가난한 우리 국민들은 그 겨울을 어떻게 보냈었을까? 삼한사온을 위안 삼고, 곧 봄이 오리라는 희망 속에 세월을 보냈을 것이다.

 

여름은 매우 더운데, 기껏 더위를 피한다는 것이 냇가에서 그리고 산골짜기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것이었지만 겨울만큼 어렵진 않았을 것이다. 봄이 되면 보리가 자라나고, 그 어려운 보리고개를 넘자니, 구황식물로 알려진 칡뿌리, 송홧가루 등을 섭취하지 않을 수 없었고, 설익은 보리이삭을 씹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곡식이 자라고 과일나무가 자라는 푸르른 여름이 좋았던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가 발전하고 이 같은 어려움은 최소한 젊은이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포항 호미곶면의 구만리에 자주 가는데, 한 시인이 노래하던 그 푸르던 보리밭이, 곧 황금빛으로 변하고 우리의 양식이 될 보리쌀이 되지만, 이들에게는 큰 존재도 아니고 큰 의미도 주지도 못한다. 다만 주변의 유채단지와 함께, ‘아 봄이 오고 여름이 오는구나라는 계절을 일깨우는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이다. 나는 가끔 이 지명도를 가진 구만리인근의 해안절벽 카페에서 바다를 전망하며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아메리카노를 즐긴다.

 

20236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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