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의 비밀, 사라호
제주도 한라산에 다녀왔습니다. 빗소리를 들으면서 비오는 한라산을 원 없이 걷다가 왔습니다. 성판악에서 출발하여 백록담을 거쳐 관음사로 오십리가 넘는 산길을 걷으면서 한라산의 정기를 받았더니 기운이 넘쳐 흐릅니다.
한라산에 백록담 말고 호수가 하나 더 있습니다. 제주 사시는 분들도 한라산 매니아가 아니면 잘 모르는 호수입니다. 옹달샘도 아니고, 웅덩이도 아닌 정말 백록담을 닮은 호수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성판악을 출발하여 시오리쯤 가다보면 사라약수터가 나옵니다. 약수터에서 한라산의 맑은 물을 한 그릇 들이키고 억수로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서 숨어 있는 호수를 찾아 나섰습니다. 산죽나무 숲 속을 헤치고 작은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판초우의가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대략 막아주긴 했지만 흐르는 땀으로 이미 속옷까지 흥건하게 젖었는데다가 허리까지 오는 산죽이 흩어내는 물방울들이 바지까지 적셔 버리고 이내 등산화 속까지 스며들었습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등산화 속에서 찔꺼덕 찔꺼덕 소리나 나기 시작했지만 숨어있는 호수를 보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숲을 헤치고 갔습니다. 한 20분 올라가서 작은 언덕을 넘어서자 놀라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 졌습니다. 한라산의 비밀, "사라호(紗羅湖)"가 비단을 펼쳐 놓은 것같은 "사라오름" 위에 수줍은 색씨처럼 조용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엊그제 찍은 사진 보여드리겠습니다. 비가 퍼 부어서 카메라 가방을 열 수가 없어 별 수 없이 핸드폰 카메라로 찍었는데 화질이 별로이긴하지만 그런대로 호수의 모습은 짐작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사라라는 그 이름만큼 예쁘고, 수줍은 느낌의 호수 사라를 만나보세요. 나중에라도 이 호수를 보고 싶으신 분은 연락주세요. 공개적으로 천기를 누설할 수 없어 꼭 필요하신 분에게만 가는 길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실은 한라산에서 정해진 등산로 아닌 곳으로 들어 가면 벌금이 자그마치 1백만원이나 됩니다.) <한라산 사라호의 아름다운 모습>

사봉의 아침편지 신청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