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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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엄마(1)


부여 청소골 막내 딸이 부여 능산리 부잣집으로 시집을 왔단다. 나이 열아홉에 대전사범 갓 졸업한 한살 어린 신랑에게.
시집이라고 와보니 시누 넷에 갓 태어난 시동생이 있었고 골골거리는 시할아버지에 언제 어찌 돌아가셨는지 아무도 말안하는

큰시숙 부부(제사가 없는 걸로 봐서 아마도 이북에 납치? 추측)의 9살 된 조카 딸까지.
아랫채 사랑방엔 일꾼 부부와 저녁마다 득시글대는 동네 사람들. 등잔 불 켜놓고 고드렛 돌로 딱딱 소리를 내며

왕골로 돗자리 짜고 짚으로 새끼 꼬아 가마니 짜고 담배 피고 막걸리 마시고..
그래서 항상 후줄근한 담배 냄새와 시끌벅적
한 소음으로 가득찬 어둑컴컴한 사랑채.

 

남편은 발령 받아 서울로 가 버리고 한학 집안에서 총명하다 하여 소학까지 마친, 막내라 살림이 서툰 새댁 울엄마.

친 시어머니는 손위 시누 하나와 돌아가신 시숙과 남편을 남기고 일찍 하늘나라로 가셨으니...

이듬 해 겨울방학에 법대 합격자 이름이 쓰여진 신문을 들고 만면에 미소를 띤 미소를 띤 채 나타난 남편.
저녁에 안 사랑채에 계신 시아버지 방에 들어갔다 나온 남편 바로 뒤로 시어머니 따라 들어가시면 들려오는 앙칼진 음성.
" 그 애 대학 갈치면 내 새끼는 워떻게 킨대유?".
" ... ..."
딸 셋을 낳고 얻은 아들. 나 보다 두 살 위 삼촌의 얘기 같다..
"안돼유. 절대 안돼유."
".... ..."
시동생 낳기 전까진 남편에게 지극정성을 다해 보살펴 주었다는 새 시어머니.
법대가서 판사가 되고 싶었던 남편.
기가 다 빠진 남편 다음날 사랑채에 다시 들어가
" 아버지, 쌀 서말만 팔아 주세요.
나머지 학빈 제가 알아서 할께요."
남편이 나온 뒤 바로 뒤따라 사랑채에 다시 들어가신 시어머니의 더 날카로워진 음성.
"내 새끼도 갈쳐야쥬!"
이러기를 서너 날 반복하던 남편 결국 풀 죽은 채로 서울로 떠나고...

해방되던 해 동짓달 그믐.
짹 소리 한번 못하고 시집살이하던 울 엄마 안방에서 혼자 날 낳으셨다.

가뭄에 갈라진 논바닥처럼 가슴이 타 들어가 갈라지면 한 살 짜리 남동생을 들쳐 업고 조그만 내 손을 잡아 끌며

고개 넘고 언덕 넘어 또 언덕을 넘어 부여 샹골 외가를 다녔다.
가는 길에 알록 달록한 기다란 헝겁이 새끼 줄에 끼어 바람에 너풀거리고 커다란 나무 가장자리에 쌓인

돌 무더기에 작은 돌을 하나 더 얹으며 한 숨을 돌렸었다.
아장거리며 먼길 걷느라 힘이 들었을텐데 힘든 기억이 없다.
그 어린 나이에 나보다 엄마가 더 아팠을거라 생각했을까?

외갓집 대문을 열면 삐끄덕 소리와 거의 동시에 외할머니가 버선 발로 정신없이 나오신다.
외삼촌은 말없이 내 머리 한 번 쓰다듬고 외숙모는
"하이고, 부여 능산리 애기씨 왔네유."
반색을 하며 동생을 받아 안는다.
서로 별 말도 못하고 눈만 마주치다 간단한 점심 한 끼 먹고 돌아서는 막내 딸을 안쓰러워하는 아주 작아진 외할머니 모습
다시 능산리로..( 지금의 백제고분군) 등 뒤로 외할아버지의 헛 기침 소리만 석양을 가른다.


아직 어둑한 새벽녘.대문 안 시렁 밑에 커다란
나무 절구통에서 보릿 댓끼는(찧는 것과 다르게 보리쌀의 껄끄러운 부분을 벗겨냄) 소리.

이건 틀림없이 살그머니 일어나서 앞치마를 입고 나간 엄마일 터...
나무 타는 매캐한 냄새가 문풍지 사이로 들어왔다.

육중한 대문 열리는 소리와 사촌 언니와 고모가 우물에서 물동이로 물길어 오는 발자국 소리 일꾼들의 두런거리는 소리,
소 여물 쑤려고 작두로 볏짚 써는 소리 사랑채 부엌의 무쇠 솥 여닫는 소리.
소 외양간에선 푸하 푸하하며 소가 여물 달라하고, 구정물 통 옆에 있는 돼지우리에선 열마리 새끼가 씩씩대며

엄마 젖 꼭지에 매달려 뒷발을 버티며 젖 빠는소리가 여명을 뚫고 안방의 건넌방 내가 자고 있는 곳까지 들린다.

부여 집의 육중한 대문은 빗장이 내 키 보다 높아서 내 힘으론 여닫을 수가 없다.

안채는 여덟칸의 겹집인데 초가집이다.
뒷마당엔 작은 샘이 흐르고 장광(장독대)엔 반들반들한 항아리들이 옹기종기놓여 있고 뒤곁 조금 언덕진 곳엔

배나무, 자두나무, 진디가 많이 끼는 앵두 나무와 신하대(작은 대나무로 집수리 할때 잘게 잘라 진흙에 개어서 벽에 바름)가 있어

바람부는 날엔 서로 잎을 비비며 귀신 우는 소리를 낸다.
추수 끝난 늦 가을이면 동네 남정네들이 모두 모여 바깥 마당에 짚더미를 산 처럼 쌓아 놓고

이엉을 만들어 지붕의 썩은 이엉은 걷어내고 새로 얹어 노란 지붕을 예쁘게 만들었다.
처마 끝엔 참새가 알을 많이도 낳았다.
참 포근하고 따듯했다.
방문은 양여닫이와 미닫이로 이중문이고 제사 때 시루떡 찌는 날엔 방바닥이 절절 끓었는데

매케한 나무 타는 냄새와 구수한 시루떡 냄새에 배 깔고 엎드려 있으면 어느새 잠이 들곤 하였다.
서쪽엔 앞 뒤로 통하는 문이 있는 긴 부엌에는 양 끝에 나뭇광과 김치광이 있고

그 사이엔 겨울마다 밤을 묻어놓는 우묵한 땅바닥  그으름에 까매진 부엌 천정 위에는 다락이 있다.
골방에서 다락으로  올라가면 옆으로 긴 창이있어 부여 왕릉의 봉분이 동그랗게 보인다.
내가 서울 오기 전 백제 왕릉 봉분에 걸친 석양을 자주 보던 그 다락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남쪽의 넓은 마루 끄트머리엔 벽장이 있고 동쪽엔 누마루가 있는데 키 작은 내가 오르긴 힘들지만

누마루에 손을 짚고 깡총 뛰어서 오른 발을 먼저 누마루에 올리면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한여름의 따가운 햇살이 네모 반듯한 앞 마당에 가득차면 누마루 바닥에 배를 깔고 두 손으로 턱을 고인 채

활짝 열린 대문 사이로 활동사진처럼 보이는 신작로를 바라보며 심심함을 달랬다.
우물가에서 빨래 방망이로 빨래 두드리는 동네 아낙들과 먼지 폴폴 날리며 달리는 자동차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 땐 부여 읍에서 서울을 가려면 이 신작로를 통해 논산으로 가서 서울가는 완행 기차를 탈 수 있었기 때문에

신작로엔 버스나 차들이 심심찮게 다녔다.
누마루 밑엔 순한 멍멍이가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골며 잠이 들곤 했었지.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단 때가 아니었을까?
울엄마, 시할아버지 해소기침 수발에 비오는 날이면 낙숫물 떨어지는 곳에서 실지렁이를 잡아 약탕기에 끓이고,

온몸에 바늘처럼 꽂히는 시어머니의 시선, 종가집 대소사 일거리. 많은 식솔들 밥 수발에 목화 따서 물레에 무명실 잦고,

모시 삼고, 누에 치고, 남편 서울로 떠나 보내고 엄청난 시집살이 설음을 몸으로 때우니...
"죽으면 썪을 놈의 육신  아껴서 뭐한다냐".
서울로 아빠만나러 가기 전까지  그렇게 당신 몸을 혹사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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