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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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떡해 - 오현세

 

어제 오후. 우리 집에서 옛직원 모임이 있었다. 두달에 한번씩 모여 노는데 장소 때문에 항상 불편했다. 그런데 어제는 마누라가 모임이 있어 늦게 들어온단다. 즉시 사발통문. 우리집 비었으니 3시 집합! 모두가 합창하는 쾌재를 들으며 흐뭇!

 

집사람은 12시 약속이라 11시에 나간다는데 난 오전에 딴 약속이 있어 두시쯤 들어올 요량으로 10시 반쯤 집을 나섰다 약속장소에 11시 10분전 쯤 도착해 자리에 앉는데 뭔가 허전하다. 주머니를 뒤지니 이게 웬 일! 핸드폰이 없다! 놓고 나온 것이다. 순간 머리 속이 하얘지며 졸도! 이게 왜 졸도할 일이냐 하면, 우리 집 현관은 본래 번호키였는데 자꾸 고장이 나 얼마 전에 열쇠로 바꿨다. 그 열쇠를 안 잃어버리겠다고 핸드폰고리에 달고 다니는데 그 핸드폰을 안갖고 나온 것이다. 평상시 같으면 밖에서 싸돌다 마누라 있을 때쯤 들어가면 아무 문제 없을 일. 그런데 어제는 아니잖아! 열쇠가 없으면 안되잖아! 집에 못들어가잖아! 시계를 보니 막11시가 되려는 찰라. 얼른 마누라한테 전화해야지. 아직 안 나갔으면 문 잠그지 말고 나가라고 하면 되니까. 공중전화로 질주. 그런데! 이게 웬 일! 아무리 생각해도 마누라 핸폰 전화가 떠오르질 않는다! 두번째 혼절하려는 걸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다잡으며 택시~! 집까지 10분거리니 잘하면 마누라를 만날 수 있을거야. 아니면 혹 마누라가 문을 안잠그고 나갔을 수도 있어. 급복통 난 자세로 택시를 잡아 번개처럼 집으로! 엘리베이터 안에서 달음질을 치며 올라가 현관문을 당기는데~! 컥! 잠겨 있다. 순간 다리가 풀리며 문에 기대 재차 혼절. 이를 어쩌냐. 아파트 앞에 앉았다가 오는 직원들 돌려세워? 그리고 마누라 올 때까지 개겨? 이게 말이 되는거여?

 

혼미해지는 정신머리를 필사적으로 추스리며 짱구를 굴렸다. 열쇠달라고 마누라와 어떻게 통화를 하나? 동회에 가봐? 이런! 신분증도 없네? 그냥 가? 가서 누구누구가 내 마누라니 전화번호 알콰달래? 음…나중에 마누라가 정신병원으로 날 면회 올 확률이 높지? 그럼? 마누라가 로타리 근처 한방의원에 침 맞으러 다니니까 그 병원을 찾아? 위치도 잘 모르는데? 찾았다고 쳐. 생판 첨 보는 넘이 나타나 침 맞으러 여기 다니는 아무개 전화번화 달라 그래? 그럼 내 대가리에 침 놓겠다고 덤비겠지? 그럼?!!!. 휙 스치는 천재적인 착상! 혹 관리실에 연락처가 있지 않을까? 바람처럼 관리실로 달려가 카운터 아가씨한테 여차저차 이만저만해 누구누구와 전화를 해야하는데 어쩌구 저쩌구…아가씨가 긴가민가 컴퓨터를 두드리더니 “번호를 알려드릴 순 없구요. 제가 걸어 드릴께요.” 하면서 다이얼을 한 손으로 가리고 번호를 누른 후 수화기를 건네준다. 하이고 참한 것! 어쩜 그리 이쁘냐! 따르르르…신호가 간다. 캬…살았다!. 그런데 “전화를 받지않아…어쩌구 저쩌구” 전화가 끊어진다. “저 아가씨 미안하지만 한번 더 걸어 주실래요?” 이 짓을 하기 다섯번. 막장 드라마 시청하듯 쳐다보는 관리실 직원들의 눈초리에 등허리에 식은 땀이 흥건할 즈음, 마침내, 드디어, 파이날리 마누라가 전화를 받았다. “ 아 왜 전화를 안받아”부터 시작해 @#$% &^%$ 그러니 빨리 도로 집으로 와!” 마누라는 지하철 타고 룰루랄라 한창 가는 중이었다.

 

헐레벌떡 지하철 역으로 달려가 동동 걸음을 하고 있는데 저 멀리서 마누라가 보인다. 또박또박. 천사 같은 자태인데 왠지 느낌이 살벌하다. 완전 쫄아있는데 다가온 마누라, 세상 한심한 눈초리로 날 쪼리더니 열쇠를 건넨다. 그러면서 조용히 한마디. 자기는 점심약속인데 점심 먹고 우리직원들 오기 전에 집에 왔다 가면 될 것 아니냐. 그럼 피차 아무 일도 아닐 수 있는데 왜 자기가 말 할 틈도 안주고 왁왁대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냐. 유구무언. 다시 한번 식은 땀만 줄줄...앞으론 그러지 마라. 그리고 쓱 몸을 돌려 유유히 사라진다. 오 멋쟁이 마누라.

 

그래서? 그래서 무사히 집에 들어 와 신나게 놀았지! ^^ 저녁에 다시 한번 마누라 설교를 들었지만 밤낮 듣는 설교가 뭔 대수랴.

 

그런데! 자다가 번쩍 깼다. 마누라 전화번호를 못 외우고 있으니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떻하지? 잠이 안온다. 외우면 되지 않냐고? 되지. 그런데 못 외우는데? 안 외지는데? 그래서 밤새 필사적으로 궁리한 것이

 

  1. 아파트 어딘가에 마누라 전화번호 적은 쪽지를 묻어 놓는다 (묻은 장소를 적은 쪽지는 어디 묻나? 그리고 집에서 먼 곳에서 연락할 일이 있으면 어쩌나? 그래서 이 기발한 착상은 취소)
  2. 아무리 생각해도 내 뇌에 번호를 저장하는 것은 가능성이 없으니 팔뚝에 문신을 한다! (이 천재적 발상이 무산된 이유는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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