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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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엄마2(엄마의 탈출)


불평 한번 안하고 시 할아버지와 시부모 깎듯이 모시고 장손집 대소사 몸 사리지 않고 억척같이 해 내던 울 엄마.
" 밥 잘먹고 할머니 말씀 잘 듣고 아프지말고...".
작은 보따리 하나와 4살 짜리 남동생을 등에 없고 울음을 삼키며 내게 말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엄마 눈을 난 멀뚱멀뚱 바라 보고만 있었다.
6살이었던 난 너무 어려서 아무 생각도 안난다.
해소 기침으로 수시로 콜록대시던 시할아버지, 시아버지, 젊은 시어머니,
넷이나 되는 시누들, 어린 사촌 조카, 나보다 한살 위 시동생, 그리고 하나 더 생긴 나보다 다섯살 아래의 갓 태어난 시동생.
그리고 두 셋의 일꾼들
" 어르신 아침 자셨남유?." 하며 수시로 드나드는 동네 어른들 그 상황에서 엄마 마음을 헤아릴길 없는 나는
달팽이처럼 속으로 움츠러들어 있는듯 없는듯 지내고 있었다. 그러므로 아무도 날 건들거나 힘들게 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엄마의 기를 펴고 당당하게 만든 건 4살 짜리 곱상하게 생긴 남동생을 낳은 일.
전주이씨 효령대군파 장손, ( 나중에 큰집에 아들이 없어 낳자마자 양자를 가는 바람에 물려 받은 재산으로 인해 동생이 이혼
하고 폐인이 되는 빌미가 되었다.)


버글버글한 식구들 사이에서 엄만 날 특별히 이뻐하지 않았다는 생각? 때문에 그렇게 덤덤하게 엄마를 떠보내고 나서 나는
말 수 적은 조용한 이이로 부여에 남았다.
부여읍내에 있는 부여 국민학교 입학해서 일학기 마칠 때까지.
서쪽 쪽대문만 열면 오를 수 있는 부여 왕릉. 봉분 꼭대기에서 부드러운 잔디를 쓰다듬으며 몸을 바르게 하고 두 팔을 쭈욱 펴고 누워서
천천히 굴러보기도 하고 하늘에 걸린 황홀한 노을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라보곤 했다.
그 아름다웠던 노을은 어디로 갔을까? 외로움도 가슴에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그리움.
자운영 꽃이 가득 피어있는 논. 오솔길에 삐죽이 나온 달콤한 삘기. 입술이 시퍼렇도록 따 먹던 뽕나무에 매달린 오디.
서울간 엄마에 대한 그리움 조차 그리워했던, 아! 아름다웠던 시절.
제사나 명절 때 엄마가 서울서 내려오면 내가 혹시 할머니나 고모들에게 구박이라도 받지 않았을까?
내 눈치부터 살피고 '작은엄니, 작은엄니' 하며 엄마에게 많이 의지하고 따르던 사촌 언니에게 날 신신 당부했다.
사촌 언니는 부모가 없어 할머니 눈총도 많이 받고,  고모들하고 다툴 때도 항상 지고, 궂은 일도 더 많이 하는 것 같아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내게 항상 먹을 걸 많이 챙겨주고 여러가지로 보살펴 줬다.
그때 몇년 떨어져 있었던 사건이 엄마의 가슴에 아픔의 앙금으로 남아 가끔은 나를 어려워 하기도 했다.

이러저러한 상황이 아마도 훗날 내 결혼을 죽기 살기로 반대한 이유 중 하나였을 게다.
지금은 돌아가신 엄마가 문득 최명희가 쓴 '혼불'의 주인공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서울 올라 와서야 엄마가 날 두고 황망히 서울로 떠난 진짜 이유를 알았다.
스물다섯의 총각같은 우리 아버지에게 (를) 좋아하는  선생님이 둘이나 있었다는 것을.
                                       202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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