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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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올 2분기 실적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매출은 30조 3260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9%가 늘었고 판매 대수는 103만대로 역시 47%가 늘었다. 지난해 코로나 기저효과로 실적이 반등하는 수준을 넘어 폭발적인 경쟁력의 향상을 보여줬다. 

현대차가 후원하고 있는 한국 양궁팀이 올림픽 사상 최고의 기록을 세웠다. 33년간 9회 연속 우승이라는 새로운 성공 스토리를 써 냈다. 그리고 오늘의 현대차를 만든 정몽구 명예회장이 세계 자동차 명예의 전당에 한국인 최초로 헌액이 됐다. 변방의 자동차 회사를 세계 5위로 이끈 업적과 공훈을 세계가 인정했다. 펜데믹을 뚫고 나간 최고의 실적, 백지 한 장 차이의 정글 속에서 이룬 9회 연속 세계 제패, 변방을 뛰쳐 나온 중원(中原)에서의 강자 등극.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도전인데 현대자동차는 세개의 금자탑(트리플 크라운)을 동시에 들어 올렸다. 현대차 그룹의 창업주 정주영 회장을 생각하면 그의 푸른색 작업복이 먼저 떠 오른다. 그는 작업복을 입고 뚫어지게 현장을 쳐다보고 온 힘을 다해 현장을 지휘했다. 현장은 정주영의 스승이었다. 그가 현장을 지키는 동안에 현대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배를 짓고 한국에서 가장 빨리 고유모델의 승용차를 생산했다. 그리고 세계 유수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정몽구 회장의 이니셜 애칭 'MK'를 나는 'Made in Korea'로 해석했다. 정몽구 회장도 아버지를 빼다 박아 작업복을 입고 세계 곳곳의 현장을 누볐다.현대차그룹 회장으로서의 첫 미국 방문길이던 1999년, 그는 현장에서 차량 생산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현대차는 세계 37개 완성차 생산업체 중 34위, 기아차는 37위의 품질로 평가됐다. 그는 현장에서 품질을 챙겼다. 인사도 현장에서 했다. 현장에서 그가 챙긴 현대차의 품질은 이제 어떤 조사에서도 매년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현대차의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는 JD파워 품질조사에서 4년연속 1위를 지켰다. 가장 한국적인 경영(MK)을 실천한 정몽구 회장에게 현장은 세계 최고의 품질을 선물로 줬고 현대차는 최고의 실적을 시장에서 이뤘다. 

정의선 회장의 등장과 함께 현대차의 현장에는 빠른 속도감이 찾아왔다. 차세대 에너지원인 수소시대의 플랫폼 구축,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인 AI(인공지능)시장에서의 활발한 인수·합병(M&A)등에서 느껴지는 속도감은 정의선 시대 현대차 경영의 모든 현장을 관통하고 있다. 

현장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그래서 가장 공정하다. 현장을 믿은 현대차의 경영철학은 국가대표 양궁팀의 경쟁력으로 전이됐다. 백지 한 장 차이인 선수들의 실력이 바늘 구멍만 한 국가대표 선발이라는 현장을 거치며 강해질 대로 강해졌다. 어제의 명성이 오늘의 실력을 담보하지 않는 법, 김제덕과 안산은 그래서 올림픽 시합 전날 열린 랭킹라운드 현장에서 혼성 단체전 대표로 선발됐고 그들은 금메달로 기대에 부응했다. 

7월 30일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안산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주고 있다. 혼성 단체전, 여자 단체전에서 2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안산은 개인전 결승에서도 승리해 사상 첫 올림픽 양궁 3관왕이 됐다. 사진=연합뉴스
7월 30일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안산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주고 있다. 혼성 단체전, 여자 단체전에서 2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안산은 개인전 결승에서도 승리해 사상 첫 올림픽 양궁 3관왕이 됐다. 사진=연합뉴스

양궁대표팀은 올림픽 경기장인 유메노시마 양궁장과 똑 같은 현장을 만들었다. 해변이라는 입지적 특성을 공유하면서 일정하지 않은 바람, 카메라 셧터 소리, 취재진들의 이동 동선, 주변 상공을 지나가는 비행기 소리, 만약에 대비해 지진 상황에 대처하는 법까지 똑 같은 현장 환경에서 훈련을 했다.

절대 거짓이 없는 현장을 확인한 정의선 회장은 개인전 당일 믿고 있다고 안산 선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회장의 전화를 받은 안산 선수는 가벼운 마음으로 '쫄지 말고 대충 쏜다'를 마음으로 주문했다고 한다. 현장을 공유한 두 사람은 시상식에서 꽃다발과 금메달을 교환하며 자축할 수 있었다. 

현장중심주의의 원칙은 정주영 회장에서 시작되어 정몽구 회장이 꽃을 피웠고 정의선 회장대에 이르러 세계 자동차 명예의 전당 입성이라는 금자탑으로 결실을 맺었다. 명예의 전당은 1939년 설립된 자동차 박물관으로 매년 세계 자동차 산업사에 길이 남을 업적과 성과를 낸 인물을 발표해 헌액하고 있다. '헨리 포드', '자카를 벤츠',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 '토요다 기이치로' 등 굴지의 기업인과 과학자가 헌액돼 있다.

3대에 걸친 현장중심주의의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효율적인 경영방식과 기업문화는 이제 세계 자동차 산업계에 한 획을 그으며 현대차의 달라진 위상과 한국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양궁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7월 26일, 우리 양궁 선수단은 삼겹살을 먹었다. 그때까지 딴 금메달 3개를 기념한 것이리라.

창업이래 현대차는 3대에 걸쳐 현장중심주의의 경영철학을 펼치고 경영의 모든 단계에서 현장과 소통했다. 이 또한 삼겹살의 또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오로지 실력만이 인정받는 곳, 가장 공정한 곳, 혁신의 싹을 틔운 현장의 힘을 믿고 실천한 현대자동차의 3대와 모든 구성원들이 미래 모빌리티의 각축장에서는 33겹살을 구워 먹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