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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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엄마3.(임종)
"누나 ! 엄마가 돌아가셨네."
덤덤한 말투로 동생이 전한다.
지난 겨울 쓰러지셔서 말 한마디 못하고 1년 여만에 요양병원에서 돌아가셨다
자식 다섯이 하나같이 불효를 했는데 그냥 가셨단다. 깨어나시면 죄송했다고 사죄드리려 했는데...
부모 자식간의 얽히고 섥힌 매듭들을 그냥 둔 채 어떤 자식에게도 임종을 보여주지 읺고 홀로 조용히 가셨다.
구십 평생 고단한 삶을 당신 혼자서 마무리하셨다.

 

아버진 돌아가시기 전에 '경제적으로는 걱정말아라. 외로움을 많이 타니 가끔 전화하고 찾아뵈어라.

그리고 재산은 큰애가 정신차리면 돌려주거라.'  하고 유언하셨다.
산본 아파트는 엄마 이름으로, 아버지 연금의 70% 엄마가 받고. 조금 있는 현금통장 엄마 이름으로...아주 용의주도하게 정리 하시고 가셨다.

그래서 쓰러지기 전까지 자식에게 의탁하지 않고 당신 하고 싶으신 대로 활발하게 활동하셨다.
부여에서 서울 오가는 것은 물론 충북 꽃동네나 혜화동 성당에서 하는 철야기도도 그 연세에 누구의 도움도 없이 다니셨다.
동대문  남대문 시장 뒤지고 다니며 옷감을 떠서 당신 옷을 손수 만들어 입고, 심지어 젊은 애들이 메고 다니는 백팩도 똑같이 만들어 메고 다녔다.
그 연세에 성당의 레지오 활동도 열심히 하고, 그래서 지금도 난 엄마의 간절한 기도 덕분에 이렇게 살고 있다고 믿고 있다.
살아 생전에 가장 많이 엄마 가슴을 아프게 해서 가슴에 얹혀 있는 돌이 내겐 아직도 이렇게 무겁고 답답한데...
무의식 상태에서도 내가  병원에 가면 엄마 눈가엔 눈물이 흘렀다. 엄마 가슴의 돌도 나 처럼 무거웠을까?.

큰 동생은 재산으로 말미암아 패가망신한 샘이다.  

예쁘고 똑똑하고 상냥한 올캐가 이유를 모르게 빚을 지고 그 빚이 혼자 감당이 안되면 터뜨려 집안을 혼란에 빠뜨렸다.

이런 상황이 서너번 벌어지니 집안은 풍비박산.
올캐도 교사고 동생은 KBS2 음향기기 담당이라 수입이 공무원에 비교가 안되었는데 ...
나중에 들리는 말로는 부여 땅까지 얘기하며 돈을 빌렸단다.
빚 갚을 돈이 팔요하다고 동생에게 사표를 종용해서 받은 퇴직금 마져 날렸다.

두 아이가 아직 학생이니 일억씩만 남겨 놓으라고 시누 입장에서 신신 당부했건만...
다행히 아이들은 잘 커서 결혼하고 아들은 한의사가 되어 옥중화 라는  역사 드라마에서 침놓는 장면에 출연하기도 했다.
올캐가 진 빚의 내용은 이혼한 지금도 모른다.
그래서 조카들도 올캐를 안본다. 지들 결혼식에도 아이 돌 때에도 올캐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남동생도 지금은 이혼한 후 정신이 피폐해져 요양원 신세를 지고있다. 동생은 큰집에 누나 하나있고 아들이 없어 어린 나이에  큰집 장손으로 양자를 갔다.

옛 어른들은 당연히 관습처럼 어린 동생에게 전재산을 물려 주었다.

그 많은 전답과 산까지. 그런데 올캐 하는 꼴이 심상치 않아 불안하다고 아버지께서 부여 땅 명의를 작은 동생에게 이전하였다.

나중에 형이 정신차리면 돌려주라고, 그런데 형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으니 둘째는 부여 재산을 돌려줄 마음이 없고 차지하고 싶은  욕심을 가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와 여동생은 아예 친정 재산엔 관심이 없었다. 그걸 바라보는 엄마 맘은 어땠을까?
볼꼴 못볼꼴 다 보고 그냥 말없이 가셨단다.

 

오후 6시 넘어서 돌아가셨으니 삼일장이 바쁘다
맏딸인 내가 장례 절차를 주관해야 하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고 마음이 바쁘다.
 서울 강남 성모병원 영안실 34평 짜리와 60평 짜리가 있단다. 하루 밖에 조문객을 못받으니 손님이 몰릴 것을 예상해 60평으로 했다.
주관하는 입장이라 신경 쓸 것. 챙길 것도 많고 조문객 받느라 하루가 어찌 갔는지 모른다.
오후에 4시에 입관실에 갔다. 구십이 넘은 노인이 화장을 해 놓으니 주름도 없고 참 곱다.
관 바닥에 하얀 국화꽃 잎을 깔고 사방 구석은 붉은 꽃잎으로 꽃을 만들고 가운데엔 노랑 꽃잎으로 커다란 십자가를 만들었다.
상조회사 예다함에서 "어떤 식으로 할까요?" 해서
"천주교 식으로 해주세요." 했더니...
엄마가 생전에 마련해 놓은 삼베로 수의를 입히고
얼굴만 남기고 정성스레 꽁꽁묶은 다음  산본 주임신부님 주례로 미사를 드렸다. 성가대가 와서 천상의 소리로 성가를 들려줬다
 내가 제일 먼저 엄마위에 성수를 뿌리고 형제들과 사위들이 돌아가며 엄마에게 성수를 뿌렸다.
'부디 좋은데 가시오'
친지와 삼촌들이 엄말 관속에 넣었다.
그리고 엄마 위에 다시 국화꽃으로 예쁘게 장식을 했다.
낼 새벽  6시 어스름에 부여 선산 장지로 떠난단다.
늦은 저녁에 예다함 직원이 조화에서 꽃을 빼서 꽃잎을 따 커다란 비닐에 담고있다.
"뭐 하세요?"
" 예. 내일 장지에서 쓰려고요."
나도 따라서 국화 꽃잎을 훑어 커다란 투명 비닐봉지에 담아주었다.

2월 초 아직 어스름에 리무진, 장의사 차 뒤를 따라 부여 선산에 도착.
옛날 할아버지 돌아가셨을 땐 꽃상여에 종을 딸랑거리며 '어이, 어이. 북망산천 이제 가면 언제 올꼬. 어이,어이.' 하며 곡을하고

만장이 마을 어귀 까지 늘어서 느린 걸음으로 장지까지 갔었던 장면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선산의 묘는 백제 고분군과의 사이에 작은 마을을 두고 나란하다. 신작로가 내려다 보이는 것도...
집 앞에서 유물이 출토 되었다고  마을이 부여 문화재 관리국으로  넘어가 보상을 준단다.

생전의 아버진 자식들 힘들지 말라고 엄마 석관과 비석까지 다 해놓으셨다.
아버지 무덤 한쪽을 파니 생전에 합장한다고 묻었던 석관이 보였다.
석관 뚜껑을 열고 관 바닥에 국화꽃으로 하얗게 덮은 뒤 예쁘게 장식을 하고 꽃을 만들고 여러 사람이 무명천으로 된 굵은 바로 엄마를 석관에 넣었다.
그리고 엄마 위에 희디흰 국화꽃을 하얗게 가득 뿌리니 부여 성당의 성가대가 부르는 성가에 따라 꽃잎이 사방으로 너풀거린다.

고단한 삶을 신앙으.로 버텨냈던 소진의 레지나.
국화꽃이 날리는 순간 엄마의 혼이 하늘로 올라가는 느낌을 받았다. 작은 노랑나비처럼 훨~훨.
관 뚜껑을 덮고 큰 애 부터 흙을 한 삽씩 떠서
관위에 뿌렸다. 나도 한 삽.
'엄마 잘 가'
"미안해. 엄마."
뒤늦게 눈물이 흐른다.
동네 사람들이 봉분을 만드는 사이. 우리는 입었던 상복과 나무관과 옷가지 등를 태웠다.
빈채로 덩그머니 남아있을 부여 집. 엄마가 가꾸던 뒤꼍엔 봄이면 흐드러지게 필 붉디붉은 영산홍, 백목련, 함박꽃.
이제 누가 들여다보고 쳐다봐 줄것인가?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 없네'
문득 옛 시인의 싯귀가 떠오른다.

이제사 '난 고아구나.' 하는 생각이
스믈스믈 올라오기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래서 지금 엄만 내 곁에 없다.
꿈에서 조차도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엄마는.
                        2021.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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