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시집 : '시를 뿌리다' 에서)
우기雨期의 질문
김은호
당신을 생각하면 비가 그칠 것 같다
비 내리는 밤에 해가 뜰 수도 있겠지
먹구름 속에서 무지개의 아이들 첨벙거린다
후회할 짓 쏟아지는 당신의 바깥
이쪽으로 흘러오는 질문들
아스팔트는 번질거리고 콘크리트 벽은 답변을 거부한다
번개와 천둥 사이, 울음의 배낭 메고 서 있는 나무들
길 끝에는 어떤 빛깔 노래가 열리고 있을까
‘나는 왜 여기 매달려 있나?‘, 점멸등이 깜빡거린다
젖은 시간이 당신의 부재不在를 더듬고 있다
비의 페인트공이 오래된 물음에 울음을 덧칠한다
코넷* 소리에 밥 먹어라 부르는 소리 담겨 있다
김은호
골목길 어스름에 물수제비 뜬다
‘밥 먹어라!’
소리의 파문이 아이들 귓바퀴를 흔든다
엄마의 ‘밥 먹어라!’ 부르는 소리가
퐁당퐁당, 아이들 놀이를 흩트려 놓는다
기지개 켜며 가로등이 눈 뜨고
손 놓기 싫은 시간이 쫀드기처럼 끈끈하다
유년의 골목길에서 새어 나오는 풍경
이 저녁, 소프라노 코넷 소리에
엄마의 음성이 담겨 있다
음악 타고 온 추억이 나를 부른다
귤감 불빛 가로등이 하냥
어둠을 제 품에 끌어안고 있다
*코넷: 트럼펫과 비슷한 금관 악기.
O 김은호: 2015년 계간 <시와소금>으로 등단.
시집 2018년 『슈나우저를 읽다』 (문학의 전당 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