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우리 생활에서 먹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중국산을 믿지 못할 저급함으로 취급하기에 자칫 중국을 인구나 많은 저개발국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들의 각 분야에서의 발전은 매우 놀랍다.
며칠전 텔레비전에서 중국 항주의 문화컨텐츠 사업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었다. 이 도시는 옛 송나라의 수도이기도 했던 만큼 많은 역사유적들이 있었을 것으로 보아지지만, 요즈음은 전해져 내려오는 구구절절한 이야기들을 발굴해 내어 연극으로 만들고 영화로 만들어 내고 있다.
항주의 ‘송성가무쇼’는 송나라때의 전설과 역사를 표현한 공연으로 세계 3대 공연 중 하나가 되어있다고 한다. 이 쇼의 영어 제목은 ‘The Romance of the Song Dynasty’로서 어마어마한 스케일이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장이모 감독’ 제작에, 450명의 출연진이 한번에 3,000명이 관람할 수 있는 대형극장에서 일년 내 공연하는데도 연일 좌석이 만석이라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항주시의 곳곳의 아름다운 장소들에 이러한 스토리들을 입혀 도시 전체가 다양한 보고, 즐기고, 배울 수 있는 장소로 만들어 가고 있다.
하지만 항주는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운하주변에 건설된 공장의 폐수와 정화되지 않은 생활하수가 마구 유입되어 최악의 수질오염을 보이는 도시였다고 한다. 하지만 2001년 운하 주변의 공장들을 이전시켰고, 운하바닥을 준설하고, 깨끗한 강물을 하루 80만톤씩 유입시키는 등 지속적인 노력으로 운하의 수질을 개선하였다. 또한 공장 이전으로 생긴 운하주변의 부지를 조각관, 화랑 등 문화컨텐츠 장소로 개발하면서 역사적인 운하문화를 복원하고 있다.
지난 수십년 동안 우리 한국의 도시에서도 문화관광을 증진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거대한 표어도 제정하고, 다양한 사업들을 벌이고 있다. 서울의 다양한 ‘하이서울’ 사업들이 그 예이다. 동해안 도시인 울산이나 포항도 역시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대부분의 사업들이 물리적인 시설에 치중되어 있거나 일회성의 행사들로 채워져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업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나, 중국의 경우처럼 일년 내 상영하고 많은 이들을 전 세계에서 모아올 만큼 그 내용이 다채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5,000년의 긴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남아 있는 유적도 스토리도 그리 다양하지 못하다는 것이 취약점일 수 밖에 없어 보인다. 그것도 역사도시인 서울이나 안동도 아닌 신생 산업도시인 울산이나 포항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우리도 혁신적인 주제들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많은 이들이 언급하는대로 ‘프랭크 게리’의 ‘구겐하임미술관’이 쇠퇴한 산업도시 빌바오를 새로운 문화관광도시로 변모시켰고, 항주의 경우에도 세계적인 ‘장이모감독’의 ‘송성가무쇼’가 도시 전체의 문화수준과 경제수준을 올려놓았다.
항주의 스토리를 텔레비전에서 보며, 우리들 도시의 큰 주제인 ‘고래’며 ‘과메기’ 등을 비교해 보다가, 요즈음 한국에서 사라져가는 서커스단을 생각해 내었다. 지자체에서 얼마간의 기금을 확보하여 국내 제일의 서커스단이 상시 공연할 터전을 만들어 주면 어떨까? 매년 세계서커스대회를 유치하면서 말이다. 오페라나 음악회라면 서울 등 대도시권에서 연속공연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서커스라면 울산이나 포항에서도 가능하리라고 본다. 물론 이는 한 예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쪼록 무언가 혁신적인 사업이 발굴되어 우리들 도시가 첨단산업도시로서의 얼굴과 함께 성숙한 문화도시 그리고 관광도시로 발전되어 가기를 바란다.
2012년 1월 20일
24회 구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