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봉의 아침편지
미움의 샘물
↑ 하늘과 바다 - 망양정은 관동 8경 중 제1경으로 꼽는다. 망양정을 찾는 사람들은 흔히 정자의 모습을 보고 그게 무슨 관동 8경이냐고 실망한다. 망양정에 올라 바다를 보면 정자의 모습이 8경이 아니라 망양정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풍경이 8경 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어제 오후 5시쯤 비교적 한가한 터미널역에서 7호선 지하철을 탔습니다.
스르르 미끌어져 들어오는 지하철을 들여다보니 한 자리가 비어있었습니다.
'역시 나는 행운아야!'
제가 어줍잖게 점잖을 떠는 사이에 옆문으로 올라탄 아가씨가
체면 불구하고 달려가 빈 자리에 먼저 앉아버렸습니다.
킬힐을 신고 백미터 달리기를 하던 아가씨가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분명히 교양 없고, 예의 없고, 막돼먹은 아가씨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킬힐 아가씨에 대한 미움이 퐁퐁 솟는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표정관리를 하면서 누가 제일 빨리 내릴까 재빨리 점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핸폰 문자를 보내고 있는 여대생이 당첨되었습니다.
얼굴도 표정도 흘러내리는 머리카락도 문자를 보내고 있는 손도 예뻐 보였습니다.
여대생이 신고 있는 운동화까지 킬힐보다 참신하고 예뻐보였습니다.
바로 옆자리에서 졸고 있던 아줌마가 반포역에서 놀란 듯 깨어나 내렸습니다.
저는 오른쪽 어깨에 메었던 가방을 왼쪽 어깨로 바꿔 메며 생각했습니다.
'오늘은 운이 안 따라주는군! 한발만 오른쪽에 섰더라면 좋았을 걸.'
뚝섬역에서 여대생이 문자를 주고 받기를 끝내고 핸폰을 한 손에 쥐었습니다.
'그럼 그렇지. 역시 난 행운아야'
건대입구역에서 여대생은 눈을 감더니 핸폰을 쥔 채 스스르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왼쪽 어깨에 메었던 가방을 다시 오른쪽 어깨로 옮겼습니다.
군자역을 지나면서 여대생이 신은 운동화가 촌스럽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핸폰을 쥐고 있는 손톱의 매니큐어도 천박스러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고개를 떨구고 잠든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노숙자의 떡진 머리카락처럼 보였습니다.
여대생에 대한 분노가 나도 모르게 스물스물 끓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처신을 잘 해야지 내릴 것처럼 하면서 어른을 속여?'
제가 노원역에서 내릴 때도 여전히 꿈속을 헤매던 아가씨에게
결국은 저주의 말을 퍼붓고 말았습니다.
그래 실컷 자다가 장안역 지하철 차고까지 들어갈지어다!
다행스럽게도 노원역을 빠져나오면서 제 정신이 들어
제게 한마디 하면서 피식 웃었습니다.
사봉! 정신차리게. 그 여대생이 뭘 잘못한게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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