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을 가까이서 관찰한 한 일본인 의사의 말은 외국 언론 보도들과 모순된다.
일본인 의사 나카무라 데쯔(中村 鐵)는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나병 환자와 난민들을 위해 일한다. 따라서 그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생활을 항상 곁에서 접촉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이 보아온 것에 근거해 탈레반이 전세계에 잘못 묘사되고 있다고 말했다.
나카무라는 `언론 보도에 틀린 점이 있다`며 `탈레반이 악한 행동으로 반감을 사고 있다는 말은 실제와 다르다`고 밝혔다. 나카무라에 따르면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그는 `그렇지 않다면 겨우 1만5천명의 군사로 어떻게 국토의 95%를 지배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나카무라가 근무하는 페샤와르의 본부병원과 파키스탄 북서부 및 아프가니스탄 동부에 있는 10개의 진료소 인근 주민들은 탈레반 정권 하에서의 평화를 기뻐하고 있었다. 아프간 인구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푸슈툰족은 평생을 이슬람 규율과 함께 살아왔기 때문에 엄격한 법을 타당하다고 본다. 나카무라가 아는 한 교육이나 직업의 기회를 박탈 당하는 여성은 없었다. 실제로 그가 일하는 진료소들에 근무하는 현지 출신 의사의 절반이 여성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수도 카불 주민들이 탈레반 정권의 전복을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을까? 도쿄에서 필자와 만난 나카무라는 `그곳에서는 탈레반이 다르게 행동할지도 모른다. 탈레반은 타락한 도시 생활을 고쳐야할 의무가 있다. 탈레반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특권을 빼앗겨 온 아프간 상류층이다`라고 말했다.
나카무라의 말을 듣자 뉴욕과 워싱턴 테러 이후 수차례 보았던 뉴스 장면들이 떠올랐다. 아프가니스탄에 있던 프랑스 언론인이 촬영한 그 영상자료는 아프간 여성들이 탈레반에 대해 비판적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의미심장한 것은 그들이 손가락에 커다란 반지를 끼고 윤기가 흐르는 비단종류의 옷을 입고 있었다는 것이다.
나카무라(55)는 또 反탈레반 세력인 북부동맹은 일부 언론인들이 묘사하는 것처럼 자유의 전사들이 아니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그들이 탈레반보다 더 폭력적이고 잔인해서 그들을 두려워한다고 나카무라는 설명했다. 북부동맹군은 탈레반처럼 경고의 표시로 공개 처형하지는 않지만 끔찍한 방식으로 무고한 사람들을 처형한다.
나카무라는 페샤와르에서 일본 구호단체 카이 메디컬 서비스 요원으로 일한다. 이 단체는 일본 후쿠오카(福岡)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17년동안 페샤와르에서 활동해 왔다. 나카무라는 후쿠오카에서 의과대학 재학당시 등산하러 이 지역을 처음으로 방문했다. 그는 여기서 환자들, 특히 나병 환자들에 대한 의료서비스 부족에 충격을 받고 1984년 한 지역 병원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는 `병원일에만 치중하지 않고 내 환자들의 생활 방식과 가치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며 `무엇이 그들을 슬프게 하는지, 무엇이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지 알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운 좋게도 나는 무엇이든지 먹을 수 있었고 어디서든지 잘 수 있었다`며 싱긋 웃었다.
나카무라는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서구의 관점에서 이슬람 문화를 비난하는 모습을 보아 왔다. 그는 `이런 사람들은 런던이나 뉴욕에서는 영웅대접을 받을지 모르지만 아프간인들의 복지에 기여한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세계로부터 차단했다는 말에 대해 나카무라는 아프간인들이 일본인들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프간인들은 매일 아프간어로 BBC 라디오 방송을 듣기 때문이다.
나카무라의 가장 큰 걱정은 아프가니스탄 주변에서 굶주리고 있는 수백만 난민들의 운명이다. 1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기아로 고통받고 있고 이들 중 40%가 아사 직전에 놓여 있다. 그는 난민의 10%가 올 겨울에 사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카무라와 그의 동료들은 1980년대에 나병환자들에만 전념하는 것을 포기했다. 돌봐야 할 난민들이 너무 많았고 말라리아, 설사, 전염병, 열병 등을 앓고 있는 환자도 넘쳐났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의 혹독한 가뭄은 수십만명의 사람들을 난민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현재 미국의 폭격과 침략에 대한 두려움은 더 많은 난민을 낳고 있다.
나카무라가 소속된 구호 단체는 난민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식수와 농업용수를 제공할 우물 파는 일을 돕고 있다. 그는 현재 잠시 일본에 나와 있다. 나카무라는 자신이 머물던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지역을 생각하면서 `그곳은 사막 멀리서 보이는 신기루와 같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의 적갈색 대지, 새로 판 우물에서 물이 나오자 기쁨을 나누던 주민들, 그리고 주민들을 돕는 탈레반 병사들의 친근한 얼굴들을 나카무라는 즐겁게 회상했다.
그는 `간단한 질문 하나가 있다. 왜 강대국들은 이토록 허약하고 작은 국가를 공격함으로써 자신들을 방어하려 하는가?`라고 물었다. 참 좋은 질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