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색 ice plant 로 덮인 바닷가 길을 걸었다.
옅은 잿빛 하늘 아래에서 바다도 무채색이고 핑크색도 어둡게 느껴졌다.
구름이 걷히면서 바다가 파란색으로 변하고 꽃들도 밝은 색으로 변했다.
매 년 이맘때면 찾는 곳이지만 올 해는 화려한 핑크색의 꽃과 짙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보다
해안을 따라 놓인 벤치들에 더 많은 관심이 간다.
그동안 이 바닷가 산책길에 놓인 벤치의 수가 많이 늘었다.
벤치들은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는 가족들이 기증한 것들이다.
벤치에 새겨 진 사람들의 이름과 사연을 읽으며 그 벤치에 앉아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볼 수 있도록
배려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마음을 느껴본다.
바다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사람이다.
또 바다를 슬프게 만드는 것도 사람이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여객선의 대형 사고와 그 처리 과정은 바다를 슬프고 원망스럽게 만든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가족들의 슬픔과 고통은 제 3 자는 실감하지 못한다.
인명 구조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고 차갑고 어두운 바다로 뛰어드는 사람들의 마음도
현장에 있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크고 복잡한 사건에 대하여 당사자들의 상황과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이런 저런 말을
늘어 놓는 것이 과연 당사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지 생각해 본다.
때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위로와 격려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4 월의 바닷가 풍경을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바라본다. (//blog.naver.com/ny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