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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은의 의학이야기] ‘No man’s land’와 마음속의 ‘DMZ’


 
김해은 한사랑의원 원장 (도봉구 의사협회 부회장)
김해은 한사랑의원 원장 (도봉구의사회 부회장)

무인지대는 적과 대치하는 참호와 참호 사이의 땅을 일컫는 말로 1차 대전 때 생긴 용어다. 제1차 대전에서 무인지대는 2m보다 좁은 곳도 있었고 수백m에 걸친 곳도 있었다.

독일군은 주둔지역 유지와 방어를 위해, 연합군 역시 적의 진격을 저지하기 위해 서로 참호를 팠다. 상대편 참호의 측면으로 계속해서 군사기동을 되풀이한 결과, 참호선이 북해에서 스위스 국경까지 늘어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북해부터 스위스 국경까지 연결된 참호를 판 것을 ‘바다를 향한 경주’라 부르기도 한다. 적이 맘먹고 참호를 파고 방어를 구축할 경우 제 아무리 뛰어난 지휘관과 병사들이 있다 할지라도 앞으로 진격하기 어려웠으며, 설사 참호 하나를 돌파한다고 하더라도 적의 또 다른 참호를 만날 뿐이라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없었다.

 

무인지대는 기관총, 박격포, 야포, 저격수들에게 노출된 상호 상충지대로 철책선, 지뢰, 시체로 채워졌었다. 무인지대는 반복된 전투로 황폐화됐고 포탄의 폭발로 구덩이가 여기저기 생겼다. 아직 불발탄이 묻혀있고 비소, 염소 등 독가스 잔해로 오염되어 있는 이곳은 상당기간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었었다.

 

민병대에 불과한 보어인의 저격과 게릴라전에 완전히 농락당한 영국군은 그들이 자랑하던 레드 코트의 일제 사격과 포병 화력을 보여주지도 못하고 참패했다. 전쟁의 양상이 바뀌기 시작한 것을 그들은 인지하였다. 비싼 대가를 치른 영국군은 보병 대열의 일제 사격보다는 병사 개개인의 전투력 향상과 생존을 위한 참호 활용 등의 훈련이 중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프랑스와 영국 연합군은 2차 대전도 참호전의 양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독일과의 국경에 긴 마지노선을 구축한다. 그러나 만슈타인 장군이 지휘하는 독일군 전차군단은 기동력과 돌파력을 앞세워 마지노선을 우회하여 연합군의 배후를 처 마지노선에 집중된 대부분의 연합군을 고립시키고 단숨에 전세를 바꾸어 버린다. 1차 대전 때는 각개전투와 은폐엄폐가 승리의 열쇠였지만 시대가 바뀐 2차 대전은 기동력과 배후 차단이 승리의 방정식이었다.

우리 몸에도 ‘No man’s land’가 있다.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될 곳이라는 전쟁용어에서

파생된 ‘수술불가 지역’이라는 의미로 해석된 곳인데 손의 제 2구역이 이에 해당된다.

 

손을 5구역으로 나누는데 손바닥의 손금부터 손가락의 첫마디까지 구역을 제 2구역이라 한다. 손목을 구부리거나 손을 쥐는데 사용하는 힘줄을 굴건이라 한다. 이 굴건은 깊은 곳에 위치한 것과 피부 가까이 얕은 곳에 위치한 힘줄로 되어있다. 그런데 얕은 곳에 위치한 굴건이 갈라졌다 합쳐지는 부위에서 손상을 입으면 치료가 어렵다. 손상된 굴건을 봉합한 후 유착으로 인하여 예후가 몹시 좋지 않았다. 이 부위에서 손상은 일차봉합을 시도하기보다 창상이 깨끗해지면 힘줄이식수술을 하여 합병증을 피하는 것을 권유하였다. 그래서 손바닥의 제 2구역을 과거에는 ‘No man’s land’라고 지칭하고 일차수술을 피할 것을 권유하였다. 그러나 현재는 미세수술 방법이 발달되어 이 구역에서 일차수술을 시도한다. 과거에는 처음부터 힘줄이식수술을 권장하였지만 현재는 심층 및 천층 굴곡 건 모두를 빨리 봉합하는 것이 결과가 더 좋다. 그러나 섬세한 술기와 많은 경험이 관건이다.

 

보통 인대와 힘줄을 많이 헷갈리는데, 인대는 뼈와 뼈를 연결하는 섬유조직이며, 힘줄은 근육이 딱딱하게 굳은 끈 같은 형태로 뼈와 연골에 붙는 조직이다. 인대는 뼈가 많이 분포되어 있는 손과 발에 많아서 인대가 많이 다치게 된다. 인대는 자체적으로 수축하지 않고 늘어나지 않는 성질을 가졌기 때문에 지나친 힘이 가해지면 끊어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손목, 발목이 삐었다든지 늘어났다고 표현하는 것은 인대가 손상되거나 파열된 것을 의미한다. 힘줄은 근육의 움직임을 뼈까지 이어주는 것으로 외상, 반복적인 운동, 노화와 같은 요인들에 의해서 손상된다. 주로 힘줄이 많이 분포된 어깨, 팔꿈치, 발뒤꿈치, 손, 손목에서 힘줄의 손상이 많이 발생한다.

현대판 ‘No man’s land’가 우리나라에 있다. 남북이 아직 대치하고 있는

휴전선 ‘DMZ’은 아직 사람의 거주를 허용하지 않고 왕래가 끊긴 세상에서 가장 긴 ‘No man’s land’이다. 벌써 적의를 갖고 서로 대치한지 70년을 넘긴다.

과거에는 사람의 거주를 허락하지 않았던 금지구역이 많았다. 목숨이 위험한 장소, 종교적으로 신성한 장소, 소수자만 누리고 싶은 장소 등에 사람의 출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는 사람의 임재를 허락하지 않았던 심해, 달, 심지어 화성까지도 이제 과학발전의 도움으로 발을 딛을 수 있다.

그러나 적개심으로 대치하는 한반도의 ‘No man’s land’, ‘DMZ’은 과학의 발전으로 더욱 굳세게 닫혀가고 있다. 결국 ‘No man’s land’는 지형이나 지역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속에 있었다. 자신의 생활과 영역을 지키고 보존하는 것이 생존의 기본이지만 서로 마음을 열고 소통하는 것은 자신의 영역을 넓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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