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5월 13일부터 경찰청이 헬멧 쓰지 않은 전동킥보드 이용자를 잡으려고 단속에 들어갈 겁니다. 주로 건널목에 잠시 정차한 이용자의 뒷덜미를 잡겠죠. 70년대 미니스커트 단속하는 것처럼요.”

차두원 소장은 안전을 위해 전동킥보드 규제보다, 자동차와 자전거 등 모빌리티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차두원 소장은 안전을 위해 전동킥보드 규제보다, 자동차와 자전거 등 모빌리티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차두원 소장은 7일 뉴스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공유형 전동킥보드를 타는 성인 이용자에게 헬멧을 쓰도록 강제하는 건 지나친 규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동킥보드와 함께 도로를 공유하는 자동차, 자전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새로운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날 본지는 서울 송파구 소재 차두원 소장의 사무실에서 차 소장을 만나 ‘공유형 전동킥보드’를 둘러싼 논란을 짚어봤다.

- 전동킥보드 관련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5월 13일부터 시행되는데, 어떻게 평가하는지?
“개정안에서 헬멧 착용을 강제하는 것은 정말 우스운 일이다. 이제 13일부터 경찰이 헬멧을 쓰지 않은 전동킥보드 이용자를 잡으려고 단속할 거다. 달리는 이용자를 따라가서 잡기는 어려우니까, 주로 건널목에서 정차한 이용자를 대상으로 단속할 텐데 이건 70년대 경찰들이 줄자 들고 다니면서 미니스커트 길이 단속하는 거랑 똑같다. 아직 미성숙한 청소년이면 헬멧 착용을 의무화할 수도 있겠지만,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건 난센스다.”

명동파출소, 미니스커트단속, 1973년 3월10일. (사진=뉴시스)
명동파출소, 미니스커트단속, 1973년 3월10일. (사진=뉴시스)

- 업계는 헬멧 의무 착용 규제에 난색이다. 전동킥보드에 헬멧을 부착하는 비용 문제부터 실용성도 의문이라는 입장인데.
“업체 입장에선 지금 답이 없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공유형 전동킥보드에 헬멧 붙이라고 예산 지원을 해주지 않을 거다. 세금에 과태료에 다들 뺏어 먹으려고만 혈안이지. 문제는 많은 이용자가 전동킥보드에 달린 공용 헬멧을 쓰지 않을 거라는 건데, 그러면 헬멧을 달랑달랑 거치하고 달리다가 사고가 나면 헬멧이 2차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다. 자동차는 충돌 테스트라도 거치지만, 전동킥보드는 당장 13일부터 과태료 부과한다고 하니까 제대로 된 충돌 테스트를 거칠 시간도 없을 거다.”

 

- 원동기면허제와 헬멧 착용 등이 ‘공유형 전동킥보드’ 산업 성장을 막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당연하다. 헬멧 착용 여부를 단속한다고 하면, 당장 나부터도 안 탄다. 평소에도 남이 쓰던 공유 헬멧 쓰기도 찝찝한데, 전염병 우려로 코로나19 시국에 누가 쓰겠나? 개인용으로 헬멧을 갖고 다니는 아주 소수의 이용자가 아닌 이상. 원동기면허제 도입도 업체 입장에서 지나친 규제라고 볼 수 있다. 원동기면허제를 가진 사람만 전동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는 규제가 있다면 이용률이 줄어드는 건 뻔한 일이다. 원동기면허가 전동킥보드와 크게 상관이 없기도 하고. 또 자전거나 오토바이 사고 통계를 보면 어마어마한데, 그런 건 놔두고 킥보드만 규제하려고 하니까 균형이 안 맞는 거다.”

 

- 전동킥보드 관련 도로교통법이 두 차례 개정됐다. 5월 13일 개정안이 미봉책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다시 개정될 것 같은데, 의사결정 과정에서 무엇이 문제라고 보나.
“새로운 개정안이 나올 거다. 왜냐면 의사결정 과정이 과학적이지 못해서다. 2019년에 내가 전동킥보드 주제로 해커톤 의제 리더를 맡아 도로교통법 개정을 논의했는데, 공유형 전동킥보드 업체들과 기재부, 경찰청, 행안부 등 관련 부처들 모두 갈팡질팡했다. 처음엔 13세 이상이면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게 했다가, 위험하다는 여론이 모이니까 업체에서 18세 이상 타게 하겠다고 했다. 그러다 갑자기 국회에서 원동기면허제를 가진 16세 이상 타는 것으로 법을 개정했다. 안전에 대한 과학적이고 종합적인 고려 없이 여론에 떠밀려 법을 바꾸다 보니 일어나는 시트콤 같은 상황이다.”

 

- 공유형 전동킥보드 주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번호판제’와 ‘찍파라치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있다.
“부작용이 우려된다. 파파라치 양성은 긍정적인 사회 현상으로 볼 수 없다. 정부와 지자체가 법으로 규제하기 전에 업체들과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데, 복지부동에 부처 간 소통도 잘 안 된다. ‘찍파라치제’ 도입을 말하기에 앞서 전동킥보드의 사고 통계부터 유형별로 정리해야 한다. 공유형 전동킥보드와 개인용 전동킥보드 사고가 분리가 안 된 채로 사고 통계가 잡히고 있다. 수차례 교통안전공단에 건의해도 시정이 안 된다. 그걸 분류하고 사고 유형을 분석해서 공유형과 개인용에 따라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전동킥보드 문화도 자전거처럼 교육을 통해 우리 사회에 안착할 것으로 전망한 차 소장.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전동킥보드 문화도 자전거처럼 교육을 통해 우리 사회에 안착할 것으로 전망한 차 소장.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 전동킥보드 사고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면.
“자전거 도로 정비부터 해야 한다고 본다. 전국 자전거 도로의 76.4%가 자전거와 보행자 겸용 도로다. 전동킥보드가 자전거 도로를 함께 이용하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자전거 사고 통계를 보면 사고 건수와 부상자 수가 어마어마하다. 원래 사고율이 높은 자전거인데 사람은 물론 전동킥보드와 도로를 공유한다면 충돌 사고가 늘어난다는 건 뻔한 일이다. 자전거도 도입 초기엔 운행과 주차 모두 혼란이 컸지만, 지속적인 교육으로 질서가 많이 잡힌 편이다. 전동킥보드도 자전거처럼 우리 사회에 안착할 것으로 예상한다.”

 

- 공유형 전동킥보드 업계에서는 사고를 예방하려면 원동기면허제 대신 ‘전동킥보드 전용 면허’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동킥보드 전용 면허는 국회에서 먼저 나온 얘기였다. 국회에서 경찰청에 전동킥보드 면허를 따로 만들면 어떻겠냐고 해서 경찰청에서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지금 교통안전공단과 같이 하고 있는데 옳은 방향인지는 의문이다. 규제나 신고, 면허제 도입보다는 어릴 때부터 전동킥보드를 자전거 같은 교통수단으로 인식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 끝으로 ‘공유형 전동킥보드’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공유형 전동킥보드 산업이 커지는 건 긍정적이다. 전동킥보드는 탄소 배출을 하지 않는 친환경 교통수단이다. 또 교통 분담률을 높여 교통 혼잡을 줄이고 부족한 도심 내 주차 공간을 확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문제는 새로운 모빌리티 수단이 도입되면 이걸 종합적으로 봐야 하는데, 자꾸 하나만 보고 규제하려고만 하니까 답이 안 나온다는 거다. 자동차와 자전거, 전동킥보드가 모두 공간을 공유하면서 함께 움직이는데 전동킥보드 하나만 잡으려고 하니 부작용이 따른다는 말이다. 북미와 유럽 등 해외에서 이미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각광받는 전동킥보드인 만큼,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 있는 정책과 시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 차두원 차두원모빌리티연구소 소장 약력
前 현대모비스 HMI 팀장, 제2기 대통령 과학기술자문회의 전문위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 42dot 정책총괄, 모빌리티혁신위원회, 서울시 미래교육준비협의체 전문위원 등
現 국무조정실 신산업규제혁신위원회, 국토교통부 자율주행차 융복합 미래포럼 전문위원, 고용노동부 국가기술자격 전문위원(인간공학 및 안전 분야)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