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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미곶 인근 구만리 해안절벽에서

                                                                                                                                                                      구 자 문 
  주말 오후 차를 몰아 포항 호미곶 인근 구만리에 다녀왔다. 다들 알다시피 호미곶은 동해안의 꼬리 같은 모양을 지닌 호미반도의 맨 끝 부분에 해당되는 곳이고, 구만리는 바로 북서측 지역인데, 포항에서 꼬불꼬불한 해안선을 따라 오래전 건설된 국도를 남쪽으로 30분 정도 가다 보면 닿을 수 있는 곳으로 해안절벽이 꽤 높게 형성되어 있다. 이곳에 닿을 수 있는 또 하나 길은 포항공항에서부터 죽 이어 건설된 고속도로, 엄밀히는 반 고속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10여분 가다 보면 구룡포 시내로 들어서게 되고 여기서 북쪽으로 5분여 가게 되면 호미곶이 나오고 구만리해변에 닿게 된다.

 

  이곳에 가게 된 것은 지인들의 초대를 받았기 때문인데, 집과 직장 근처에만 있지 말고 경치 대단한 곳이 있으니 차나 한잔하자는 것이다. 그곳에 도착하니 해변 구릉 넓은 대지에 낡은 2층 카페건물이 있고 옆에는 교회인 듯 기도원인듯 흰색 단층건물도 있다. 카페에 들어서서 일행들을 기다리며 바닷가 쪽으로 나가보니 아래로는 20m는 되는 듯한 절벽인데, 멀리 포항 중심부, 포스코 시설물, 장량동 아파트 단지, 그리고 영일만항이 장난감같이 작게 안개에 쌓여 바라다보인다. 여기가 영일만이며,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큰 바다인 동해로 나가게 된다. 이날은 날씨가 매우 맑고 바다도 짙푸름인데, 바람이 적당히 강하게 불어 해변으로 부딪히는 파도가 매우 아름다웠다. 

 

  구만리는 본래 대보면에 속해 있었으나, 2010년 1월 1일 호미곶면으로 개칭되었다. 이곳은 바닷가이지만 대부분 구릉성 산지를 이루고 있어 의외로 높은 고원이며 해안으로는 절벽이 많다. 호미곶면 산하에 구만리, 대보리, 강사리, 대동배리가 있는데, 논농사와 밭농사가 이루어지며, 연근해에서 꽁치, 오징어, 대구 등이 잡혔으나 요즈음은 그렇지 못해, 대개 먼바다로 나가 명태, 대게 등을 잡으며, 주변 해역에서는 전복, 미역, 김 등의 양식업이 이루어진다. 대보리에 국내 최대 규모의 호미곶 등대와 동양 최초의 등대박물관이 있다. 필자도 여러 차례 들르는 곳이지만, 이곳은 우리 한반도에서 가장 해가 먼저 뜨는 곳으로 알려져 있어 많은 이들이 찾는데, 특히 정월 초하루에는 도로가 막힐 정도로 많은 이들이 찾아 든다. 영일만의 입구는 북동쪽으로 열려 있다. 동해로 나가며 수심이 약 200m라고 하는데, 외해로 갈수록 수심의 경사가 매우 급한 해저지형을 나타낸다. 영일만의 너비는 약 10㎞인데 입구는 약 12㎞에 달하며, 수심은 해안에서 1∼2㎞ 지점까지는 10m 정도이고, 중심부는 16∼19m 정도이나 가장 깊은 곳은 30m에 달한다고 한다. 

 

  아직 몇 일행이 도착하지 않았기에, 먼저 도착한 필자와 절친 데이비스 및 그의 부인과 우선 커피와 주스로 목을 축이며 주변 경관에 대한 얘기로 꽃을 피웠다. 바로 인근의 호미곶 등대 및 상생의 손 조각이 있는 새천년 광장에는 많은 이들로 북적이지만, 이쪽 구만리 해변은 좀 한가한 편이다. 이곳 구만리 해안언덕의 작은 카페에서 먼 바다를 조망하려고 그런대로 사람들이 자주 찾아오는 것 같다. 잠시 후 일행 3분이 오고, 한동안 담소하다가 몇몇이 구만리 일대를 돌아보기로 했다.

 

  과거에 구만리(九萬里) 일대 구릉지는 보리밭이 초록융단처럼 펼쳐지는 곳이었다고 한다. 구릉지가 많아 ‘구만(丘滿)’이라고도 하고, 아주 멀고 까마득한 곳이라 ‘구만(九萬)’으로 불렀다고도 한다. 바닷바람이 강해 쌀농사가 힘들어서 이곳은 본래 보리밭 천지였는데, ‘구만리 처녀는 시집갈 때까지 쌀 서말을 못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보릿고개 넘기가 무척 힘든 깡촌이었다고 한다. 일종의 리아스식 해안으로 이루어진 호미반도의 서쪽에 해안도로가 개설되기 전, 포항 시내에서 구만리로 가려면 멀리 구룡포를 둘러야 하니 오지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고속도로까지 나 있다. 구만리를 대표하는 풍경은 호미면 주민센터 앞의 보리밭에 뿌리를 내린 여섯 그루 소나무였다고 한다. 본래 다섯 그루였으나 10여 년 전 태풍에 한 그루가 가지가 꺾여 고사했으나 최근 두 그루를 새로 심었다. 그 중 세 그루는 수령이 100년 가까이 되는 고목으로 보리밭의 터줏대감을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오월의 보리밭은 초록색 지평선을 이루고, 푸른 바다 수평선과 만나 색채의 미학을 완성한다. 시인 한흑구가 노래하던 포항 호미곶의 구만리 들판은 그러한 아름다운 곳이다. 물론 이곳에 그를 기념하는 흑구문학관이 있다. 

 

  필자는 포항에 27년 살면서 호미반도 북측해변을 따라 건설된 꼬불꼬불한 길을 꽤 많이 와 보았었다. 그때만 해도 구룡포로 가는 고가도로가 없었으므로 이 길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지만, 특별한 일이 없어도 날이 맑거나 비가 올 때 혼자 이곳을 드라이브하기도 했었다. 해병대훈련장이 있는 도구리를 지나 본격적으로 호미반도 해변길로 접어들게 되면 바닷가에 면해서 작은 어촌들이 있고, 커피숍, 횟집 등이 드문드문 들어서 있고, 꼬불꼬불 한 바닷가 길옆에는 아름다운 해국이 피어나고 있었다. 한동안은 칠포, 월포 등으로 이어지는 북측바닷가 길을 자주 드라이브했고 커피숍에도 갔었는데, 이제는 호미반도 끝부분인 호미곶과 구만리 해변에도 자주 가봐야지 생각하고 있다. 요즈음 자주 만나는 한 대학동창이 필자가 보낸 사진을 보며 자기가 꼭 가보고 싶은, 꿈에 그려보던 장소라며 언제 같이 가보기를 원하니 조만간 다시 이곳을 찾을 것이다. 

 

2022년 5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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