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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미술관과 스페이스워크

                                                                                                                                                                 구 자 문 
  이젠 완연한 봄이다. 벚꽃이 활짝 피어나고 떨어지는 꽃잎들이 바람에 눈꽃을 날리고 있다. 요즈음 연구사업 협의차 자주 방문하는 한 대학동창과 시간을 내어 이야기도 나눌 겸, 그림도 감상하고 봄날씨도 즐길 겸 환호해맞이공원에 자리한 포항시립미술관으로 갔다. 코로나 사태 이후 문을 닫기도 했고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았으나 이날은 중학생들도 단체로 관람오고, 로비의 커피숍도 문을 열어 좀 다른 분위기였다. 이 미술관은 2009년 12월 22일에 개관했는데, 검정 톤의 내부분위기가 침착한 기분을 준다. 

 

  1층에서는 재일코리안 2세로 일본과 유럽에서 판화, 회화 등의 분야로 활발하게 활동했던 ‘손아유’를 조명하는 ‘1978년, 돌담 아래’를 개최하며 50여점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밝은 조명 아래 전시된 작품들을 보고 작가에 대한 설명을 읽으며 2층으로 올라갔다. 그곳 장두건관에는 ‘연결_시제’라는 제목의 소장품전이 열리며, 구입 이후 한 번도 전시되지 않은 4점의 동시대 미술작품들이 좀 어두운 조명 아래 선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제1, 2전시실로 갔다. 입구에서 규레이터 분이 조명도 좀 어둡고 마스크를 했는데도 ‘오랫만에 오셨네요’라고 인사를 한다. 깜짝 놀라‘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며 ‘메타픽션: 현실 그 너머’라는 이름으로 열린, 샤갈(Marc Chagall), 호안 미로(Joan Miro),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등의 작품 50여점을 감상하였다. 이 메타픽션(Meta-Fiction) 작품들은 픽션 즉 허구와 현실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 위해 제작된 것들이라고 한다. 이 창작물들은 픽션이라는 것을 의도적으로 알리며 픽션과 현실의 관계에 대한 아이러니와 그에 따른 자아성찰을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이는 현실 너머 픽션의 세계를 경험하되 현실과 픽션이 분리되지 않고 만나게 되는 동시성과 상호작용의 가치를 설명하고 있다고 하겠다. 쉽지 않은 개념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상상 속의 꿈(Daydream)의 관계와 가치를 설명하고자 하는 것 같다. 어지럽고 호화찬란한 무늬 그림들도 있고, 남태평양 고갱이 머물던 작은 열대 섬의 여인인듯한 모습, 그러나 오뚝한 콧날의 이성적인 모습을 보이는 초상화 같은 그림도 있는데, 모두가 조명을 받아 어둠 속에 빛남을 보여주고 있다.      

 

  같이 간 친구는 외국의 예와 같이 이 미술관에서 국내외 심포지엄과 크고 작은 강연회도 열어서 그림도 구경하고 주변의 조각품들을 구경하고 자연을 즐기면 좋을 것이라고 하며 빈 건물 공간은 없는지 찾아보는 눈치이다. 주변의 조각들을 구경하며 잘 다니던 비탈길을 따라 산등성이로 올라갔다. 그곳에서는 멀리 영일만의 전경이 펼쳐진다. 이곳은 등산로도 꽤 좋은, 넓고 높은 아름다운 자연공원이다. 그런데 이곳 한 봉우리에 큰 구조물이 설치되었다. 그것은 ‘스페이스워크’이다. 설치된지 몇 달이 지났고 멀리서도 보이는 포항의 랜드마크이지만 직접 올라가 본 것은 처음이다. 

 

  꽤 많은 이들이 요즈음 이 공원을 찾는 것은 이 스페이스워크 때문이다. 이 작품 구조물은 2021년 11월 18일 완공·개장되었고, 트랙길이 333m, 계단 717개 규모로 만들어졌다. 이를 디자인한 작가는 하이케 무터(Heike Mutter)와 울리히 겐츠(Ulrich Genth)부부로서 순수미술과 미디어아트를 전공한 독일 설치미술 및 조형물작가들인데, 작품명 그대로 롤러코스터 계단을 오르며 포항의 공간과 우주를 유영하는 느낌으로 디자인 및 제작했다고 한다. 작품에 들어간 주재료는 포항의 기업인 포스코에서 100% 생산한 탄소강(SM355A)과 스테인레스스틸(듀플렉스강 STS329J3L)이다.

 

  평일 오후라서 줄 서서 기다림 없이 스페이스워크에 오를 수 있었다. 친구가 거기 근무하는 직원분에게 요금은 없나요? 물으니 없다고 하며 어서 입장해 보시라고 한다. 발아래로는 철판 사이로 지면이 내려다 보인다. 완만한듯하면서도 가파르게 만들어진 계단 길을 따라 오르는데 이날 바람이 좀 강하게 불고 흔들림이 적지 않아서 옆 레일을 잡고 올라가는데, 발아래가 까마득한데 몇 미터나 되는 것일까? 마침내 정상에 오르니 포항시의 전망이 시원하게 보인다. 멀리 영일만, 포스코 구조물, 포항시의 전경, 지척의 설머리 요트정박장, 그리고 영일대해수욕장. 사진을 몇장 찍으려니 좀 아찔·어질하다. 내가 고소공포증이 있는 것일까? 물론 같이 간 친구도 그러하고 다른 분들도 난간을 잡고 간신히 걷는 듯하다.  

 

  우리는 낮에 왔지만 밤에도 와서 야경을 감상해야 한다고들 한다. 이처럼 ‘철’로 그려진 우아한 곡선과 밤하늘을 수놓는 조명은 ‘철과 빛의 도시 포항’을 상징하며, 많은 이들에게 360도로 펼쳐진 포항시가지와 포스코의 찬란한 야경을 감상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산정상에 설치되어 멀리서도 바라다 보이는 이 구조물은 포항의 또 하나의 랜드마크가 되어 있다. 호미곶의 ‘상생의 손’이 교외 멀리에 있다면, 이 스페이스워크는 도심 해변가 구릉 위에 위치하고 있다. 산등성이를 따라 내려오면서 조금 전 다녀온 미술관 앞을 지나치며, 저 거대한 스페이스워크가 이 미술관 안팎의 작품들과 잘 어울리는 귀중한 예술품임을 느끼고 있었다. 약간 겁에 질려 올라갔다 온 이 예술품 스페이스워크가 우리 몸을 운동시키고, 기분을 크게 전환시키며, 잠시나마 큰 공포를 느끼게 해주는 좋은 운동·놀이기구이기도 함을 알겠다.   

 

2022년 5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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