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와의 전쟁
구경 중에 불구경과 싸움구경이 제일이라고 하는 말 들어 보셨지요? 그 두 가지를 합쳐 놓은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전쟁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전쟁영화는 끝없이 사랑을 받는 장르로 남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정부가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였다고 하여 그런가보다 했는데, 엊그제 청와대 국정홍보실에서 저에게 보낸 메일을 보니 정말로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더군요. 영화라면 약간의 입장료를 내고 재미있게 구경하면 그만이지만 이게 실제 상황이니 재미로 구경하기가 민망합니다. 저는 경제학자도 아니고, 투기를 해 본적도 없고, 제 이름으로 된 집도 한 채 없어 부동산에 관하여 관심도 없고, 아는 바도 없어 왈가왈부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닙니다. 다만 영화가 아닌 실제 전쟁은 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은 확실합니다. 제 짧은 생각으로는 투기하는 사람이 법을 어겼으면 그 사람들 잡아 벌을 주면 될 것 같습니다. 투기하는 사람이 세금을 안 냈으면 세금을 걷으면 될 것 같구요. 만일 법을 어기지도 않았고 세금도 잘 낸 사람이라면 그냥 놔 두면 되는 것이구요. 자기 나라 국민들에게 무슨 전쟁을 선포하고 말고 할 것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전쟁을 하면 당사자뿐 아니라 옆에 있는 사람들도 괴롭습니다. 결국은 언젠가 한 편이 항복하고 한편은 승리하게 되겠지만 언제 끝이 날지 알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어차피 구경꾼에게도 파편이 튀게 마련이니까요. 전쟁에 져서 항복하게 되는 편은 끝장입니다. 그래서 전쟁은 서로 상대편을 죽일 수밖에 없는 잔인한 모습을 띄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것이 전쟁이지요. 만에 하나 전쟁에서 정부가 지게 되면 어떻게 하려구 하는데요? 나라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전쟁 운운하지 말고 조용하게 해결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 대통령 근처에는 없는 모양이니 더욱 걱정입니다.
전쟁의 후유증은 이긴 쪽이나 진 쪽이나 마찬가지로 쉽게 치료되지 않는 것을 수 없이 보고 있습니다. '투기와의 전쟁'도 예외가 아닐 것이니 전쟁이 끝나고 나면 얼마나 많은 후유증을 앓아야 하는지 끝까지 가보지 않아도 뻔하게 짐작이 갑니다. 어쨌거나 전쟁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사봉의 아침편지 신청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