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블로그

블로그

1970.01.01 09:33

하얀 시베리아

조회 수 59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태평양 횡단 비행은 최소한 10 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긴 여행으로 점점 심신의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한편으로 아직도 호기심과 기대감을 갖는 것은 여행 시 항상 메고 다니는 카메라 가방

때문일 것이다. 4 월 중순에 서울 출장길에 오르면서 이번에는 비행기가 어떤 항로로 갈 것인가

궁금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서울로 가는 비행기는 한 낮에 떠나 계속 낮으로 낮으로 날아서

저녁 무렵에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비행 중에는 항공기의 창을 닫도록 되어 있지만 종종 비행기

맨 뒤에 있는 작은 창을 통하여 밖을 내려다 보며 세상의 색다른 아름다움을 찾는 것도 내 태평양

횡단 비행의 즐거움 중 하나이다.

비행기의 항로를 보여주는 모니터를 보다가 비행기가 시베리아 상공으로 들어서는 것을 확인한 후

카메라를 들고 비행기 뒤쪽으로 갔다. 창의 커버를 위로 올리고 아래를 내려다 보자 눈이 부신

하얀 세계가 펼쳐졌다. 북 캘리포니아에서 봄 꽃들이 피고 지는 과정을 전부 보고 난 다음이서인지

세상이 봄 일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 데, 창 아래로 보이는 시베리아는 아직 온 세상을 눈이

하얗게 덮고 있는 겨울 속에 남아 있었다. 지상 만 미터 이상 높이에서 내려다 보이는 시베리아는

산과 강, 그리고 평원들이 반복되었지만 이 모든 것들이 얼어 붙은 채 하얀 눈에 덮여 있는 것은

어디나 같았다. 사람의 흔적이 보이지 않은 채 모든 것들을 덮은 흰색은 눈이 부시고 카메라의

조도계를 혼란시킬만큼 강했다. 몇 장의 테스트 촬영을 하면서 카메라의 조리개와 셔터 타임을

고정시키고 변화되는 시베리아의 모습들을 본격적으로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부지런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데 승무원이 호기심으로 다가와 내가 무엇을 하는 지 물었다.

창 밖을 내려다 보라고 하자 그들의 입에서도 탄성이 터져 나왔다. 자주 비행을 하지만 바쁜 일 때문에

창밖을 내다 볼 여유를 갖지 못했다는 그들도 틈틈히 창 밖을 보며 시베리아의 겨울 풍경이 이렇게

아름다운지 몰랐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그러는 사이에 내 주위에는 디지털 카메라와 핸드폰을 들고

승객들이 하나 둘 모여 들기 시작했다. 교대로 창으로 내려다 보이는 시베리아의 하얀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동안 비행기는 오래 전 우리나라 항공기의 비극이 발생하였던 오츠크해와 시베리아 해안을 따라

날기 시작했다. 바다는 짙푸르게 얼어 있고 간간히 얼음이 떠 있는 모습도 보였지만, 얼어붙은 강물과

연결된 언 바다 위에 눈이 하얗게 쌓인 곳도 보였다. 아름다움 속에 많은 슬픔도 숨어 있다.

비행기 유리창이 좀 더 깨끗하였으면 하는 아쉬움과 함께 좌석으로 돌아 왔지만, 좋은 항로와 날씨

덕분에 아름다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는 기쁨으로 남은 비행시간은 마음이 여유로왔다.

감사하는 마음이었다. (//blog.naver.com/ny17)


































  1. 01Jan

    서울 여행 #5 (5-2011) 천리포 수목원

    Date1970.01.01 Byshinch Reply0
    Read More
  2. 01Jan

    서울 여행 #4 (5-2011) 고갱 이야기

    Date1970.01.01 Byshinch Reply0
    Read More
  3. 01Jan

    서울 여행 #3 (5-2011) 쑥개떡

    Date1970.01.01 Byshinch Reply0
    Read More
  4. 01Jan

    서울 여행 #2 (5-2011) 서울 길 2

    Date1970.01.01 Byshinch Reply0
    Read More
  5. 01Jan

    서울 여행 #1 ( 5-2011) (서울 길 1)

    Date1970.01.01 Byshinch Reply1
    Read More
  6. 01Jan

    하얀 시베리아

    Date1970.01.01 Byhyounglee Reply0
    Read More
  7. 01Jan

    광피리 칭구 곰피리 ~~♡

    Date1970.01.01 Bykpsung Reply0
    Read More
  8. 01Jan

    Masada ~~♡

    Date1970.01.01 Bykpsung Reply0
    Read More
  9. 01Jan

    When I was young ~~♡

    Date1970.01.01 Bykpsung Reply1
    Read More
  10. 01Jan

    Golgotha Hill ~~♡

    Date1970.01.01 Bykpsung Reply1
    Read More
  11. 01Jan

    On A Beautiful Spring Day ~~♡

    Date1970.01.01 Bykpsung Reply1
    Read More
  12. 01Jan

    Happy Easter ~~♡

    Date1970.01.01 Bykpsung Reply0
    Read More
  13. 01Jan

    비 내리는 날

    Date1970.01.01 Byhyounglee Reply0
    Read More
  14. 01Jan

    승진이 빠른 이유

    Date1970.01.01 Bycima Reply0
    Read More
  15. 01Jan

    봄 비 내린 뒤의 정원

    Date1970.01.01 Byhyounglee Reply0
    Read More
  16. 01Jan

    당신은 남자친구인가? 남편인가?

    Date1970.01.01 Bycima Reply0
    Read More
  17. 01Jan

    수선화의 계절

    Date1970.01.01 Byhyounglee Reply0
    Read More
  18. 01Jan

    With Masahiro Miyazaki HITACHI President and CEO ~~♡

    Date1970.01.01 Bykpsung Reply2
    Read More
  19. 01Jan

    이른 봄의 요세미티

    Date1970.01.01 Byhyounglee Reply0
    Read More
  20. 01Jan

    노스페이스가 뭣이기에..

    Date1970.01.01 Bycima Reply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34 135 136 137 138 139 140 141 142 143 ... 241 Next
/ 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