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서울 '디자인 성지'로 만들래요"
서울디자인올림픽 권은숙 총감독
"건축·디자인 거장 대거 참석 시민들 참여 공간도 넓힐 것"
"작품 운반·설치 모두 전적으로 책임져 드립니다. 시민들도 참여하는 뜻 깊은 행사니까 꼭 참여해주세요."
'서울디자인올림픽 2008' 개막을 100일 앞둔 지난 2일 서울시청 별관 4층 집무실에서 만난 권은숙(47) 디자인올림픽 총감독은 미국 덴버에 있는 한 큐레이터와 유창한 영어로 통화 중이었다. 요즘 하루에 4시간밖에 못 자는 탓에 눈은 퀭했지만 목소리엔 힘이 실려 있었다.
오는 10월 10~30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서울디자인올림픽 2008은 2010년 세계디자인수도로 선정된 서울시에서 기획한 대규모 국제디자인 페스티벌이다. 20년 전 세계인의 스포츠 열기를 지폈던 잠실벌이 이번엔 디자인이라는 화두로 세계의 주목을 받는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건축가인 자하 하디드(Hadid), 디자이너 로스 러브그로브(Lovegrove), 카림 라시드(Rashid) 등 건축·디자인계 거장들이 참석하는 '디자인 콘퍼런스'와 국내외 젊은 디자이너와 시민들이 참여하는 크고 작은 행사가 동시다발로 열린다. 권 감독은 이 행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디자인올림픽의 주제는 'Design is Air(디자인은 공기와 같다)'. 권 감독이 지은 슬로건이다. "디자인은 멀리 있지 않고 공기같이 삶에 녹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래서 권 감독은 해외 유명 디자이너의 참석보다 시민 참여에 무게를 두고 있다. 행사 모토는 비움, 채움, 나눔이다. 비어 있는 장을 마련해 디자인으로 채운 다음 시민들과 나눈다는 의미다.
일부에선 "디자인이라는 예술 장르가 올림픽이라는 형식을 만나 이벤트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권 감독은 "처음엔 나도 어색하게 생각했지만, 올림픽이라는 단어를 여럿이 참여하는 축제라는 의미로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진솔하게 디자인을 바라보기 위해 젊은 20~30대 작가와 비평가들이 행사 기획의 주체"라고 강조했다.권 감독은 진지한 고민이 묻어 있는 대표적인 전시로 '서울 디자인 나우(Seoul Design Now)'전을 꼽았다. 전시에서는 그동안 숨기고 부수기에 급급했던 서울의 미운 표정들이 '한국적인 디자인'으로 재해석된다. 자극적인 간판, 성냥갑 아파트 등 반(反)디자인적인 요소로 인식됐던 것들이 당당히 한국 디자인사의 일부로 관람객들을 찾아간다.
권 감독은 1990년부터 2003년까지 KAIST 산업디자인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몸에 착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wearable) 컴퓨터', 인공지능로봇 '휴보' 개발작업에 참여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휴스턴대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차세대 PC디자인 심사위원을 맡는 등 미국 현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그녀가 총감독 제의를 받아들인 이유는 '고향' 서울에 대한 애정 때문이었다. 그만큼 이번 행사 성공에 대한 갈망도 크다.
"동대문에서 태어나 강남에서 학창시절을 보냈어요. 남산 자락과 한강의 고요한 물결…. 내가 태어나고 자란 서울을 디자인의 성지로 탈바꿈시키는 행사를 맡아 영광이고 책임도 크네요. 여러분들 '디자인 놀이터'로 많이 놀러 오세요."
권은숙 서울디자인올림픽 총감독은 "행사를 통해 시민들이 디자인을 쉽고 가깝게 느꼈으면 한다"고 했다.
/김미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