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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호 기자가 만난 북녘 땅-2] 1970년대 토론토에서 북미이산가족찾기운동 시작

송광호 재외동포신문방송편집인협회 고문

1970년대부터 시작된 북미주 북한이산가족찾기··· 고려호텔에서는 서양풍 음악 나와

북한은 어떻게 바뀌어왔으며, 또 어떻게 변화해 갈 것인가? 1989년 이래 북한을 8차례나 방문해 취재한 송광호 토론토 주재 언론인이 방북 때마다 보고 느낀 점들을 시리즈로 정리했다. ‘바뀌어온 북한’에 초점을 맞춘 이 글은 현재와 같은 남북경색국면에서 긴 눈으로 북한의 새로운 변화를 조망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편집자주>

해외 이산가족 찾기는 1970년대 토론토에서 비롯됐다. 토론토의 전충림(뉴 코리아타임스 발행인) 사장이 선구자다. 그는 북미주에서 유일하게 교포들의 북한창구 역할을 담당했다. 소문을 듣고 북미주 전역에서 이산가족들이 몰려들었다. 1980년대 이미 찾은 가족이 1천명을 넘었다. 말이 1천명이지 단일 창구로 엄청난 숫자였다. 이 때문에 한때 ‘이산가족의 아버지’라고 불렸다. 한번 사무실을 방문하니 많은 신청서 뭉치들이 군데군데 쌓여 있었다. 대부분 미국에서 보낸 신청서들이라 한다. 토론토 교포사회에선 그를 다른 이름으로도 불렀다. ‘비공식 북한대사’ 또는 ‘빨갱이 왕초’로 통했다.

북한송금 경우 북미은행 가운데 오직 캐나다 TD(토론토 도미니온) 은행에서 취급했다. 매일 그의 사무실로 미 전국 이산가족으로부터 우편(미화)이 답지했다. 캐나다은행 송금은 북에선 조선합영은행 담당이라 한다. 이 은행은 평양에 본점이, 지점은 (진)남포, 청진, 신의주, 사리원 등지에 있었다. 지점이 없는 곳은 주민이 지점까지 나와 찾아가든 또는 한 달에 한 번 순회서비스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수수료는 송금액의 6%. 당시 미화3달러가 평양아파트 한 달 임대료에 해당됐다.

함남 함흥이 고향인 전 사장은 1950년대 조선일보 업무국장을 역임했다. 1962년 일찍 토론토로 이민 온 크리스천이다. 그가 1970년대 북한을 방문, 가족을 만나고 돌아오자 교포사회에 큰 파장이 일었다. 그는 교회 장로 직도 포기하고 ‘해외 이산가족 찾기’ 운동으로 아예 발 벗고 나섰다.

친북 계 주간지 ‘뉴 코리아타임스’도 창간해 북한 소식에도 앞장섰다. 나와는 20여 살 차이인데도 가깝게 지냈다. 둘이 가끔 맥주를 마시며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어느 경우 북에 무슨 화가 났는지 “이북 놈들 어떻게 믿어?” 하며 비판적이었다. 내 집에도 두세 번 방문했다. 후에 내가 모스크바 상주 특파원으로 활동하던 지난 1995년 그의 별세 소식을 들었다.

평양방문의 첫인상은 청결하고 밝았다. 당시 인구는 250만 명 남짓. 서울의 4분의1 정도다. 서방에선 “평양은 북한이 아니다.” 또는 평양을 ‘쇼윈도의 도시’라고 평했다. 수도 평양을 제외하곤 타지역은 엄청나게 낙후돼 있었기 때문이다. 산야는 헐벗었고 지방 주거환경은 형편없었다. 당시 30년 전 옛 모습 그대로였다. 주거이전의 자유가 없는 시골 주민들은 한 곳에서 꿈 없는 일개미같이 보였다.

평양미술관에 갔다. 벽에 진열된 그림들 위로한 액자 내의 서도 글씨가 확연히 눈에 들어왔다. “그대가 품은 뜻이 높다면 세월은 청춘을 연장해 주리라”는 글자다. 의미도 좋았지만, 동무, 동지, 선생 소리에 익숙하다. ‘그대’란 명칭이 생소하게 느껴졌다. 당시 김일성 주석이나 고위간부 연설서두엔 ‘친애하는 동지들 또는 벗들’이라는 표현을 썼다.

저녁 식사 후엔 매일 호텔 바에서 소주와 맥주를 마셨다. 이름이 팥 소주, 완두 소주 등으로 한국 진로와는 술맛이 달랐다. 맥주는 주로 룡성맥주나 봉학맥주(대동강맥주는 2천년 이후 등장)다. 특히 신덕샘물 맛은 일품이었다. 관광 후 저녁때 할 일이라곤 술 마시는 일뿐이다. 안내원은 “캐나다 추운 나라에서 살아서 그런지 술들을 잘 마신다”고 말했다.

북한은 주민들 사생활을 국가에서 전부 통제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연애나 결혼, 이혼도 별 큰 차이는 없는 듯 보였다. 경직되고 획일화된 사회이긴 하나 음담패설도 곧잘 했다. 화투가 존재하지 않고 대신 카드(주패놀이)를 즐겼고, 남자들은 너도 나도 담배를 피웠다.

어느 날 오후 일정이 ‘꽃 파는 소녀’ 연극공연이었다. 이때 무심히 “내 집안이 대지주였다”고 하니 그날 공연이 취소됐다고 보여주지 않았다. 연극 내용이 지주로부터 고생하는 어린 소녀 삶에 관련된 때문 같았다. 가끔 안내원끼리 “내 입엔 말보로 담배가 맞아, 켄트가 좋아”하는 소리 등이 귀에 거슬려 한마디 했다. “북에도 질 좋은 성천담배인가 있다던데 왜 모두 외국담배만 좋아해요? 남쪽에선 외국담배 안 피워요. 한국담배만 핍니다”하니 조용해졌다.

매일 식당과 호텔 바(Bar)를 이용하니 아가씨들과 격이 없어지고 농담이 늘었다. 그때는 접대원동무라고 불렀다. 수년 뒤엔 가슴 명패가 접대원 대신 의례원(봉사원)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 접대원들 부모직업이 대부분 고위층이다. 인민대의원(국회의원)이나 외교관인 경우가 많았다. 아가씨 얘기론 ‘차츰 결혼관이 달라져 성관계를 갖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고 전한다. 이를 “천리마가 많다”라고 표현했다. 안내원은 오랫동안 함께 살던 부부의 이혼 경우를 우스갯소리로 들려줬다. 여자가 “내 송편 같은 그것을 절편으로 만들어놓고 이혼하게 됐다”고 하자, 남자는 “무슨 소리야. 송곳 같은 내 것도 물망치가 됐는데...” 했다는 것이다.

틈이 생길 때마다 안내원과 호텔 책방을 돌아다녔다. 어느 서점 2층에서 책을 사면서 실없는 농담을 던졌다. 서점이 상점을 겸하고 있어 여자들 서너 명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평양에선 어디 연애할 데가 없나요? 누구 나와 연애 좀 합시다.” “우린 모두 세대주(남편)가 있는 몸이야요. 선생은 아직 결혼 안 했나요?” “결혼했지요.” “남자는 저렇다니까. 임꺽정 소설에도 나오지요. 여자는 한 갈래, 남자는 여러 갈래라고요.” 다른 여자가 옆에서 맞장구친다. “맞아. 아내가 죽으면 남자는 슬픈척해도 변소 간에서 히쭉 웃는다고 하잖아.”

고려호텔로 돌아왔다. 1층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서양식 풍이었다. “아. 서울 다방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 같네” 하니, 환전해 주던 아가씨가 힐끗 나를 보며 “정치색 띠고 있구만.”한다.

필자소개
강원도민일보 북미특파원, 재외동포신문방송편집인협회 고문
대한민국 인권상 수상, 관훈클럽 국제보도상 수상, 한국신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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