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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가 만든 '술지게미'(막걸리)                            청초 이용분 (7회)
 

생각 해 보면 막걸리는 우리 집에서는 아주 친숙한 술이었다. 내가 결혼하기 전 이야기다.

친정어머니는 찬밥이 남으면 의례히 집에 준비되어 있는 누룩으로 찬밥과 물을 섞어 조그만
꽃 단지에 담아 부엌 낮은 살강 한옆에 놓아 두셨다. 며칠 지나면 시큼한 냄새가 나며 부글
부글 거품이 난다. 조금 덜어서 거기에 설탕을 섞어서 먹으면 그 새콤달콤한 맛이란...

그걸 고운 체에 걸르면 막걸리가 되는 것이다. 우리 집에선 술지게미라 하며 대수롭지 않게
먹을 수 있었던 식음료였다. 어린 우리 형제들은 술이 아닌 그냥 식혜처럼 별다른 먹거리가
없던 시절 조금씩 덜어 먹곤 하던 간식인 셈이었다. 지금의 요구르트 정도의 의미로 받아
들여졌다.
누룩도 그 시절에 할머니가 밀로 밀가루를 만들고 남은 밀기울을 물을 섞어 아주 되직하게
버무린다. 넓적한 큰 놋대접 위에 헌겁을 씌워 되직한 밀기울 반죽을 넣고 그위에 다시
헌겁을 덮고 버선을 신고 밟아서 둥그렇게 만들어 말린다.며칠 지나면 파랑색 곰팽이가
피면서 그게 누룩이 되었다.

나의 친정아버지는 술과 담배를 못 하셨다. 집안에서는 여간해서 술 구경을 하기가 어려웠다.
어쩌다가 아버지 어머니 두분이 부부싸움 비슷하게 불편한 기운이 돌때가 있었다. 어머니는
무던히 참고 계신다. 그런 날이면 영낙없이 어머니가 막걸리를 받아와서 간단한 술상을
차리신다. 두분이 마주 앉아 권커니 자커니 술잔을 기우리며 선은 이렇고 후는 이러하지
않느냐 하며 어머니의 뒷풀이가 있은 후면 그뿐 두분 사이는 더욱 다정해 지셔서 집안은 늘
화목 하였다.그게 우리 집에서는 술을 마시는 대표적인 기회 일뿐 아버지는 어쩌다 직장에서
술을 하고 돌아오실 때가 있었다. 오히려 기분이 좋아서 우리 삼남매를 쓰다듬어 주고는
행복한 미소를 띄우고 그대로 잠이 들곤 하셨다.

1.4 후퇴 피난시절 관사인 어떤 친한 집에 잠시 함께 산적이 있었다. 그집 남편은 매일 술에
취해 들어 오면 부부싸움이 시작된다. 부인의 꽁알거리는 잔소리가 난 다음 날이면 예외없이
그 남편은 장작 개비를 들고 이방저방 부인을 찾아 다니는 것이었다.나이가 어렸던 우리에게는
뜻밖에 너무나 무서운 정경이었다. 술을 마신다고 잔소리를 해서 싸움이 되는지 잔소리를
해서 술을 마시는건지 알수가 없었다. 술이 깬 다음 날이면 그 남편은 한약방에 가서
한약을 지어다가 부인에게 매번 약을 다려주곤 하는 것이었다.이를 본 어머니는 그가 장가를
잘못 갔다고 걱정을 하고는 하셨다.
어머니가 잘 아는 그 집은 한동네 혼인을 하였단다.그 부인의 친정 어머니는 어찌도 드센지
부부싸움을 하면 남편의 배에 올라타고 칼을 들이 대는 사람이었다고 머리를 흔드는 것이었다.
그 광경을 보는 우리는 어렸을 때 부터 술의 폐해에 대해서 간접 경험을 하게 되었다.
후에 들으니 그 남편은 환갑을 겨우 넘기고 돌아갔다 한다.
 
내가 결혼을 한후 나의 남편은 친정아버지와 약속이나 한듯 술을 못하였다. 결혼 생활이 오십
여년이 되었지만 술에 취해서 넼타이를 삐뜰어 지게 매고 집에 돌아 온 적은 다섯 손가락을
꼽지 못할 정도였다. 그 바람에 친정에서 먹던 술지게미 정도도 못 먹게 되어서 나도 제절로
술과는 인연이 멀어졌다.

어쩌다가 집수리를 하게 되면 일꾼들을 위해 전에는 주전자에다 막걸리를 받아다 주는 이외에
술은 우리 집에서는 구경하기가 어려웠다. 그 후 막걸리는 일꾼들한테도 외면을 당하여 소주를
사서 주곤 하였는데 이즈음 느닷없이 막걸리가 사람들 간에 다시 부상을 하였다.
얼마 전 어버이날이었다. 우리 아이들과 산기슭 하얀 영산홍이 만개한 분위기가 좋은 한정식
음식점에서 모임을 갖게 되었다.자연히 요즈음 많이 마시는 막걸리로 한잔씩을 하자며 약주를
시켰다. 한잔 씩 약주를 작은 대접에 들고 건배를 하게 되었다. 어쩌다 마셔보는 이 술은 알콜
성분도 낮고 제법 입맛에 맞는다. 그러나 아이들도 모두 차를 끌고 왔다.

우리도 한 동안 하도 술을 구경도 못하였더니 반잔 정도를 마셨는데 머리가 알딸딸하다.
자연히 술은 작은 항아리에 반은 되게 남았다. 술값을 내고보니 본전 생각이 나서 말리는
아이들 말을 제치고 병에 담아 달라고 하여 집으로 갖고 왔다. 그 후 냉장고에 넣어 놓고는
잊었다. 어느 날 남편과 마주 보고 술잔을 기우리고도 반을 또 남겼다. 이번에는 냉동실에 넣어
놓았다가 한번 더 기분을 낼 수 있었다.이런 정도로 우리는 술에는 문외한이다. 우리 집안 같
으면 술집은 모두 문을 닫아야 될것 같다.나는 활명수만 마셔도 온 몸이 짜르르 전율이
흐르니 술과는 인연이 멀다.

이곳 아파트에 이사를 올 당시는 양주를 장식장에 넣어 놓는 게 대 유행이었다. 술도 좋아
하지 않는 데 무슨 장식장을 사서 술을 장식장에 넣어 놓고 장소를 비좁게 하느냐며 무시
당하여 술은 놓일 곳이 없어졌다.이런 저런 사정으로 생긴 비싼 양주로 부터 포도주등
다양한 술병들이 먼지를 뒤집어 쓰고 냉장고 위에 올려 놓여있다.물론 제사 때 쓰는
정종술도 남아서 어찌할줄을 모르기는 매한가지다.

막걸리는 최근에 놀라울 정도로 품질이 좋아지고 전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그 효능 또한 뛰어난 것 같다. 막걸리 1병의 유산균과 요구르트 100병의 유산균이
맞먹는다고 한다.막걸리가 가진 그 영양가나 맛이 가히 슈퍼급의 평가를 받는 요즘이다.
외국인도 너무 좋아하고 수출도 많이 되어 효자상품으로 급부상을 하였다고 한다.
수출이 되어 귀한 외화 획득을 하는 건 즐거운 비명이다.

몇년 전 어느 핸가 소련에 여행을 갔을 때 들은 이야기다.그곳은 혹한 때문에 독한 보드카를
마신다는 데 길거리에는 알콜 중독자가 널려 있어 국가적인 골치 거리라고 들었다.막걸리가
아무리 좋은 술이라 하지만 그렇게 모두들 열심히 퍼 마시다가 전 국민이 알콜 중독에 걸리면
어쩔까 ...하고 공연한 노파심이 생긴다.

우리도 오랜만에 맛본 그 토속음료의 순하고 연한 맛에 매료되어 슈퍼에서 한병쯤 사다
냉장고에 넣어 놓고 이따끔씩 마셔 보자고 말만 하고는 매번 싹 잊어 버린다. 집에 돌아
와서야 문득 생각이 나곤한다. 역시 막걸리도 술은 술인지라 우리 집 하고는 인연이 먼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영원히 잊지 못하는 나의 어린시절 어머니의 손맛이 '술지게미'였다면
그리 쉽게 잊힐리야 있을까...
2010년 6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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