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도 자랑거리 때로는 가난하게 사는 것도 자랑거리가 됩니다. 양절공(良節公) 조온(趙溫, 1347~1417)이 벼슬에서 물러난 후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젊은 관리 한사람이 그를 찾아왔습니다. 은퇴를 했지만 대신까지 지낸 왕가의 친척(태조 이성계가 외삼촌이었음)인 조온을 가깝게 지내면서 잘 보이면 출세의 길이 빠를 것이라고 짐작을 했겠지요. 집을 찾아간 젊은이는 대신을 지낸 양반의 집으로는 너무도 초라한 집이라 혹시 잘못 찾아 온 것이 아닌가 망설이다가 '이리 오너라'하고 불렀습니다. 허술한 노인이 나오는지라 하인으로 알고 '조대감께서는 안에 계신가?'하고 물으니 노인이 '내가 조온인데 무슨 일로 오셨소?'하고 답하였습니다.
깜짝 놀란 젊은이가 정신이 버쩍 들어 무례함을 빌고 방에 드니 방이라고는 돗자리 한 장 깔려있고 책상 위에 책 몇 권이 고작이었다고 합니다. 한 동안 이야기를 하다가 밥상이 들어왔는데 보니 보리밥에 반찬 한 가지 뿐이었습니다. 그런 거친 밥을 먹어본 일이 없는 젊은이가 억지로 한 술 뜨는 둥 마는 둥 하고 상을 물린 후 젊은이가 말했습니다. "대감께서는 너무 몸을 돌보지 않는 것 같으십니다." "모든게 습관이 아니겠소. 젊어서는 부모님 섬기고, 벼슬길에 올라서도 주로 전장에서 생활을 하다보니 호사스러운 생활보다는 오히려 이런 생활이 마음 편하다오. 이제 늙어 벼슬을 내 놓았지만 이렇게 백성들과 함께 검소한 생활을 하는 것이 나라의 일을 돕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소." 젊은이는 크게 깨닫고 훗일 나라의 큰 일꾼이 되었답니다.
사봉은 검소하다 못해 가난하게 사신 양절공 조온 할아버지 덕분에 한양조씨 문중에 태어난 것을 자랑으로 생각하고 있답니다. "부귀 공명을 바라는 마음을 모두 놓아야 범속(凡俗)을 면할 수 있다"(放得功名富貴之心下 便可脫凡)는 말을 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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