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착하고 남이 따를 수 없이 영리했던 둘째 아들이 어쩌다가 저
지경이 되었는지 여인은 미어지는 가슴을 쓸며 생각에 잠긴다.
그러니까 약 5 년전, 둘째 딸이 중학교 2학년 때였다.
둘째 아들...군입대 영장을 받고는 며칠 심란해 하더니 이내 여기 저
기 인사도 다니고, 특히 평소에 아껴 주시던 동네 노인 어른들- 맛있
는 것이 생기면 잡수시라고 거르지 않고 대접하고, 길에서 만나면 재
미있는 이야기로 재롱을 떨며 손도 잡아 드리고, 가끔 책도 읽어 드
리고- 을 찾아 뵙다보니 입대일 전 날이 되었다. 그 날도 친구 만난
다며 용돈 조금 넣어 가지고 나갔는데 뜻밖에 저녁 전에 일찍 들어
왔다.
그 때는 첫 째딸이 시집가기 전이라 저녁일을 맡아 했는데, 여동생
이 가져다 주는 저녁을 먹는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밥만 계속 먹는
가 하면 시선은 거의 한 곳에 머무르고, 입 속으로 간간이 들리지 않
는 소리로 중얼거리는게 아닌가. 깜짝 놀란 여동생들이 오빠를 부르
며 자세히 보니 생전 싸움이란건 할 줄 모르던 오빠 머리에 타박상
이 있었다. 부어 오르고 군데 군데 핏자국도 보였다. 이상한 행동을
따지기 전에 우선 외과로 갔었지만 문제는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
었다.
이 때부터 가엾은 둘째 아들은 정신 이상자가 되었고, 백방을 알아보
고 치료해 보았지만 나아지는 것 같다가는 또 그자리로 돌아가고 말
고 결국 중곡동에 있는 국립정신병원에 입원하였다.
면회날이다. 매주 수요일 한번 면회할 수 있게 되어 있었는데, 여인의
지극함에 감탄한 병원측의 배려(?)로 일요일에 한번 더 갈 수 있었다.
그 당시만해도 그 곳까지는 버스가 들어가지 않아 버스 종점에서 내려
40 분 정도 비포장 도로로 걸어가야만 했다. 비가 오면 붉은 흙이 질어
서 빠지지 않는 쪽으로 고르며 발을 디디고, 눈보라 치는 날엔 어깨에
눈이 수북히 쌓이고도 남아 마음에도 담고 걸었다.
여인은 으례껏 넉넉히 음식을 준비했다. 입원한지 오래되어 가족들에
게 이미 천덕꾸러기가 된 것 같은 병실 환자들 간식도 함께 준비 했다.
그 당시는 보온할 그릇도 마땅치 않아 좋아하는 인절미 굳을
까봐 납작한 도시락에 담아 보자기에 싸서 외투속으로 둘러 메고,
불고기 타박타박하게 볶아 담고, 더덕도 구워 넣고 신 것 싫어한다
며 단맛나는 파란 인도사과도 넉넉히 넣고, 홍어 살짝 말려 찜하여
곁들이고,가자미 식혜와 명란젓도 넣고, 마실 것도 몇 병 들고 병실
열쇠 들고 다니며 환자 관리하던 문지기(?) 아저씨에게 드릴 담배 몇
갑 준비하고 간호원들에게 줄 작은 선물도 챙기고.....
열쇠를 든 문지기 아저씨가 엉거주춤 걷는 아들을 데려 나온다. 엄마와
둘째 여동생을 보더니 화들짝 웃는다. 면회용 테이블에 앉자마자 영
락
없이 하는 말...`엄마, 나 집에 갈래.예지야, 나 집에 데려 갈려구 온거
지?` 모두 못들은척 하며 음식 그릇을 하나씩 연다.
`병원에서 나오는 밥은 잘 먹니?`
`네. 근데...나 어제 전기치료 받았어.집에 이제 간다구.`
`조금만 참아라. 치약은 아직 있지? 속옷은 더 필요하지 않니?`
`네. 나 집에 간다구. 가서 할 일이 많아.논문도 써야 하구...책도 사
야하고...그러니까 나 데려가라구...`
여인은 안타까워 하며 홍어찜을 찢어 아들 입에 넣어 준다.
` 지난번에 갖고 들어간 떡은 잘 나눠 먹었니?`
` 네.친구들이 또 가져 오래.술도 가져오래. 근데...나 집에 갈껀데...`
` 오늘은 인절미랑 기지떡, 사과 가져 왔으니 나눠 먹어라. 그리구
사탕하구 과자도 있으니 골고루 먹구. 누가 더 먹겠다하믄 그냥 더
줘라,응?`
`네.근데...내 논문 통과하면 환자들에게 한턱 낼꺼지? 그러니까
오늘 집에 나하고 같이 가자.`
이렇게 면회 날이면 만날때 부터 집에 간다는 말로 시작해서 음식
도
채 못먹은채 보챔이 심해져 결국 언제나 문지기에게 끌려가다시피
들어 가게 되고 여인은 찢어지는 가슴으로 되돌아 오지만, 페경이
되고 눈이 빡빡해져서인지 마음이 쪼그라붙어서인지 눈물조차
흘릴 수 없음에 그저 시끌시끌한 삶의 전쟁터에서 그녀를 찾는
손님들에게 진정어린 미소를 보내며다음 면회날만을 기다릴 수 밖에...
(계속)
지경이 되었는지 여인은 미어지는 가슴을 쓸며 생각에 잠긴다.
그러니까 약 5 년전, 둘째 딸이 중학교 2학년 때였다.
둘째 아들...군입대 영장을 받고는 며칠 심란해 하더니 이내 여기 저
기 인사도 다니고, 특히 평소에 아껴 주시던 동네 노인 어른들- 맛있
는 것이 생기면 잡수시라고 거르지 않고 대접하고, 길에서 만나면 재
미있는 이야기로 재롱을 떨며 손도 잡아 드리고, 가끔 책도 읽어 드
리고- 을 찾아 뵙다보니 입대일 전 날이 되었다. 그 날도 친구 만난
다며 용돈 조금 넣어 가지고 나갔는데 뜻밖에 저녁 전에 일찍 들어
왔다.
그 때는 첫 째딸이 시집가기 전이라 저녁일을 맡아 했는데, 여동생
이 가져다 주는 저녁을 먹는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밥만 계속 먹는
가 하면 시선은 거의 한 곳에 머무르고, 입 속으로 간간이 들리지 않
는 소리로 중얼거리는게 아닌가. 깜짝 놀란 여동생들이 오빠를 부르
며 자세히 보니 생전 싸움이란건 할 줄 모르던 오빠 머리에 타박상
이 있었다. 부어 오르고 군데 군데 핏자국도 보였다. 이상한 행동을
따지기 전에 우선 외과로 갔었지만 문제는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
었다.
이 때부터 가엾은 둘째 아들은 정신 이상자가 되었고, 백방을 알아보
고 치료해 보았지만 나아지는 것 같다가는 또 그자리로 돌아가고 말
고 결국 중곡동에 있는 국립정신병원에 입원하였다.
면회날이다. 매주 수요일 한번 면회할 수 있게 되어 있었는데, 여인의
지극함에 감탄한 병원측의 배려(?)로 일요일에 한번 더 갈 수 있었다.
그 당시만해도 그 곳까지는 버스가 들어가지 않아 버스 종점에서 내려
40 분 정도 비포장 도로로 걸어가야만 했다. 비가 오면 붉은 흙이 질어
서 빠지지 않는 쪽으로 고르며 발을 디디고, 눈보라 치는 날엔 어깨에
눈이 수북히 쌓이고도 남아 마음에도 담고 걸었다.
여인은 으례껏 넉넉히 음식을 준비했다. 입원한지 오래되어 가족들에
게 이미 천덕꾸러기가 된 것 같은 병실 환자들 간식도 함께 준비 했다.
그 당시는 보온할 그릇도 마땅치 않아 좋아하는 인절미 굳을
까봐 납작한 도시락에 담아 보자기에 싸서 외투속으로 둘러 메고,
불고기 타박타박하게 볶아 담고, 더덕도 구워 넣고 신 것 싫어한다
며 단맛나는 파란 인도사과도 넉넉히 넣고, 홍어 살짝 말려 찜하여
곁들이고,가자미 식혜와 명란젓도 넣고, 마실 것도 몇 병 들고 병실
열쇠 들고 다니며 환자 관리하던 문지기(?) 아저씨에게 드릴 담배 몇
갑 준비하고 간호원들에게 줄 작은 선물도 챙기고.....
열쇠를 든 문지기 아저씨가 엉거주춤 걷는 아들을 데려 나온다. 엄마와
둘째 여동생을 보더니 화들짝 웃는다. 면회용 테이블에 앉자마자 영
락
없이 하는 말...`엄마, 나 집에 갈래.예지야, 나 집에 데려 갈려구 온거
지?` 모두 못들은척 하며 음식 그릇을 하나씩 연다.
`병원에서 나오는 밥은 잘 먹니?`
`네. 근데...나 어제 전기치료 받았어.집에 이제 간다구.`
`조금만 참아라. 치약은 아직 있지? 속옷은 더 필요하지 않니?`
`네. 나 집에 간다구. 가서 할 일이 많아.논문도 써야 하구...책도 사
야하고...그러니까 나 데려가라구...`
여인은 안타까워 하며 홍어찜을 찢어 아들 입에 넣어 준다.
` 지난번에 갖고 들어간 떡은 잘 나눠 먹었니?`
` 네.친구들이 또 가져 오래.술도 가져오래. 근데...나 집에 갈껀데...`
` 오늘은 인절미랑 기지떡, 사과 가져 왔으니 나눠 먹어라. 그리구
사탕하구 과자도 있으니 골고루 먹구. 누가 더 먹겠다하믄 그냥 더
줘라,응?`
`네.근데...내 논문 통과하면 환자들에게 한턱 낼꺼지? 그러니까
오늘 집에 나하고 같이 가자.`
이렇게 면회 날이면 만날때 부터 집에 간다는 말로 시작해서 음식
도
채 못먹은채 보챔이 심해져 결국 언제나 문지기에게 끌려가다시피
들어 가게 되고 여인은 찢어지는 가슴으로 되돌아 오지만, 페경이
되고 눈이 빡빡해져서인지 마음이 쪼그라붙어서인지 눈물조차
흘릴 수 없음에 그저 시끌시끌한 삶의 전쟁터에서 그녀를 찾는
손님들에게 진정어린 미소를 보내며다음 면회날만을 기다릴 수 밖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