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우와 직녀처럼 칠석이라고는 하지만 밤새 비가 너무 많이 왔습니다. 예전엔 견우와 직녀가 만나도 남이 볼까 찔끔찔끔 눈물을 흘렸는데 요즘은 개의치 않고 펑펑 울어내는 모양입니다.
견우(牽牛)는 소를 몰던 농부요, 직녀(織女)는 베를 짜던 여인입니다. 남녀가 데이트를 하고 싶어도 일이 바쁘면 할 수 없습니다. 마침 음력 7월7일쯤 되면 잠시 농삿일을 쉬어도 되는 때가 되니 총각은 몰던 소를 매어 놓고, 처녀는 베틀에서 내려와 데이트를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 날 농삿일의 상징인 호미를 씻고 쉬었다고 하여 칠석을 다른 말로 씻을 '세(洗)', 호미 '서(鋤)'자를 써서 '세서절'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이맘때는 농삿일이 뜸한 때인 것 같습니다.
인간의 일을 하늘에 그리고 싶어 하던 옛날 사람들은 별 하나에 사연 하나씩을 그려 넣었습니다. 마침 칠석날 하늘을 올려다 보니 은하수 서쪽에 있는 별 하나(거문고자리의 직녀성)과, 반대쪽에 있는 별 하나(독수리자리의 견우성)이 서로 가까워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농삿일과 베짜는 일에서 잠시 벗어난 사람들이 '견우와 직녀'의 별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들었지요. 까마귀와 까치가 모여 만들었다는 오작교와 기쁨의 눈물이 비가 되어 내리는 이야기까지.
견우와 직녀처럼 저도 오늘 오후에 견우처럼 몰던 소를 외양간에 넣어 두고, 아내는 짜던 베틀을 덮어 놓고 휴가를 갑니다. 휴가라야 어머니 아버지 모시고 딸아이와 함께 잠시 서울을 떠나 시골집을 다녀오는 것이지만 그래도 소풍가는 아이처럼 설레입니다. 그 옛날 공무원이셨던 아버지가 휴가를 얻으시면 식구들이 김밥 싸가지고 자하문밖 세검정 계곡으로 피서를 갔던 때 생각이 아련합니다. 그 땐 아버지도 기운이 넘치셨었고, 어머니도 참 고우셨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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