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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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사




5/20/11 (금)


아침에 일어나보니 바로 창 아래 바다가 있는데  흐리고 이슬비가 나린다.
이제껏 운좋게 날씨가 좋았는데 오늘은 딱 걸린 모양이다.
할수없지, 되어 가는데로 하는수밖에.  하늘이 하는 일을 우리가 무슨 수로 막나?


여자들 여덟명이 화장실 두개에 몰리니 한참 기다린다.
오직 한사람 화장실 쓸 생각도 않는 사람은 덕순씨다.
일어나자마자 침대옆에 앉아 기도하느라 여념이 없어 내가 일곱번째로

 화장실을 써도 될것 같다.


맹월씨는 언제 일어났는지 온데 간데가 없다.  

새벽 같이 일어나 차비하고 벌써 나간 모양이였다.


아뭏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긴 자기 치장하느라 시간 다 보내면

 公事를 돕기가 어려울꺼다.
어제밤에도 노래방에서 갑자기 없어져서 웬일인가했더니 

미리 올라와서 샤워하고 잘 준비를 했다. 


 한가지 일하면서 머릿속으로는 그 다음일을 계속 생각하는 사람이다.








사진 중간쯤, 엷은  베이지 색갈의 모래사장이 끝나는 곳에 바다가 있다. 


보성 다비치 콘도의 거실, 맨 윗쪽이 침실 



드디어 덕순이 기도를 끝내고, 치장도 다 끝내고, 두 세명이 같이 바닷가를 걷자고 나갔다.
빗발이 좀더 세어져서 "비가 오네." 했다가 쿠사리.
" 비 안와." 하며 누구던 비가 온다는 소리만 하면 호되게 야단을 맞는다.
덕순의 사전에는 "우리 행사에 비는 없다."
자신있게 장담하는걸 보니 아까 기도 할때 제발 비 안오게 해달라고 많이 빌은것 같다.


시간도 없고, 비도 오니 얼른 들어 와서 아침을 먹으러 갔다.
고추장과 된장을 섞은 소고기 해장국은 냄새랑 탐탁치 않고 따라 나온 찬도 초라하다.
여기는 호텔이 아니고 콘도라서 음식이 그렇단다.
그야말로 간단하게 Break Fasting.
커피도 없어서 어느 남자 동창이 자판기에서 사주는 것을 고맙게 받아 마셨다. 


그러고 보니 어제 삼겹살 저녁도 그렇고 오늘 아침 해장국까지 보성의 음식이 내겐 별로다.


  전라도 음식이라면 무조건 믿고 들어 가는데...
여긴 녹차밭 밖에는 볼것이 없는 모양이다.
남학생 하나 없어졌다고 난리를 치다가 다행히 곧 찾아서 보성을 떠났다.

우리차 이원호 팀장님은 보성 다비치를 아침부터 종일 "레오날드 다빈치" 처럼 "다빈치"라고 말해서 깔깔댔다.
"팀장님, 그건 다빈치가 아니라 "다비치" 라니까요."


보성 차밭과 바다가 있어 "茶 Beach" 라는데 한번 수정해도 계속 다빈치.
박초미는 "박초이"라고...ㅎㅎㅎ    Bok Choy  라는 중국 배추가 연상되어 또 웃었다.
신옥이는 신 모라나?  웃느라 잘 못들었는데 팀장이 중요한 이야기 하는데 계속 존다고 몇번 지적 당했다.


어제밤 잘잤는데도 일정이 하도 바빠 그런지 뻐쓰에 앉으면 계속 깜빡 깜빡한다.


8. 송광사
다음 행선지는 순천 송광사.  옛날부터 이름 많이 듣던 절인데 합천의 해인사, 
 양산의 통도사와 함께 우리나라 삼보 사찰( 三寶 寺刹) 중 하나란다.

세가지 보물이란 뜻은 물론 짐작하지만 남편은 불(佛), 법(法), 승(僧)의 세가지를 뜻한다고 어렵게 말해준다.


아무려나.  I don't understand. I don't try to understand.

그러다가 내가 또 답답해지니까  대강 찾아보았다.  


*** 삼보(三寶)란 세상에서 제일가는 세가지 보배라는 뜻이다.

불보 (佛寶)--- 깨달음을 얻으신 분, 부처님을 뜻한다.

법보 (法寶)---  부처님의 가르치심, 즉 진리(眞理)를 말한다.

승보 (僧寶) --- 승(僧)이란 승가(僧伽)가 생략된 말로 佛法을 섬기며 올바른 수행을 하는 화합(和合)된 단체를 뜻함.

***  삼보사찰

1.  梁山 通道寺--- 부처님을 상징하는 불보 사찰로 부처님 진신사리와 가사가 모셔져 있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셔 놓은 탑이 법당 뒤에 있으므로 통도사 대웅전에는 따로 불상을 모시지 않는다.


2,  陜川 海印寺 --- 부처님의 가르침인 팔만대장경이 모셔져 있는  법보 사찰.

해인(海印)이란 모든 사물의 그림자가 넓고 큰 바다에 거울처럼 두루
비치듯이 부처님의 드넓은 지혜의 바다에 온갖 법이 나타난다는 뜻이다.


3.  順天 松廣寺--- 부처님의 제자인 고승대덕(高僧大德) 스님들을 많이 (16명) 배출한 승보사찰이다.

송광사는 한자로 "松廣寺" 라고 쓰는데 파자 (破字) 해보면 송(松) 은 "十八 + 公 "으로 18명(木)의 큰 스님 (公)을 뜻하고

광(廣)은 佛法,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편다는 뜻이란다

 이름을 따르면 덕이 높으신 스님 두분이 아직 더 나오셔야한다고.  

















아침 11시가 되어가는 시각에 예불하는 소리가 큰 법당뿐 아니라


주위의 작은 건물들에서도 다 같이 합창하는것처럼  들려 나왔다.



옛날 식의 기와 지붕도 예쁘고, 넓고 큰 절의 옛 건물들이 멋있어서 사진을 자꾸 찍었다.


예쁜 모란인가 작약인가 아니면 해당화인가?
예쁘게 피어있고, 또 특이한 색갈의 철쭉도 있어 사진을 찍었다.


화장실이 또 너무 예쁘다고 꼭 들러보라는 말에 혹해서 갔다가 무슨 일 나는줄 알았다.
먹는 약 때문에 늘 좀 어지러운데 오랫만에 저 아래까지 뻥 뚫린 옛날식 변소에 들어가니 

정말로 현기증이 났다.




 그래도 몸집이, 등치가 있으니까 그 네모진 구멍으로 빠지다가도 설마 어디 걸리겠지.
나무로 된 벽을, 천정을 쳐다보며 간신히 정신을 가다듬었다.



  






갑자기 누구 idea인지 조그만 쪽문 앞에서 사대부고 3학년 5반, 6반, 7반 차례로 모여서

 사진을 찍는다.


빠질새라 내가 7반이였다고 끼였는데  김복자, 조지명, 이순자, 김인자, 김경자 등이 있다.


그런데 이들이 한반이였다는 것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


어쩜 이럴수가?  세월이 많이 흐르긴했나보다.
우리 7반은  황셕근*** 선생님이 담임이셨다.
졸업후 1999년, 언니네 (11회) 졸업 40주년 파티를 할때 따라가서 

딱 한번 선생님을 다시 뵈었다.
내가 졸업식날 여학생 대표로 우등상을 받은 특별한 학생이였건만  선생님은 

 나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셨다.


그날 나는 갑자기 식구들과  총 출동하느라 그랬는지 학교에 좀 늦었다.
그게 뭐 큰일이라고 선생님은 층계 아래에서 나를 애타게 기다리고 계셨는데
 40여년이란 세월을 지나면서 나를 까맣게 다 잊으셨다.


그 긴 세월 동안 한번도 선생님을 찾아뵙지 못했으니 이건 너무 당연한 일이겠다.
계속 내게  존대를 하시며 전라도 시골에 사신다고, 놀러오라고 당신 명함을 주시는것이 

무척이나 죄송하고 서글펐다.





정오가 가까운 시각, 절 주위에 녹색의 초 여름 경치가 펼쳐진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주변의 정적을  카메라에 담으며 다음 목적지 담양으로 떠났다.




9. 담양






점심을 먹으러 담양의 "박물관 앞집" 이라고하는 대통 떡갈비집으로  들어갔다.


 대통속의 밥은 운치도 있고, 된장찌개, 작은 조기, 각종 쌈과 나물, 

싱싱한 야채 무침등의 반찬은 멋도 있고, 맛도 있다.

막 판차리고 느긋하게 잘 먹어 보려고 하는데 어떤 남자 동창 하나 벌써 일어나

 커피를 마시러 간다.



이 속도로 가다가는 남들 다 일어나는데 혼자 코 박고 먹고 있을것 같아 

유화자를 찾았으나 안 보인다.  할수없지.






빗살 모양의 하얗고 넓적한 죽순 네개가 작은 접시에 담겨 선을 보인다.


죽순이라면 마이아미의 중국 가게에서 파는
깡통속의 가늘게 썬 노란 것만 보다가 하얀 빗처럼 생긴 

넓적하고 커다란 죽순을 처음 보았다.


식탁에는 네 사람이 앉았으니 한 사람앞에 한개 꼴.  금방 다 없어져서 아가씨를 불렀다.

우리 이 죽순 좀 더 주고, 여기 이 야채 생절이도 더 주고...




아가씨는 죽순을 한 사발 잔뜩 가져다 쏟아 부으며 "다 잡숴야 해요."

   물론 다 먹을수가 없었고 그대로 남길수도 없었다.


밤도 들어간 맛있는 대통속의 밥을 싹싹 다 긁어먹고는

 쌈추 (배추와 양배추를 Mix 해서 새로 개발한

작은 배추같이 생긴 쌈 싸먹는 채소란다)

한장을 깔고 그위에 남은 죽순을 쏟아 붓고, 또 쌈추 하나 집어 위를 덮었다.
 그리고는 비닐 백에 담아 서울까지 들고 왔다.















 한 사람이 안먹어 남은 조기 한마리까지 음식이 아깝다는데 마음 통하는 다른 세명이
분담해서 한 젓가락씩 나누어 뜯어 먹고 일어섰다.
It was a very good lunch.







 




점심후 담양 죽녹원, 대나무와 함께하는 산책 코스를 걸었다.
사실 욕심같아서는 대나무가 더 울창하게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대나무보다는 외국 학생들까지 관광객이 더 많아 시끄럽고, 꼭 창경원 같다. 


초미와 경희가 가르쳐 주어서 여기저기 뾰죽 뾰죽 나온 죽순을 난생 처음 보았다.
"죽순 파 가지 마세요.  커다란 대나무로 크고 싶어요." 표지도 보았다.
죽순을 그렇게 마음대로 파서 먹으면 안될꺼라는 생각이 든다.



옛날 사대부중 다닐때 선풍기도 없는 강당에서 8/15 광복절날 기념식을 할때였다.
옷이 등에 척 들러붙게 땀이 나서  뒤에선 아이가  기념식 내내 내 교복 상의 뒷자락을

 붙잡고 있었다.
대밭을 걸어 나오니 꼭 그때처럼 셔츠가 등에 철썩 들러 붙었다. 
뒤에서 누가 "너 땀 많이 나는구나."


수십년 만에 들어보는 소리였다.
속으로는 아무리 더워도 감출수 있으면 좋으련만 나는 있는데로 다 나타내는것이 탈이다.
마이아미에서 낳고 자란 우리 두 아이들이 나처럼 땀을 흘리지 않는것이 너무 고맙다.







10.  메타 쎄콰이어 산보길 ( Metasequoia Boulevard )  

Internet 에서 많이 본, 한국에서 몇째로 손꼽힌다는 아름다운 이 길을 실제로 와서 보니 

감개무량했다.



준영이 자기는 이미 몇번이나 걸어본 길이라고 나보고 혼자 걸어보란다.  

위아래 양옆, 키큰 나무들을 연신 쳐다보며 걷기 시작하는데 줄지어 선 나무들이 

아주 커다란 부채처럼 훨훨 바람을 불어 준다.


  땀 나는데 걸으면 더 땀이 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너무 시원한 바람이 불어

 땀을 다 말려 준다.
산도 아닌 평지건만 "산 위에서 부는 바람"이나 "강가에서 부는 바람" 보다도 

더 서늘한 바람이였다.




나무는 이름만 듣고는 잎이 넓다란 활엽수라는 인상을 받았는데

 의외로 소나무처럼 침엽수다.
그러나 소나무 같이 빳빳하지 않고 부드러운 바늘처럼 생긴 작은 잎들이

잔뜩 모여 넓적한 잎새 모양을 만들었는데 사이사이 공기가 들어가서인가?

   더욱 효과적인 부채인것 같다.  






Miami 의  불꽃나무 (Flame Tree, Poinciana )가  생각났다.

혼자서 이끝에서 저 끝까지 땀 하나 안 흘리고  아주 쾌적한 산보를 즐겼다.  



서울로 돌아오는 뻐쓰안에서 지명이, 우리 행사가 끝나자마자 대학 행사가 기다리고 있단다.
우리 행사에 더 힘을 쓰고, 그쪽은 대충 하라고 조언하면서도 더 충실한 레파토리를 위해 
어제 보길도 해설사가 들려준 우스개 소리를 연습시켰다.
사람이 아이스크림 먹고 죽은 이유는?  "차가 와서."


장안의 화제, 비행기에서 불이 났다.
온 가족 네명이 비행기에서 뛰어 내렸는데 아무도 죽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버지는 기러기 아빠, 엄마는 새(鳥) 엄마, 아들은 비행 소년 (飛行 少年), 딸은 덜 떨어져서.








서울 근처의 어느 휴계소에 들러 저녁으로 유부 우동을 하나씩 먹고 헤어졌다.
사흘간의 즐겁고, 배울것 많았던 졸업 50주년 기념 남도 여행은 이렇게 끝이 났다.


오늘 아침 잠깐 몇방울 뿌리던것 외에는 비도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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