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그동안 내가 오랫동안 정리하고 강의를 했던 창의적 연구 개발 방법 및 창업정신에 대한

내용들과 실리콘밸리에 공동창업한 회사의 경영 철학등이 정부의 창조경제 개념의 실천방안으로 

인정(?)을 받은 덕분에 실리콘밸리 뿐만 아니라 서울까지 많은 초청강연과 회의에 참석하는 등

2 년 여를 바쁘게 보내다가 문득 깨달은 부분이 있었다.

내가 가진 연구 개발과 교육 철학이 단기성과를 노리는 정부 기관들과 국민들의 세금을 쉽게 생각하고

낭비하는 연구기관이나 대학들에 의해 이용당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여러 정부기관들과 대학에서

나를 찾아와 강연을 요청하고 창조경제의 실천방안에 대하여 자문을 요청할 때 때마다 나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하여 성의껏 도움을 주었다. 또 언론에서의 취재에도 최선을 다해 나의 지식과 경험을

설명해 주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의 결과를 점검해 보니 대부분의 내 노력은 일회용의 전시행정이나

몇 몇 개인의 생색내기의 일환으로 이용당한 것을 알게 되었다. 정부 기관 사람들은 창조경제 연수를

앞세워 실리콘밸리 관광을 와서 실적이 필요하다보니 나와의 만남과 내 자료를 이용하였고, 대학들은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은 실적을 나타내기 위해 나를 이용하였다. 내가 기본적으로 강조한 창의적인

연구 개발 방안이나 창업정신이 포함되는 대학교육 등은 완전히 무시된 채 겉으로 이야기하기 좋은

몇 몇 사항들만이 자신들의 의도에 맞추어 정리되고, 곧 사라졌다. 언론에서의 취재 결과도 내가

이야기한 핵심 사항은 대부분 사라지고 흥미 위주의 내용만이 창작되어 문자화 되었다.

더욱 염려스러운 사항은 정부나 대학 모두 기업경영에 대해 전혀 모르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몇 푼의

돈을 쥐어주며 창업을 하도록 부축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창업과 기업 경영은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진정으로 우리 젊은이들이 성공할 수 있는 창업을 하도록 도와주려 한다면 성급한

창업보다 성실하고 실질적인 교육과 훈련이 필요할 것이다. 모두 창조경제의 실적에 눈이 어두워

우리 젊은이들의 미래를 망치는 데 열심이었고, 내가 여기에 이용당하고 있었다. 

(나를 찾아 온 개인들도 정부기관이나 대학들에게 이용당한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이 우리 젊은이들의 미래를 망치는 일에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또

부끄러웠다. 내 성급한 마음이 많은 젊은이들을 잘못된 길로 가도록 하지 않았나 하는 후회도

하였다. 나 자신이 강연과 회의 등에 불려다니면서 칭송을 듣는 일을 즐기지 않았나 반성하며,

공부하는 사람의 정신자세에 대한 율곡선생의 가르침을 다시 되새겨 보았다.

지나간 일은 되 돌릴 수 없다.

마음을 가다듬고 내가 잘못한 일들을 반성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한 공부를 하며 대외적인 행사에

참석을 중단하는 묵언수행을 하기로 하였다. 이미 예정되어 있던 몇 몇 행사들에의 참석을 끝으로

새로운 강연이나 회의 참석, 취재 요청들을 모두 사양하였다. 미국을 중심으로 경영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윤리적 측면에서 성공하고, 일반인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는 기업과 기업가들에

대한 조사를 하며, 기업가 정신에 대하여 공부를 하였다. 그리고 우리 회사의 경영철학과 방법을

이들 기업들과 비교해 보았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기업들과 기업인들과도 비교를 하였다.

기술과 제품에서 성공하고 또 기업의 사회기여 측면에서도 성공하며, 기업인들의 기업가 정신에서

존경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은 아직도 내 공부의 주제이다.

그동안 개인적으로 찾아 온 사람들을 일부러 퉁명스럽게 대하여 돌려 보낸 일들은 미안하고

아쉽지만 아직도 부족함을 많이 느끼고 있는 나 자신을 좀 더 사람들로부터 멀어지게 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해 본다. 내가 알고 경험한 것을 가능한 한 적게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의

지식과 경험을 가능한 한 많이 들으려 노력한다. 나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항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나 표현을 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본다. 말로 표현하기 전에 가능한 한 오래 생각해 본다.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를 지식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단편적인 정보가 아닌 다각적인 정보를 함께

정리하여 나무와 숲을 함께 볼 수 있도록 겸손하고 진지하게 공부를 한다. 지식을 바탕으로

세상에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는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이 지식들을 세상 일에 조심스럽게

적용해 보고, 그 결과를 냉정하게 평가하여야 한다. 내 실수를 스스로 알 수 있을 때 지혜는

하나씩 얻어질 것이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공부가 아닌 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지식과

지혜를 얻도록 노력하고,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을 신중해야 한다. 지식과 지혜를

앞세우기 전에 상식(common sense)을 먼저 생각한다. 

자연과 생명은 상식을 기반으로 존재하고 변화하며 살아간다. 

입을 닫고 머리와 가슴을 열어, 보다 신중하게 공부를 계속하려 노력한다. (//blog.naver.com/ny17)